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열 부산·울산·경남·제주 입학처장협의회 회장(동의대 입학홍보처장)

김삼열 부산·울산·경남·제주 입학처장협의회 회장(동의대 입학홍보처장)
김삼열 부산·울산·경남·제주 입학처장협의회 회장(동의대 입학홍보처장)

오늘날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20세기 후반 3차 산업혁명으로 도래된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사회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정보기술 기반의 초연결 사회로 나아가게 됐다.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던 컴퓨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실행하는 인공지능으로 진화했다.

미래인프라연구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시대는 ‘기계의 지능화’ 시대로 고성능 정보 처리‧수집‧연산을 위해서는 ‘초고성능‧초저전력’ 반도체 기술뿐만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 센서, 통신 및 보안, 구동 및 제어 반도체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미래 사회와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질적‧정책적 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는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해 미국과 EU는 수십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도 대규모 보조금 조성 등 적극적인 반도체 육성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TSMC 구마모토현 공장에 4.5조 원 지원 계획을, 독일에서는 인텔 마그데부르크 공장에 8.9조 원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투자건당 최대 30억 달러 지원과 더불어 25% 세액공제 법안을 논의하는 등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대책 마련을 촉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가 반도체 초대강국으로 가기 위해 ⓵기업 투자 총력 지원 ⓶민관 협업 기반 인력 양성 ⓷시스템 반도체 선도기술 확보 ⓸견고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 등을 수립하고자 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반도체 초대강국을 달성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미래 모빌리티 △로봇·AI △바이오 등의 반도체 plus 산업을 통해 반도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수요산업까지 제시함으로써 반도체의 수요를 늘리면서 진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기업 투자 총력 지원 방안은 인프라 제공을 내세우면서,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용인·평택 단지 대상 필수 인프라 지원을 검토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기업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가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수도권 지역인 용인·평택 지역 이외에는 추가적인 지원 대책이 없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인력 배출을 위한 대학‧대학원 교육에 내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변 지역 산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반도체산업의 국가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조화로운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수도권의 집중적인 투자계획은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 소외감을 줄 수 있고 국가균형발전 저해 요건으로 보인다.

반도체 초강대국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개발의 단계에서 벗어나 지역이 고른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전력이 호남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신설됨으로 인해 광주와 나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에 에너지산업이 학‧연‧산 체계를 구축한 것처럼, 영남권에 반도체 산업의 일부 분야를 집중할 수 있는 산업단지의 조성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된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3대 차세대반도체 기술로 제시된 △전력반도체 △차량형반도체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포스텍, UNIST, DGIST와 같은 지역소재 과학기술중점 대학들과 지방거점국립대들을 중심으로 거점 연구 및 교육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또 동일지역의 사립대학들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해 기술확보와 산학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산업기반이 형성되지 않고 단순히 반도체학과 신설 및 증원 계획서의 지역 안배만으로는 우수 인력의 반도체 관련 학과들에 대한 관심이 충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추세에 따라 진학대상자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수가 이미 전국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하게 된 현시점에서 수도권 반도체 관련 학과들의 신설로 인한 대학 입학정원의 증가는 수도권 이외 지역 대학들의 학생모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2031년까지 15만 명 이상의 반도체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및 대학원을 통한 반도체 인력 양성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일부 비전공 학생들의 복수전공 및 부전공을 통한 ‘반도체 brain track’ 운영과 더불어 반도체 관련 학과의 신설 및 증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인구감소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절대 인구수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대학 입학정원 규모의 확대는 학생들의 선택권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 매몰돼 다양화를 통한 지역특색 강화 등의 균형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요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관련 학과의 입학 인원을 확대하면서 수도권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총 입학정원 수의 변화 없이 대학 내 학과별 정원의 이동을 통한 반도체학과의 신설 및 증설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타 학과로 입학한 인원들을 추후 재학하는 동안 전과를 통해 반도체 관련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유연한 학사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연결 사회, 인공지능 사회로 진화해 감에 따라 소유의 개념이 바뀌고 관심의 영역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미래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예상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 집중과 안배, 경쟁력과 공존력 등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초강대국 대한민국을 위한 넓은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집중화를 통한 국가경쟁력의 향상과 더불어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한 만족감 향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의 기술분야 및 공정분야의 분석을 통한 지역안배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산업에서 전력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AI 반도체 등 집중 개발해야 할 기술분야 및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 등의 공정에 따른 시설투자를 지역 안배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구축된 시설들을 바탕으로 산‧학‧연 체계가 완성될 수 있는 인력양성산업에 집중한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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