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최근에 구리에서 볼일을 마치고 서울 수유역에서 기다리는 가족을 태우고 다른 목적지로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구리에서 수유역까지 거리는 약 20㎞였다. 뜨겁고 습한 날씨에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니 빠르게 가야 할 것 같았다. 우선 자동차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을 켰다. 가는 경로와 도착시간이 표시됐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여러 경로가 제시되었는데 가장 빨리 도착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그래도 그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면서 휴대폰의 길 찾기 기능을 켰다. 같은 목적지였지만 도착시간이 15분이나 빠르게 표시됐고 경로도 다르게 나타났다. 

두 가지 경로에서 필자는 휴대폰의 경로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출발했다. 그런데 두 프로그램이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프로그램을 모두 작동시키고 운전했다. 두 기계는 서로 경쟁하듯이 안내했고 필자는 두 기계에서 나는 소리를 가려가면서 운전했다. 그러다 무심코 자동차에 내장된 기계의 말을 들으면서 운전하는 나를 발견했다. 과거부터 거의 무의식적으로 듣던 목소리라서 그런 것 같았다. 아차 하면서 다시 경로를 되돌아서 휴대폰이 알려주는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이미 새로운 경로로 들어섰기에 원래 휴대폰에서 제시했던 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이 경험을 통해 학생의 진로지도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학생의 진로를 지도하는 교사가 모두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며 지도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교사의 철학이나 지식, 접촉하는 사회적인 분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목적지에 가는 경로를 다르게 제시한다. 어떤 교사는 필자의 자동차 네비게이션처럼 필요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지 않은 상태로 지도할 것이다. 어떤 교사는 휴대폰의 길 찾기 기능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다. 어느 교사가 맞고, 어느 교사가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로진학 지도가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진로지도는 대학 진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 졸업 이후의 삶과 연계된 진로지도가 학생들의 삶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진로지도는 대학 입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대학의 무슨 전공을 선택해 진학하면 어떤 길로 갈 것이라는 막연한 지도가 만연해 있다. 실제 사회는 고등학교에서 지도하는 것과 같이, 어느 대학의 무슨 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같은 계통의 직업을 갖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오래 대학을 다니지 않았을 경우가 더 유리한 상황도 많다. 그만큼 대학 졸업자와 사회에서 원하는 인력과는 거리가 멀다. 몇 달 전에 어느 조사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 중 60% 이상이 이공계이지만 현재 대학에서 양성하는 인재 중에 이공계는 3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진로지도를 한다는 것은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만든 네비게이션 프로그램과 같다. 새롭게 신설된 도로가 입력되지 않았으며 현재 공사 중인 구간이 표시되지 않은 것과 같다. 그것은 엉뚱하게 시간과 연료를 낭비하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가게 하고 결국 도착시간이 제대로 맞추기 어려운 지도가 될 수 있다.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으며 어떤 분야는 인력이 부족하므로 대학의 입학과 졸업 정원을 줄여야하는지의 정보를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 정부의 탓도 클 것이다.

학생이 목표하는 곳으로 가는 경로는 다양하다. 그 경로가 새로운 정보를 제대로 반영해 길을 안내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것은 진로를 지도하는 교사의 몫이자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몫이고 학생 개인의 몫이다.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필요한 전공도 있고 기업에서는 수요가 없는 대학의 전공이지만 입학성적은 우수한 전공도 있다. 학생의 성적이 어떻든 간에 그 학생의 생계를 위한 능력을 키우는 곳으로 안내하는 진로지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최신 정보를 반영해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과 같은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