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항쟁’ 역사 담아 1989년 초판 출간 시 필화 겪고 33년만에 개정 출간

오봉옥 교수와 시집 '붉은산 검은피' (사진=서울디지털대 제공)
오봉옥 교수와 시집 '붉은산 검은피' (사진=서울디지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원지 기자] 오봉옥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서사시 『붉은산 검은피』를 33년 만에 개정 출간했다. 『붉은산 검은피』는 김지하의 『오적』, 이산하의 『한라산』과 더불어 1970~80년대 필화(筆禍)를 겪은 대표적 시집 중 하나다. 

『붉은산 검은피』간행위원회(임우기 간행위원장)는 “이 시집은 문학사적으로 다시 읽혀야 할 시집”이라며 “개정 출간을 위한 후원자를 모집했고 201명이 호응해 개정판이 출간됐다”고 말했다. 

‘1946년 화순탄광노동자 사건’은 1989년 이 시집 출간 후 여러 매체의 노력으로 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번에 다시 선보이게 된 『붉은산 검은피』는 단순 재출간이 아니라 저자가 많은 부분 수정을 가했다는 점에서 수정판이다.

해설을 맡은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수정이라기보다는 전면적 개정에 가까운 바 덕분에 장시의 서정적 본때가 그대로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 시집을 간행한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간행사’에서 “이 시집은 서사무가의 전통을 이어받아 1946년 화순항쟁으로 인해 산화한 탄광노동자들과 마을 주민들의 넋을 위무하는 진혼가”라 평하면서 “주인공 석이를 비롯한 민중들과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따로-함께’하는 다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뜻 깊은 시집”이라고 말한다. 

저자인 오 교수는 ‘시인의 말’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화순항쟁으로 인해 숨진 큰아버지를 위무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는 묻혀 있던 한 사건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숨겨진 가족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섯!’ 등이 있다. ‘영랑시문학상’과 ‘한송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와 계간지 ‘문학의 오늘’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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