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든 교양강과 개방 '학생중심' 대학


어느 전문대학과 비교해 봐도 우수한 교육시설은 물론, 10대 1을 넘어서는 입시 평균경쟁률, 그리고 언제나 상위권을 기록하는 높은 선호도. 한양여자대학의 35년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양여자대학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양여자대학을 이끌고 있는 유길동 총장을 만났다. 유 총장은 초등학교,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대학교수, 그리고 대학 내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한 그야말로 교육전문가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항상 학생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대담 : 심준형 본지 발행인


총장님의 교육철학이 궁금합니다.

“초등학교에서 17년, 고등학교에서 7년, 대학에서 1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사로 40년 인생을 보낸 셈이지요. 그럼에도 교육철학이 뭐냐고 물어보면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전에 제 아버님이 ‘이소성대(以小成大)’ 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걸 이루라는 뜻인데요, 그게 바로 제 교육철학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보기에 따라선 작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의미가 무척 큽니다. 교사는 학생이 지닌 잠재적 능력을 발견해 크게 키워 주는 직업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총장은 교수님들이 잘 가르치실 수 있게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현재 전임교수만 162명이 됩니다. 그분들이 역량을 잘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게 바로 제 일입니다.”


총장이 된 후 마음가짐도 달라지셨는지요.

“총장이 된 뒤부터는 전공분야 학생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개인 시간도 많이 줄었고요. 대학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돈 문제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원점을 보자’고 다짐합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학생을 위해 일하고 그렇게 해야 마음도 편해집니다. 이번에 한양여자대학은 교양과목 자율선택제를 시도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꼭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제외하고 27개 학과가 교양과목을 전교생에게 열어놨습니다. 당연히 일부 교수님들이 반발했습니다. 비인기 과목 교수는 강의를 포기하라는 거냐면서요. 그렇지만 반대가 거세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학생들은 필요보다는 흥미 위주로 공부합니다. 예를 들어 한양여자대학 실용음학과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고 있습니다. 공부가 좋아서 오는 학생들입니다. 그런 학생들의 다양성·취향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양여자대학이 높은 입시경쟁률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다른 대학에 비해 좀 일찍 일선 고교로 입시 홍보를 나갑니다. 2학기에는 고 3 담임선생님들도 바쁘시잖아요. 그래서 우린 홍보 시기를 6월로 정했죠. 그런데 고교측에선 ‘한양여대는 커트라인도 높고 경쟁률도 높은데 뭐 하러 홍보 다니느냐’ 합니다. 한양여대의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괜찮은 학생들이 원서를 낸다는 의미입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는 통학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캠퍼스나 대학 시설도 훌륭하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좋은 교수님들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올해 교수님 7분이 정년퇴임을 하시는 바람에 10분의 신임 교수를 모셨는데 대단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학문적인 소양뿐 아니라 실제 산업체 경험도 풍부한 분들이지요. 실용적 교육은 취업으로 연결되고, 학생들이 그걸 보고 지원하게 됩니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는 거지요.”


예절서비스 교육인증제는 독특한데요.

“예절서비스와 기초 생활영어 2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졸업장을 받을 수가 없어요. 투덜대는 학생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만 되면 기술은 몇 달만 가르치면 된다. 그렇지만 반대의 경우 힘들다.’ 실제로 졸업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예전에 가르치던 제자가 얼마 전 절 찾아왔어요. 회사 내에서 구조조정을 했는데, 다른 사람은 다 나가도 자기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가 한일 합작 투자회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갔는데 착실함을 인정받아 비서가 됐어요. 재학시절 받은 인성교육이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전문대학에서 인성교육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건 상당히 중요한 문젭니다.”


첫 학사학위 전공심화 졸업생이 나왔지요.

“학사학위 전공심화는 제가 학장이 되자마자 던져진 과제였습니다. 당시 9개 학과가 신청했는데 그 중 5개 학과는 탈락시켰습니다. 영어·섬유디자인·치위생·유아교육과 등 4개 학과에서 시작했죠. 올해 치위생과와 유아교육과는 각각 2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직장인들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엔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공부했는데 이젠 스스로 벌어서 공부합니다. 그러니 허투루 가르칠 수 없어요. 등록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도록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반대로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은 대학에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학사학위를 하는 학과와 그러지 못한 학과 모두에 긴장감을 줍니다. 건강한 경쟁심이 생기는 거지요.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향후 2~3개 학과에 추가로 시행할 생각이에요.”


총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언가요.

“한양여자대학 기숙사를 짓고 싶습니다. 우리 대학엔 원거리 통학생들이 많습니다. 인천·의정부에서 오는 학생도 꽤 있죠. 그리고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을 들으러 찾아오는 학생도 많아요. 낮에는 출근하고, 저녁에 기숙사에 돌아와 공부하도록 지원해 주고 싶어요. 디자인 계열 학생의 경우 졸업작품전 준비기간에는 밤을 새서 작업합니다. 안쓰러울 정도죠. 실내디자인·외식산업·식영학·의상디자인과 등의 작업 공간을 기숙사 내에 두어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기숙사 내에 소극장도 만들어 원어로 영화를 보고, 영어·일본어 등을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게스트 하우스도 필요합니다. 올해 국제행정팀을 신설했는데, 외국인 유학생을 늘려갈 겁니다. 교내에서 이들과 교류하는 거지요. ‘생활과학관’이라는 기숙사 이름까지 벌써 정해 두었어요.”


치열한 경쟁 속 한양여자대학의 차별화 전략은.

“이번에 직원 2명을 새로 뽑았습니다. 한 명은 학생상담 전문가이고, 또 한 명은 취업상담 전문가입니다. 그분들께 ‘앞으로 2~3년 이내에 한양여대의 지난 35년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놓으라’고 주문했습니다. 한양여자대학 변화의 핵은 그동안의 발자취라고 봅니다. 과거의 노하우들이 축척되면 자산이 되고, 그러다보면 발전전략도 자연스레 나올 겁니다. 여성의 직업에 대한 차별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가부장제의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한양여자대학은 훌륭한 인품과 확실한 실력을 바탕으로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두고 보세요. 지금껏 걸어온 35년에 이어 앞으로는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사진 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유길동 총장은...
대전고교·서울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서경대에서 문학사·건국대에서 문학석사·중앙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센여학원대학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귀국, 초등학교과 고등학교에서 각각 17년간 교사로 지냈다. 1993년 한양여자대학 일어통역과 교수로 부임한 후 학생과장·2부교학부장·학사협력처장·평생교육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7년 9월부터 한양여자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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