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공학대학교’로 교명 바꾸고 비전 선포, 브랜드 이미지 제고…시흥시와 지역혁신 플랫폼 구축
기존 12개 학과→AI‧SW, 스마트모빌리티, IT반도체, 탄소중립 에너지소재 등 4개 융합 단과대학 체제 전환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분야 7개 학과 신설 추진…‘네트워크’, ‘연구’, ‘교육’의 ‘신(新)산학협력 모델’ 정립
기술력·잠재력 보유한 신산업 분야 중소중견 강소기업 A-Calss 500 선정해 맞춤형 취업 지원 강화
국내 대학 최초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현실 공학전공 실습실인 FUTURE VR LAB 선봬…학생 만족도 높아

박건수 한국공대 총장은 교명 변경 계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공학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교명으로 변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박건수 한국공대 총장은 교명 변경 계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공학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교명으로 변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4년을 보내기는 싫었다. 욕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도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혹자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하지만 결국 변화는 누군가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지난 3월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 한국공학대학교의 교명 변경과 비전 선포를 주도한 박건수 총장의 이야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통해 디지털신기술과 신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산업의 흐름과 기술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산업 대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미래 공학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박건수 총장은 인터뷰 내내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강조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겠다는 의지도 굳건했다.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공학기술 선도대학’으로의 출발점에 선 한국공대의 앞날이 궁금해졌다. 지난달 2일 한국공대 총장 접견실에서 박 총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변화의 밑그림을 들여다봤다.

- 지난 3월 교명을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한국공학대학교’로 변경했다. ‘공학’에 방점이 찍힌 것 같은데.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게 10년 전이다. 지금은 시대적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기술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큰 과제가 생긴 거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다 죽게 생겼다는 위기의식도 생겼다. 더 이상 변화를 늦출 수 없었다. 산업기술대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필요성도 있었다. 교명 변경에 대한 열망이 높았고 본격적으로 작년부터 기치를 들고 교명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교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 구성원들이 대의에는 공감하나 각론으로 들어가니까 각 교수와 학과, 단과대에서 이해관계의 상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저항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서로간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들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비전을 만들 때 산업 대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미래  공학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변화의 필요성에 교수들이 공감해줘서 무사히 비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

- 이름에 걸맞는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설립한 대학이라는 특성상 공적 목적이 있다. 미래 신기술에 적합한 산업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설립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4개 부문의 특성화를 제시했다. 대학 체계를 미래 첨단산업 특화 분야 중심으로 개편해 기존의 12개 학과 체계에서 △AI‧SW대학 △스마트모빌리티대학 △IT반도체대학 △탄소중립 에너지소재 단과대학 4개의 융합 단과대와 7개의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분야의 학과 신설을 추진한다. 4개 융합대학은 특성화가 핵심이다. 특히 탄소중립 에너지소재대학은 탄소중립이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탄소중립을 구현할 때 기업 차원에서의 탄소중립 노력이 중요하다. 마침 시흥시가 탄소중립도시를 선언했다. 시와 함께 시화MTV산업단지에 소재한 제2캠퍼스를 지역 탄소중립혁신의 메카로 만들겠다. 산학협력과 미래 신기술에 적합한 산업기술인력 양성이라는 두 개의 가치는 일반대로 전환하고 교명이 바뀌었다고 해도 놓을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 한국공대만의 ‘신(新)산학협력 모델’은.
“산업대 시절의 산학협력은 비교적 쉬웠다. 기업-교수-학생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상시 협력을 통해 기업 및 학생들의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는 산학협력 모델인 엔지니어링하우스(EH)와 가족회사 등의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해왔다. 10년이 지나니 다른 대학이 따라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세울 게 없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이걸 어떻게 고도화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지 고민했다. 새로운 산학협력은 ‘네트워크’, ‘연구’, ‘교육’의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연구’ 측면에서 기존 EH를 기업참여형 개방EH, 대학 내 융합연구의 중심이 될 융합EH, 물리적 시공간 협력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메타EH로 고도화해 기업의 연구 역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 측면에서는 기존의 파편화된 캡스톤디자인을 Advanced캡스톤디자인으로 고도화하려 한다. 기업의 문제를 장기 PBL기반으로 해결하는 심화형 기업주문 캡스톤디자인과 지역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 내 혁신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교육과정 운영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Advanced Learning Lab을 운영한다. 또 기업 연계 공학연구 집중수행 후, 연계 기업의 현장실습으로 취·창업까지 이어지는 몰입형 공학연구-현장실습 연계 현장교육모델(TU-SHIFT+)를 도입하고자 한다. 몰입형 공학연구-현장실습 연계 현장교육모델(TU-SHIFT+)은 PBL 전공교과, 현장실무 정규‧비교과,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대내외 성과발표, 취·창업을 인증제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연계해 지원하는 한국공대의 산학연계특화 교육모델이다.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기존의 4000여 개의 가족회사와 중소중견 강소기업으로 이뤄진 A-Class 500 기반의 새로운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요즘 우리 학교 학생들이 중소중견기업을 안 가려 하는 이른바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정작 해당 기업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A-Class 500은 우리가 선별한 기업이다.” 

- 중소중견기업이 학생들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옥석 가리기를 했다. 시화반월산단 소재 1만5000개 기업 가운데 학생에게 추천할 만한 기술력과 잠재력이 있고 신산업 분야 기업들을 골라낸 게 A-Calss 500이다. A-Class 500의 의미는 졸업생이 그 기업에 가도 미래를 걸 수 있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아무 기업이나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연봉도 35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괜찮다. 현재 졸업생들의 A-Class 500기업 취업률 10%에서 목표치를 30%로 상향했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정도만 돼도 성공이라고 본다. 사실 과거처럼 학생들에게 중소기업 취업하라고 하면 꼰대같은 소리로 들릴 거다. 저도 그건 안다. 일방적으로 말할 순 없고 반찬을 줘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A-Class 500 기업의 목록을 수시로 점검해서 바꾼다. 그 기업에 재직 중인 선배들의 평가가 중요하다. 해당 기업 재직자 선배들한테 피드백이 오면 다시 추가하기도 한다. 얼마나 학생들을 만족시킬지가 고민인데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시간에 쫓긴다고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공감을 받아야 오래 간다. 지속적으로 남은 기간 동안 매진할 거다. 하나라도 되면 성공이라고 본다.” 

- 비전선포식에서 5대 전략 방향 가운데 하나로 ‘메타버스 교육혁신’을 내세웠다.
“많은 대학들이 메타버시티(Meta-versity)를 주창하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공허하다. 주로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한국공대는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AR‧VR 기술을 적용한 메타버스 공학교육 모델을 개발해 첨단 교육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국내 대학 최초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현실 공학전공 실습실인 FUTURE VR LAB을 선보인 바 있다. 실제로 교과목을 적용해 학생들에게 수업을 했는데 만족도가 무척 높다. 물리 과목을 예로 들면, 실험을 하는데 메타버스 기기를 쓰고 조작해보면서 하니까 재미있어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만 설명을 들었던 내용을 실제로 해보니까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이해가 빠르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면수업이 이뤄진다 해도 메타버스 교육은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올해에는 학생이 집에서도 실제 대학 캠퍼스와 같은 메타버스 환경에서 대학의 실습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공대 자체 메타버스 캠퍼스 플랫폼도 구축했다. 올해 신입생 대상으로 기초교과 프리스쿨 과정을 메타버스 콘텐츠로 제공하기도 했다.”

- 학생의 전공 선택권 강화를 위해 TU-다전공제를 운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산자부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과 기술변화에 누구보다도 민감하다. 요즘은 한 전공만 해서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 수준을 맞출 수 없다. 인문학적 소양은 별개로 하고 공학의 경우 융합전공이 아니고선 안 된다. 쉽게 말해 기계만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융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융합을 한다 해도 기존 단일전공이 약화되는 건 아니다. TU-다전공제를 통해 학생이 전공심화트랙 또는 다전공트랙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존 학문 분야와 신산업분야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를 위해 융합전공 전담 미래대학을 운영하고 지속적인 신산업 분야 융합전공을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미래기술에 대한 교육의 민첩성을 확보하고 적시에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시흥시와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시흥시장과의 관계도 좋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시흥시와 함께 운영한 지역사회 참여 교과(CE)는 지난해 2300여 명의 재학생이 참여하는 등 대표적인 대학-지자체 간 협업사례로 볼 수 있다. 지역사회 참여 교과(CE)는 Community Engagement의 약어로 기존 정규 수업내용에 지자체의 다양한 현안과 문제를 주제로 접목해 과제를 수행하는 교과목이다. 올해에도 한국공대-시흥시 대학생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을 통해 공학기술, 스포츠, 예술 등 대학의 동아리가 보유하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지역 청소년, 취약계층 아동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대학의 시계는 느리다. 시간은 제 편이 아니라는 얘기다. 교수는 수십 년의 시간이 있지만 제게는 딱 4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욕심 내지 않으려 한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비전을 중심으로 한 방향들이 조금이나마 단초가 되고 시금석을 깔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남들이 보면 우스울 지 몰라도 특정 부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과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도체면 반도체, IT면 IT, 에너지 분야에서 보면 거긴 한국공대가 이런 건 좀 잘하잖아라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어도 한국공대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금석을 깐 총장이 되겠다. 한국공대 초대 총장이니까(웃음). 시작은 미미해도 앞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한국에서 이름있는 공과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박건수 한국공대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메타버스 기반 AR/VR 가상현실 공학 실습실인 FUTURE VR LAB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박건수 한국공대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메타버스 기반 AR/VR 가상현실 공학 실습실인 FUTURE VR LAB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박건수 한국공대 총장은...

198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해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장,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산업정책실장, 산업혁신성장실장 등을 거쳐 2019년 12월 한국공대 제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장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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