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칼럼 엮어 구성한 <사람과 행정> 출간, ‘대학 행정 전문가’로 명성 날려
대학 행정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우리가 쓰는 삶의 언어로 풀어내
“행정은 삶의 과학”, “사람과 삶을 잊은 행정은 기계와 다를 바 없어”
대학을 미디어의 관점으로 해석, “행정이 대학 혁신의 필수적인 연결고리”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사진=한명섭 기자)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행정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불변의 법칙이 아닙니다. 행정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해 나가면서 행정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긴 다양한 관점으로 행정을 바라보니 사람 냄새가 나는 친숙한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2014년부터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되는 대학 행정 강좌가 있다. 이후 지금까지 15학기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 강좌를 이끄는 것은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이다. 유 부장은 1993년 대학 행정인 생활을 시작한 이후 대학 행정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부장이라는 직책보다 대학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대학 현장을 누비며 지금까지 쌓아온 대학 행정 경험을 나눠주고 공유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사람과 행정>은 2010년 <캠퍼스 편지 : 대학 행정 현장에서의 작은 성찰>과 2017년 <대학 행정인의 생각>에 이은 그의 3번째 저서다. 특히 <사람과 행정>은 그동안 그가 한국대학신문의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기고한 40편의 칼럼으로 구성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29일, 고려대에서 출간 기념으로 열린 북토크 행사에는 본지를 비롯한 그의 강의를 들었던 대학 행정 실무자 및 관계자들이 여럿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행사 내내 책에 대해 내린 공통된 감상은 “그가 말한 행정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이었다.

-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이번이 벌써 3번째 저서다. 느낀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 작성하기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어느새 3번째 출간까지 왔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대학 행정은 고유의 업무 속에서 조화를 이룰 방법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학 행정 현장에서 묵묵히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목표한 바를 이뤘다는 성취감, 이루지 못해 아쉬운 마음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호흡하고 나아가 갈등이나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수많은 만남을 통해 형성된 현장 경험은 나에게도 소중했지만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행정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대학이나 사회가 귀담아주길 바랬다. 또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집필하게 됐다. 대학에 속한 사람으로서 ‘명함을 가지고 사는 삶’에 즐겁게 임하고 싶었다.”

-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책 제목에 넣은 이유가 있나.
“<사람과 행정>은 그동안 한국대학신문에 보낸 칼럼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그동안 대학 행정에서 오래 몸담아오면서 느낀 것을 얘기하자면, 행정은 사람 중심의 조직이고 고뇌하는 삶을 주제로 하는 과학이라는 사실이었다. 책 내용에서 나온 100가지 행정의 개념 설계 중 ‘행정은 삶의 과학’이라고 정의한 부분이 이것이다. 따라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계적인 행정이 아닌 인간적인 행정이 필요하고 행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행정과 대비시켜 책의 전반적인 정서를 ‘사람 중심’에 맞추고 싶었다. 실제로 책을 출간한 이후 읽었던 독자들의 후기에는 행정 관련 책보다는 사람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와 좋았다는 감상평이 많았다. 사람과 함께하는 행정 저서를 만들고 싶었던 개인적인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기존의 행정 관련 저서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보통의 행정 관련 저서들은 학문적 접근을 통해 학문적 용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사람과 행정>은 대학 행정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우리가 쓰는 삶의 언어로 풀어냈다. 또한 ‘행정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 100가지 답변을 그림과 짧은 글로 정리해뒀다. 행정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말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학 행정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이 그 상황을 극복하고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정리를 꺼내 활용하길 바랬다. 그래서 학문적 관점에서 이 책은 기초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리포트 수준의 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학문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느낀 바를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과 행정>은 행정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책에서 나온 수많은 정보와 현장 경험들을 행정학이나 교육학으로 다듬어 활용할 수 있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대학 내 행정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사람들은 대학은 교수와 학생이라는 개인의 역량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이해해왔다. 대학을 하나의 생태계 관점에서 분석하지 못했다. 대학의 위기라고 불리는 시대지만 교수나 학생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대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서 행정은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 고유의 목적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한 토양이자 양분이 돼야 한다. 교수와 학생이 중심이 되는 대학의 구조를 만들고 대학과 사회가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행정이 대학 혁신의 필수적인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행정 시스템 자체를 되돌아보고 재설정해야 한다. 이전에 대학들은 행정 시스템을 받아들일 때 정부의 관료주의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적용했다. 학문의 자유를 외치면서 정작 대학 행정은 통제에 적합한 시스템을 활용하니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던 것이다. 앞으로 행정은 ‘얼마나 통제를 잘하나’의 문제가 아닌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 위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연결을 통한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대학을 미디어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관련 행정 능력을 갖춰야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앞서 말했던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서 행정 현장의 목소리를 대학이나 사회가 귀담아 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행정 분야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어느 공동체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갈등과 이에 대한 문제해결을 다루고 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 소개된 상황에 공감하고 앞으로 있을 위기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시대 속에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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