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의원 등 공동 주최 토론회 4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려
중앙정부‧지방정부‧교육청 재정 분리돼 효율성↓
“OECD 38개국 중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 최저 수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적 상생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장혜승 기자)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적 상생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장혜승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의 통합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편성과 집행, 심의를 각기 다른 기관에서 하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상 재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진단에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초·중등 교육비 지출에 비해 최하위권인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교육위 간사)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적 상생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해  교부금 중에서 교육세를 떼어내 고등교육 부문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 재원배분 효율성 증진 측면에서 교육재정과 지방재정 통합해야 = 전반적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을 통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가재정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시도교육청의 재원 조달 책무 없이 지출만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효율성을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교부세의 일종인 보통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인 보통교부금의 재원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교육재정 부문의 실제 재정수요를 반영해 재원을 배분하고 나머지는 일반지방공공서비스 공급을 위한 재원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지방공공서비스 전 부문을 통합적 관점에서 재원을 배분함으로써 전반적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축소하기 위해 단계적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일례로 교직원 인건비와 교육복지지원비 항목을 우선 보통교부세에 포함하고 최종적으로 두 재원을 통합하는 방안을 들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도 교육 예산을 현실화하기 위해 교육 재정과 지방 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재정, 지방정부 재정, 교육청 재정을 분리해서 운영하다 보니 편성과 집행은 각기 다른 기관에서 하고 심의는 지자체 의회에서 단일하게 하는 형국”이라면서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된 지방분권 특별법 제12조를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통합관리의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 비해 부족한 교육청의 투명성 보완을 통해 신뢰 회복과 정책 현황 파악을 통한 정책 수립이 가능케 하려는 취지에서다. 중복된 업무 특성상 통합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 사업들도 근거로 제시했다. 정 소장은 “이미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등 교육청 예산에 들어가지 않는 교육경비보조금이 무려 8000억 원”이라면서 “이런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보지 않으면 예산이 부족하다고 계속 지원하는 왜곡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예산 소진을 위해) 중학교에서는 입학지원금과 태블릿PC를 지원하지만 대학은 전자칠판도 설치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교육·보육 분야 내 재정 칸막이를 제거하고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의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OECD 최하위권 고등교육 지원해야 = 참가자들 모두 OECD 최하위권인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은 OECD 평균 1인당 GDP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나라가 초중등 교육비 지출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고등교육 지출은 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부터 평생직업교육까지 생애주기별 모든 국민에게 종합적 교육 서비스를 고르게 제공하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정창수 소장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대학교육과 직업교육 등 평생교육 차원의 종합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일례로 국공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역소멸을 막는 사례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공립대를 무상화하는 데 추가 재정이 3조 원밖에 안 든다. 지방대를 살리는 시작점이 바로 지방국공립대를 살리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정된 재원을 고등교육과 나눠 쓰는 것이 교육적 관점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민세진 교수는 2019년 통계청의 연령별 1인당 소비 조사 결과를 통해 교육에 대한 공공 소비가 초중고에 집중된 점을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장기적으로는 기술환경 급변에 따른 재교육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고등교육이 중등교육과 재교육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OECD 기준 1인당 교육비 지표를 보면 (국내)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굉장히 불균형하게 전개됐다”며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하고 추가 재원을 적극 확보해 초·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 간 균형과 전반적인 교육 재정 확대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토론회 개회사에서 “내국세 20.79% 비율은 놔두고 한정되게 쓰는 부분을 넓혀서 대학에 쓸 수 있게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골고루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 올해를 넘기지 않고 제도가 바뀔 수 있도록 의견을 내달라”고 말했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교육계 내부 입장 통일이 먼저 =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입장 정리가 선결과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너무 과하게 교부되고 있다는 기사를 처음으로 보도한 오세현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관련 사안을 반년째 이어온 입장에서 기사 보도 당시 강원도교육청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속이 다 후련하다’는 격려 전화가 빗발쳤다”며 “교육계 내부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필요성과 적정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반발이 과연 일선학교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결과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또 현재와 같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 당국은 교부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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