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교직에서 보면 교육의 최종 목적지는 대학입시처럼 보인다. 최상위권 대학이나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아이들만이 입시의 양지에 있고 그들만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입시의 그늘에 숨겨져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지은 심정으로 입시의 과정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은 입시의 양지와 다른 양지가 있고 입시의 그늘과 다른 그늘이 있다. 그것은 입시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매우 다르고 결과는 더욱 다르다.

필자 지인의 아들 A군은 공부를 매우 잘했다.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교 성적은 전교 최상위권이었기에 그가 원하는 대학의 수학교육과에 충분히 합격할 것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많은 기대를 했고 입시의 양지에서 의기양양했다. 그리고 수시전형에서 학교장 추천으로 그가 원하던 최상위권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합격하지 못했다. 결국 차선으로 선택한 다른 상위권 대학의 수학교육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대학 생활에 아주 만족했다. 그러나 졸업하고 취업 시장에 나왔을 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학에 입학할 때 높았던 입시 결과와 다르게 현실은 취업 가능성이 아주 낮았다. 수학 교사의 수요가 줄었고 임용고시를 몇 해 준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는 현실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복한 경험을 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인구 절벽이라는 암초에 막혀 점점 그의 꿈을 이룰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지인은 필자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자립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한다. 대학보다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최고라는 말도 한다. 

반면에 친구 아들 B군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상급학교로 갈수록 성적이 나빠졌다. 처음에는 아들의 천재성을 자랑하던 친구는 점점 아이에 대한 말이 없어졌다. 고등학교도 평범한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그 학교에서도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저 평범한 일반고 학생 중의 하나였다. 친구가 교사였기에 많이 힘들어했고 아들에게 실망한 모습을 필자에게 보이기도 했다. 결국 친구 아들은 가까운 전문대학의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그 사실을 필자에게는 숨겼다. 

전문대학에서 마음을 잡고 공부한 B군은 작은 회사에 취업했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탓에 회사에서 필요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관한 공부를 더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회사로 전직하게 됐고 직급도 높아졌다. 지금은 유명 대학교수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중견 직원으로 팀을 이끌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입사하면서 받은 스톡옵션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큰 부자가 될 수 있어 다른 회사로부터 제안 받은 스카웃도 거절하고 현재 회사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B군은 결혼해 최근 딸을 낳아서 행복한 날을 보내며 딸의 사진을 필자의 친구에게 보내고 있다. 이제 친구는 만날 때마다 아들 B 군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최상위권 대학과 주요 대학에 가는 아이들만이 인생의 양지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선택을 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만나는 사람에 따라 바뀐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하고 능력을 축적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양지와 음지는 달라진다. 지인 아들 A군과 친구 아들 B군을 봐도 그렇다. 둘은 나이가 비슷하지만 인생을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입시에서 양지에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자. 이 사회는 성적이 좋은 아이들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교 성적이 좋지 않지만 이 사회에 필요한 많은 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이 발전시키고 유지시킨다.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의 그늘에 있던 사람들이지만 입시의 그늘을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양지로 전환시킨 이들이다. 이런 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따라야 할 사람들이기도 하다. 입시의 그늘이 인생의 그늘이 아님을 선생님과 부모님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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