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 군산대 총장

이장호 군산대 총장
이장호 군산대 총장

윤석열 정부가 교육 분야 국정과제 1호를 ‘지역대학 활성화’로 정했다. 이와 함께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대학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구심점이라는 국가적 함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이 지역 균형발전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 소멸이 일어난다’는 예측과 함께 이미 공공연히 거론되던 문제였지만, 그동안 구체적 방안 없이 탁상공론식 이론으로만 다뤄졌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의 각 대학들은 정부의 탑다운 방식 대학혁신정책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일방적인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 그 무엇도 고칠 수 없음을 부득불 경험해야 했다. 

대학 위기론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온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함께 사회 전 분야에서 중앙집권화 현상이 급속하게 무너져 내리고 분산화가 심화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사실 이 현상은 교육영역에서도 예외 없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제 교육과 사회 트렌드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고등교육 역시 정부 주도 정책에 따른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의 자율 영역을 확대하는 바텀업 방식과 조화를 이뤄야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기회발전특구(ODZ: Opportunity & Development Zones) 정책을 도입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대학과 협력해 지역 특화산업모델을 만들고 파격적인 세제지원과 거침없는 규제특례로 기업의 지방 이전을 견인할 동력원을 창출한다는 취지다. 기회발전특구가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지자체와 대학협력 기반의 지역혁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역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젊은 층의 감소이고, 이들의 이탈 현상은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지방대학과 지자체가 유기적인 파트너가 돼 지역특화형 산업모델을 구축하고 건실한 민간기업들을 다수 유치하게 된다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립군산대학교는 장항, 군산, 그리고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와 근접해있어 기회발전특구의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다. 특히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를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9000억대 새만금신(국제)공항을 발주할 예정이어서 새만금지역이 공항, 철도, 항만 인프라를 갖춘 트라이포트로 구축될 전망이다. 트라이포트 구축은 내수 경쟁보다는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한다. 

새만금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거대시장과 인접해있고 중국 동해안 경제특구들과 최단거리에 있다. 또한 신항만 일대에 조성되는 스마트 수변도시는 항만배후도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완비한 친환경 주거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새만금 내부를 잇는 동서도로가 개통되었고, 세계잼버리 대회를 앞두고 남북도로도 머잖아 준공되며 새만금신항 인입철도 역시 구축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새만금은 도로, 항만, 국제공항, 철도까지 이어지는 광역교통망을 구비하게 되어 국제도시로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서울­-새만금공항 간 KTX 노선이 신설된다면 서울­­-새만금이 편도 1시간 거리에 들게 된다.    

요즘 중국의 하이난이 의료관광 허브로 대단한 활황을 누리고 있는데, 주변의 여러 지역을 잇는 브릿지로서 허브역할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자원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새만금과 유사한 점이 많다. 게다가 새만금의 도시 군산에 의료시설을 확충하고,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은 지역의 오랜 숙원으로 의료시스템 확충에 대한 지역사회의 열망이 매우 높다. 새만금 수변도시를 글로벌 메디컬비지니스 특구로 세워 세계적인 의료관광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은 이 같은 취지에 부합된다. 또한 이는 국가산업단지와 연계된 기회발전특구의 특화된 산업모델로 개발할 수 있는 당위성과 가능성이 충분할 뿐 아니라, 스마트 수변도시를 국제도시로 성공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장항, 군산 및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민간기업의 투자를 이끌기 위한 정주형 환경 구축에는 교육과 의료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가진 한국은 ‘의료 한류’를 경험했기에 이미 기술적인 측면에서 선두그룹에 속한다. 거기에, 새만금 트라이포트 구축으로 접근성과 편의성이 대폭 향상되고, 신비롭기까지 한 새만금의 아름다운 경관은 세계적 휴양관광지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군산새만금지역에 의료 비지니스와 관광 휴양 산업모델이 구축되고, 세제지원과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다면, 의료관광을 위해 해외로 향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부유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는 조건들이 충족된다. 그렇게 되면 광활한 국가산업단지에 경쟁력 있는 글로벌기업의 유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어 글로벌 국가산업단지 조성 또한 병행될 수 있다. 군산대는 이러한 변화의 성공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며 동반성장하게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국가적 난제인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을 강력하게 유도하는 것이 최상의 해법이다. 기업이 투자 입지를 선정할 때 먼저 고려하는 것은 기업 이전 시 근로자들의 이탈 여부이고, 추후 필요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회발전특구 조성 시 지자체와 지방대학은 원활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 기회발전특구의 성공 여부가 지방대학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군산대는 이미 유연한 학사구조 개편을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으며 이에 대한 구성원의 참여와 지역사회의 관심 역시 높다. 게다가 군산대가 구축하고 있는 지역체류형 인재양성 시스템을 통한 대학과 지역사회의 공조체계에도 좋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기회발전특구가 그동안의 변별성 없는 수많은 특구 중 하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말 그대로 특별한 기회로 발전하는 지역이 되어 국토 균형발전을 이끄는 위대한 지방시대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기회발전특구의 특성이 지자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지역의 특성을 온전히 살린 특성화된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으므로, 그 무엇보다 지자체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그 경쟁력은 해당 지역에서 연구개발과 함께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과 공동작업에서 나올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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