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울산과학대 총무처 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 총무처 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 총무처 부장

경북의 한 대학기숙사 학생이 통금시간이 지나 밖으로 나가지 못하자, 창문을 통해 나가려다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매스컴은 기사의 제목으로 ‘통금시간 지나서 기숙사 탈출하다 추락’이나 ‘통금시간 지나 나가려다…기숙사서 추락사’로 적어 통금이 사고를 부추긴 듯한 불편감을 내비쳤다. 통금이 기숙사의 학생을 ‘통제’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학생의 ‘안전’을 위해 규정한 통금 본래의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기숙사가 통금을 실시하는 이유는 대학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통금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대체로 자정부터 다음날 5시까지 출입을 제한한다. 만약 학생이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할 사정이 생기면 외출이나 외박을 신청하면 된다. 통금시간에 아프거나 긴급한 가정사가 생긴 때도 연락이 가능하다.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벌점을 받는다. 생활관에서 거주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므로 입사와 퇴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생활관은 다수의 학생이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쾌적한 환경 조성에 반하거나 모범 행동을 할 경우 벌점과 상점을 주어 질서유지와 생활 태도를 지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숙사의 통금 제도에 대해 상당수의 학생이 기숙사가 ‘안전’을 앞세워 자신들을 ‘통제와 강제’한다며 불편감을 드러내고 있다. 성인에게 통금을 강요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이며, 자신이 거주지의 출입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기본 권리라고 주장한다. 대부분 기숙사가 거주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규정을 일방적으로 정해 놓고 강제적으로 따르라고 하는 것은 ‘자유권 침해’라고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이런 학생의 진정서에 대해 인권위는 기숙사가 학생의 안전과 공동생활 공간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데 따른 제한은 학생의 행동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의결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기숙사의 통금이 학생들의 인권 침해나 행동 자유권 침해 주장에 대해 기숙사 측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통금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금 지지자는 외부인 출입 방지나 늦은 시간 귀관(歸館)에 따른 소음을 염려했다.

먼저 외부인 출입 사고는 통금을 실시하지 않는 기숙사나 통금 시간이 해제된 때에 주로 발생했다. 울산의 한 대학 기숙사에 외부인 몇 명이 무단으로 침입해 여사생실 문을 두드려 학생들을 불안에 떨게 한 사고가 있었다. 통금이 실시되지 않는 대학이었고 한밤중에 일어났다. 부산의 한 대학 기숙사에 외부인이 여사생실로 들어가 성폭행한 사건도 통금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시기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늦은 시간, 기숙사에 들어 온 학생의 이동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샤워기의 물소리는 공동생활자의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아파트에서의 소음으로 주민들이 불편감을 호소하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그들의 공간은 넓기라도 하지 않은가. 이에 반해 기숙사의 사생실은 벌집처럼 붙어 있어 소음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분명하다.

학부모도 통금이 규칙적인 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필요성을 언급했다. 필자가 기숙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자녀가 배정받은 기숙사에 통금이 없어, 새벽까지 귀관하지 않고 불규칙한 생활을 한다며 교내에 있는 다른 기숙사와 똑같이 통금을 실시해 줄 것을 학부모가 건의해왔다. 당시에 통금이 있는 기숙사도 운영 중이었다. 학부모는 원룸처럼 출입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대학기숙사를 선택할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자녀를 대학기숙사에 보내는 것은 기숙사가 부모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해 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이상에서 통금이 학생들의 안전과 공동생활 공간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은 명확해졌다. 대학기숙사는 통금을 실시하되, 학생들이 불편감을 완화할 수 있는 사안을 찾고 세부 지침을 마련해 융통성 있게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시험 기간이나 과제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해야 하는 특정 기간만이라도 통금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하거나, 한시적으로 통금을 중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실행에 앞서 통금이 없는 시간대에 발생한 사고를 재현시키지 않기 위해 안전이나 보안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더해질 때, 통금은 학생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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