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국가ESG연구원 원장)
각 대학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책임·투명 경영)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심의 정도는 다르다. ESG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정도가 대학 별로 천차만별인데, 대학은 ESG를 어떻게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대학 총장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대학 구성원들은 ESG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교육과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 행정과 경영혁신에 이르기까지 대학 전반에 ESG를 체계적으로 적극 도입하고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많은 대학들이 우수 학생 확보, 재정 문제, 졸업생 취업률 제고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들의 고민거리들은 ESG를 잘 활용하면 대부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는 대학은 지속가능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ESG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기본 개념들을 정확하게 알고 추진해야 한다. 기본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ESG를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해 인력과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다.
먼저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은 ESG의 정확한 개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ESG 관련 책과 기사·자료·칼럼 등이 대부분 ESG를 우리말로 잘못 표기하고 있다. ESG를 직역해서 ‘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하는 것은 ESG를 잘못 이해한 탓이고, ESG는 ‘환경·책임·투명 경영’이라고 의역하는 것이 맞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ESG 경영을 ‘환경·사회·투명 경영’이라고 할 것을 권장했는데, ‘환경·책임·투명 경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ESG를 대학 행정(경영)의 슬로건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ESG를 교직원이나 학생 대상 1회성 특강 주제 정도로 여기는 대학도 많다. ESG는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되고, 대학 혁신의 중요한 도구로서 활용해야 한다. ESG를 모든 학생에게 교육해 ESG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학생들이 전공과 더불어 ESG를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다면 취업에도 유리할 것이다. 학생들과 교직원이 평소 ESG를 잘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세계시민교육’ 또는 ‘세계시민교육과 리더십’ 등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많다. 이들 과목 중에는 지속가능성이나 ESG 관련 내용이 한 챕터 정도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정도로는 ESG를 추진하는 데 많이 부족하다. 대학들은 과감하게 ESG를 교양필수과목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 ESG 관련 과목들을 다수 개설해 학생들이 전공 분야의 지식과 함께 ESG를 잘 이해·활용하도록 교육한다면 학생들은 경쟁력을 갖고 취업에도 유리하게 될 것이다.
ESG 경영은 기업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들도 대학 행정과 경영에 ESG를 적극 도입·활용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학 ESG 경영의 예를 들면, E(환경)를 위해서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S(사회적 책임)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G(투명경영)를 위해서는 윤리와 준법 등을 잘 준수해야 한다.
모든 조직에는 비전·미션·핵심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조사해보니 정부 중앙부처 중에도 비전이 없는 기관들이 다수 발견됐다. 대학에는 비전만 있고, 미션과 핵심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SG 경영을 도입하려고 하면 먼저 비전·미션·핵심가치가 모두 있어야 하며, 이들 내용에 ESG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각 대학들은 체계적인 준비 없이 따라하기식으로 ESG 경영을 도입해서는 안된다. 각 대학들은 ESG 도입에 앞서 비전·미션·핵심가치가 제대로 있는지 점검해보고, 없으면 새로 만들고 있으면 ESG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이 ESG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먼저 총장이 ESG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 전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ESG 관점에서 산학협력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 ESG는 경영 트렌드의 하나로서 몇 년 후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틀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ESG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메가 트렌드로서 최소 수십 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므로 대학 당국과 대학 관계자들은 ESG에 전력투구해야 대학이 생존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