전공 교과목 대폭 축소, 리모델링 건물은 로스쿨 학생들 몫

“1학년 수업이 없어진 건 이해해요. 그렇지만, 2,3,4학년 수업까지 많이 줄어든 건 납득할 수 없어요. 선택의 폭이 줄어든 거죠. 재수강 못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하면서 법학부 재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학부생들은 대학 본부가 폐지된 학부보다는 새로 시작하는 로스쿨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부가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20일 로스쿨을 개원한 각 대학들에 따르면, 학부 전공 교과목은 물론 법학 관련 교양 교과목이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또 아직 진행 중이거나 뒤늦게 시작된 로스쿨 건물 공사로 인해 학부생들의 교육환경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올해 ‘한국헌법사’,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차별금지법’, ‘법과 인권’ 등의 교과목이 없어졌다. 지난해 로스쿨 준비 과정에서 휴강도 많았던 터라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박경선 고려대 법대 학생회장은 “교수들이 학부생들한테 소홀해진 것 같다는 불만이 많다”며 “대신 대형 수업이 늘어 자리가 부족해 서서 듣는 학생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수업시간 줄이는 건 학생회 요구사항이었다. 또 로스쿨 강의 때문에 학부 강의가 줄어든 면도 있지만, 과목이 준 가장 큰 이유는 1학년이 없기 때문이다”면서 “도서관 신축 등 학부생들의 반사 이익도 큰데, 그런 점을 전체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올해 강의가 대폭 줄어들었다. ‘법률조사방법론 및 법률문장론’, ‘국제인권개념의 역사와 논점’, ‘미국상표법’, ‘EU법’, ‘판결이외의 분쟁해결 제도’, ‘도산법’, ‘법조윤리’, ‘헌법적 권리와 미국사회’, ‘기업금융법’, ‘법률 마케팅 경영학’ 등의 교과목이 사라졌다.

전화정 연세대 법대 학생회장은 “로스쿨 인가때부터 학생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원래 불만이 있었다”면서 “1학년 수업이 없어진 건 이해하지만, 2,3,4학년 수업까지 많이 줄어 수업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이와 함께 대형 강의가 크게 증가한 것도 지적하고 있다. 법대 학생회측은 “로스쿨 리모델링하면서 강의실 수용인원은 줄었다”면서 “수강인원이 250명이 넘는 대형 강의 개편 사례가 많아, 뒤에 앉은 학생들은 소리도 잘 안들리는 등 수업환경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올해 없어진 과목들은 로스쿨 도입을 위해 일시적으로 교과 개발 차원에서 제공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대 부학장은 “교과과정의 균형과 교원수급 등 여러 상황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줬으면 한다”면서 “자율학습실 확충 등 개선된 점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어 서운하다”고 말했다.

경북대도 올해 ‘언론관계법’, ‘민사소송판례’, ‘해상법’, ‘세법총론’, ‘법률실무실습’, ‘국제인권법연구’ 등의 학부 전공과목이 없어졌다. 노형은 경북대 법대 학생회장은 “로스쿨과 대학원 수업만 개설하고 학부과목 개설을 기피하는 교수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로스쿨 학생들이 늘어나는 내년에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법대 5층 열람실 앞에 설치된 사물함 348개 중 150개를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학부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또 법학도서관 열람실이 리모델링을 위해 최근 출입 폐쇄된 것에 대해 재학생들을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서울대 법대 오준규(08학번)씨는 “학우들은 시설 공사가 진행된 지난 1년간 소음과 먼지를 참아왔는데, 로스쿨 학생들이 이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2차 사법시험이 100일정도 남은 시점에서 법학도서관 리모델링을 감행하는 것은 학교측이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용식(형법) 교수님 등의 인기 강좌도 학부에서 수업을 듣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면서 “내년엔 어떨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전남대 법대의 경우에도 법대 건물 내부에 있던 도서관(장서실) 리모델링이 개강 이후 시작되면서 소음 등으로 면학 환경을 깨고 있다. 김소망 전남대 법대 부학생회장은 “법대 도서관 등 리모델링이 학부생들 의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돼 불만이 많다”면서 “그런데 이게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실인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을 더욱 짜증나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측은 또 강의 대부분이 수강인원 100명 이상의 대형강의로 바뀐데 대해 “학부생들의 졸업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수강인원과 재수강 제한을 없앴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의심 어린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학생회측은 학생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설문 조사를 벌인 뒤 이를 근거로 학교측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용수·남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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