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50일이 됐다. 개혁의 골든타임도 속절없이 흘러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 노동, 연금, 교육개혁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이중 연금개혁과 교육개혁을 책임질 장관이 아직 공석이다. 그러다보니 개혁은 지체되고 현장에서는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재송부 시한이었다. 이제 공은 다시 윤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개혁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마냥 장관 임명을 미뤄둘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방학을 맞이해 각종 협의체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대학총장 모임인 한국대학총장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일주일 간격으로 열렸다. 총장들은 하나같이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에 비해 교육부의 설명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개혁의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개혁정책이 겉돌고 있는 원인을 장관의 부재(不在)에서 찾고 있다. 한마디로 “응급처치가 시급한 상황에 주치의가 없는 꼴”이라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윤석열 정부의 개혁 진용은 이미 엉망이 됐다. 처음 교육부장관에 낙점받았던 김인철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이후, 후임 교육부 장관 임명이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다. 또한 대통령실 교육개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교육과학기술특별보좌관도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채 그 후임자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교육개혁을 이끌어 갈 쌍두마차가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전선은 점차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칫 이러다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당면한 교육 현안조차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바 7월이면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는데 과연 교육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은 그 자체로 교육개혁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맡아 왔던 여러 행정 사무들이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장기적인 조망 아래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정, 입시와 관련된 중요 정책들을 심의하는 기관인데 어떻게 교육부와의 협조 체제를 구축할 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이 일은 오롯이 새로 임명되는 교육부장관의 몫이기에 더욱 답답증이 난다.

교육개혁은 현 정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전 정권부터 추진해 온 일이다. 지금처럼 장관 자리를 오랫동안 공석으로 두는 것은 개혁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이는 집권세력뿐만 아니라 정부 비판의 책임을 맡고 있는 야당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개혁이 무엇인가? 기존의 게임 규칙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기존 제도의 틀을 바꾸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자가 있고 손해를 보는 자도 생긴다. 그러기에 의견도 분분하고 과정 자체가 매우 혼란스럽다. 이 혼란상을 수습하고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장관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우리 현대사를 돌아봐도 이 말은 일리가 있다. “혁명은 총칼에 눌리니까 꼼짝을 못하지만, 개혁은 살아있는 여론 가운데 추진을 해야 하니까”(박관용) 어려운 것이다.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강력한 의지와 열정을 가진 개혁가가 필요하다. 

대통령제하에서 장관직은 국무위원이자 대통령의 참모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기에 그들은 대통령 국정 운영의 한 부품에 불과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장관 자리가 갖는 권한을 생각하면 언감생심이다. 장관론(김광웅)에 의하면 장관의 조직운영 방침과 장관이 정하는 정책방향과 내용은 부처 내에서 거의 절대적이다. 한마디로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중요한 개혁정책이 내려질 수 없는 것이다. 

교육개혁은 교육부장관이 최종책임자다. 누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신한다면 그 자체가 비정상이다. 그러니 교육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하루빨리 적임자를 골라 장관으로 세우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벌써부터 윤 대통령이 직접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반도체 인재양성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한 대학지원을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견(異見)을 조율해 교육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 수장인 장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그 수장노릇을 해야 할 장관이 공석이니 이 일을 어찌할 꼬. 먼 산만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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