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자녀는 부모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녀는 부모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질문은 필자가 자녀와 부모 관계가 좋아지도록 도와주면서 늘 하는 생각이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와 상담하면서도 같은 질문을 한다. 그리고 필자 자신에게도 이 질문을 적용한다.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필자가 학업과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A학생을 장기간 코칭한 경험이 있다. 그 아이는 사업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3남매 중 외아들이었다. 부모는 A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수 있는 재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그는 부모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필자와 상담을 마친 후에 새로운 힘을 얻어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필자의 도움을 받기를 강하게 원했다.

필자가 보기에 그 아이의 문제는 학업만이 아니었다. 심리적인 문제도 있었고 부모와의 갈등도 큰 문제로 나타났다. 또한 주변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학업 성적이 낮은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성적은 아이의 마음과 심리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의 문제와 심리적인 문제, 부모와의 관계 설정과 갈등 문제는 시간을 지체하면 할수록 그 골이 커지고 단단해져서 쉽게 해결되기 힘들게 된다. 그렇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필자는 늘 생각한다. 

A는 아버지와 초등학교 시절에 갈등이 생겼다. 그 갈등으로 세상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게 됐고 가정에서의 존재감이 작아졌다. 그렇지만 A는 부모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부모의 마음에 들고 싶었고, 인정받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에 A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A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기에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여동생의 행동을 따라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A를 만나고 몇 달이 지난 후에 A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부모에게 알렸다. 필자가 전략을 세워 노력하고 A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쓸 때 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부모가 도움을 준다면 A는 부모가 원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모와의 갈등도 사라질 것이고 학업도 좋은 성취를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필자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어머니에게는 A를 어머니가 기대하는 수준을 성취한 성인으로 대하라는 것과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깊기에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포옹을 적기에 제대로 꾸준히 해주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그런 애정 표현에 어려워하기 때문에 일주일간 언제, 어떻게 아들을 안아주고 아들을 안아주었을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세하게 써서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다른 말을 적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필자의 전략은 부모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필자가 제시한 전략이 이제까지 봐온 아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또 그렇게 해본 적이 없는데 새삼스럽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자기 자식인데 한 번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말 한마디 하는 것을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았다. 

필자를 만나기 꺼리는 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늦은 퇴근 시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A의 훌륭한 점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설명했고 다시 아버지의 협조를 요청했다. 아버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에 필자가 질문을 했다. 

“아버님에게 A는 어떤 의미가 있는 아들인가요? A가 어른이 되어 청소년기를 되돌아볼 때, A에게 아버님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A에게 현재의 아버님은 어떤 의미일까요?”

A의 아버지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선생님이 시킨 일을 실행하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또 다른 실망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는 다시 그 아버지를 향해서 조용히 질문을 건넸다. 

“아버님, 아버님께 아들 A는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