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에페 130위, 국내 선수 중 6위 랭크된 2002년생 임태희 선수
세계유소년펜싱선수권 동메달, 아시아유소년펜싱선수권 금메달 등 차세대 여자 펜싱 스타
국가대표 넘어 더 큰 목표 품다…“최인정 선수(세계 랭킹 1위) 따라잡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펜싱 매력 알리고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

임태희 한국체대 펜싱 에페 선수
임태희 한국체대 펜싱 에페 선수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Alle!(펜싱 경기 시작 명령)’ 현대 펜싱은 타격 부위와 공격 방식에 따라 △플뢰레 △사브르 △에페 3가지 종목으로 나누고 있다. 에페의 경우 팔과 머리, 다리를 제외한 상체 찌르기만 허용되는 플뢰레나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의 찌르기와 베기가 허용되는 사브르와 다르게 전신 찌르기가 허용돼 일반인이 보기에 가장 이해가 쉬운 펜싱 종목이다. 칼이 상대 선수의 몸이 먼저 닿으면 된다는 비교적 단순한 규칙 때문에 다른 종목보다도 맞붙는 선수 간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그동안 한국 펜싱은 다른 인기 종목과는 거리가 있는 종목이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남현희 선수가 여자 플뢰레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펜싱은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후 열렸던 올림픽이나 국제 선수권에서도 위력을 보여주며 한국 펜싱은 무시할 수 없는 펜싱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임태희 한국체육대학교 여자 에페 선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국 펜싱을 이끌어갈 보석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세계유소년펜싱선수권대회 여자 에페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8 제30회 한국중고연맹회장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에페 개인전 우승, 2019 아시아유소년펜싱선수권 여자 에페 개인전·단체전 금메달 등 각종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왔다. 많은 국가대표 펜싱 선수가 거쳐간 한국체대에 들어오면서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5일 한국체대 체육과학관에서 임태희 선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태희 선수 (사진= 임태희 선수 본인 제공)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태희 선수 (사진= 임태희 선수 본인 제공)

■ 펜싱에 마음을 빼앗기다 = 중학생 시절 활발한 소녀였던 임 씨의 첫 펜싱은 해원중 펜싱부에서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키가 컸고 운동 신경이 좋다는 평을 많이 들어 다른 종목의 선수를 도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펜싱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학교 체육 선생님도 키가 크고 감각이 있었던 그에게 펜싱 선수의 길을 권유했다.

한국 펜싱이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시기였다고 해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는 남들이 흔하게 접할 수 없었던 펜싱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펜싱은 격투기와 비슷하다. 상대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공격을 할 것인지를 파악하면서 자신의 공격까지 생각해야 한다. 흐르는 긴장감과 상대방의 공격을 막고 역공을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대로 해원중 펜싱부에 들어간 그는 자연스럽게 펜싱 선수의 길을 밟게 됐다. 다른 펜싱 종목보다 공격 범위가 넓은 에페 종목에서 170cm가 넘는 큰 키와 빠른 순발력은 큰 장점이 됐다.

세계 대회나 각종 국내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향남고 재학 시절은 의외로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해도 대입 문제를 비롯해 미래에 내가 어떤 선수가 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며 “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그렇게까지 기쁘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 그를 지탱했던 것은 그가 가졌던 국가대표라는 꿈이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최선을 다해서 하면 언젠가 국가대표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는 펜싱 연습과 더불어 체대 입시를 준비했다. 한국체대는 수많은 펜싱 선수들이 거쳐간 대학이었던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국가대표를 넘어 세계 1위 ‘정조준’ = 한국체대에 입학한 이후 그의 실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제61회 대통령배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선수 선발대회’에서 여자 에페 개인전 4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한 기량을 뽐낸 그는 지난해 10월 그토록 바라던 국가대표가 됐다. 여자 에페 국가대표 중 유일한 2000년 이후 출생 선수로 세계 여자 에페 랭킹 1위인 최인정 선수를 포함해 송세라, 강영미, 이혜인, 신현아, 이신희, 유단우 등 쟁쟁한 펜싱 선배들과 함께 선정됐다.

이후 국가대표로서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 바르셀로나 펜싱 월드컵, 헝가리 부다페스트 웨스트엔드 그랑프리 등 많은 대회에 출전한 그는 두바이에서 열린 ‘Championnats du monde juniors-cadets’에서 33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에페 그랑프리에서는 27위를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5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월드컵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다음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국가대표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자 에페 신성으로 주목받는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세계 랭킹 1위다. 그는 “국가대표가 마지막 꿈인줄 알았는데 막상 돼보니 새로운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같은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현재 1위인 최인정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정점에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특히 그는 최인정 선수의 수비를 닮고 싶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저는 공격적인 성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에페 종목의 경우 공격성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해 방어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인정 선수는 받아치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쪽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 점을 닮고 싶다.”

공격을 하고 있는 임태희 선수 (사진=임태희 선수 본인 제공)
공격을 하고 있는 임태희 선수 (사진=임태희 선수 본인 제공)

■ “한국 펜싱 발전에 힘 보태고파” = 그에게 펜싱이란 ‘꿈’ 그 자체였다. 펜싱을 통해 꿈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꿈을 이뤄내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미래의 목표까지 정할 수 있었다. 그는 “펜싱을 통해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었고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펜싱과 함께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 발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선수 이후에도 FIE(국제펜싱연맹)에 소속된 국제 펜싱 심판으로도 활약하고 싶다는 그는 항상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말을 계속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국 펜싱이 이전보다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펜싱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펜싱 선배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펜싱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져서 한국 펜싱이 더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길 바란다. 한국 펜싱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열정에 사람들이 환호했던 것처럼 앞으로 지금의 위치에서 만족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겠다.”

인터뷰가 끝난 후 임태희 선수는 기자의 사인 요청에 아직 정한 것이 없다며 이름을 써줬다. 추후에 사인은 정할 예정이라면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사인 밑에 적을 말을 고민한 그는 “가지고 있는 목표들이 많지만 이를 이루기 전에 꼭 선행돼야 할 것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는 것 같다”며 ‘존경받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기사에서도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인터뷰가 끝난 후 임태희 선수는 기자의 사인 요청에 아직 정한 것이 없다며 이름을 써줬다. 사인 밑에 적을 말을 고민한 임 씨는 “가지고 있는 목표들이 많지만 이를 이루기 전에 꼭 선행돼야 할 것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는 것 같다”며 ‘존경받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기사에서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최정태 중앙대 외야수가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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