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광주보건대 기획실장)

김경태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광주보건대 기획실장)
김경태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광주보건대 기획실장)

변화의 바람이 분다. 대학교육 정책의 전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고사 위기에 빠진 전문대학에 대한 진단이 이뤄지고 있고, 고등직업교육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각종 개혁안이 전문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좋은 개혁안이 되기를 바라며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한다.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고등직업교육이 되기 위해선 전문대학의 ‘교육기능’, ‘평가제도’, ‘재정지원’의 세 가지 측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교육기능적 측면에서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수업연한 다양화가 선결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평생직업교육을 책임지고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전문대학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대학평가제도의 전면개편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앞에 설명한 기능과 제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

교육기능적 측면에서 언급한 수업연한 다양화와 평생직업교육은 전문대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메타버스, AI 등 미래먹거리를 찾기 위해 세상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고작 수업연한을 법으로 묶어놓는 어리석은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되어있는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영역에 일반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산업환경은 빠르게 변화하며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학령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이제는 생애주기별 고등직업교육의 보편화가 추진돼야 한다. 이는 그동안 기초 직업교육의 다리 역할을 수행해온 전문대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산업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편제 정원 내에서 1년~4년 과정의 다양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과개설 승인부터 개방형 직업교육학위 인정까지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각종 제도를 두는 것은 모든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을 옥죄는 각종 평가제도는 정작 교육 본연의 중요한 일을 추진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일정 부분의 순기능이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순기능은 이미 그 역할을 다했기에 이제는 평가제도의 전면 폐지 또는 각종 평가제도의 통합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선 재정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46.6%에 그치고 있다. 초등학교 128.9%, 중학교 119.6%, 고등학교 132.2%, 일반대학 68%에 비교하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참담한 수준이다. 2020년 교육부의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보면 전문대학은 5,045억(22.2%), 일반대학은 17,701억(77.8%)으로 대한민국의 어느 교육기관과 비교하더라도 철저히 무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문대학의 재정 상당 부분은 등록금에 의지하고 있다. 13년째 동결된 등록금은 대학의 재정을 한계상황에 이르게 했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대학의 재정운영은 붕괴되고 교육환경 투자는 중단되거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교직원들의 봉급은 오랫동안 동결되거나 감소되는 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세운 새 정부가 교육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주길 희망한다. 너무나 지치고 좌절에 빠진 많은 전문대학인들이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 변화의 바람이 “미래의 아이들이 꿈을 꾸는” 그 곳으로 데려다 주는 순풍이 되길 바란다. 전문대학이 반드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