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

지난 7월 ‘BMW 엉따(엉덩이 따뜻)’ 사건이 언론에 집중 보도된 바 있다. BMW가 열선 시트 기능을 구독서비스로 출시하겠다는 소식이었다. BMW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구독형 옵션 패키지인 ‘커넥티드 드라이브’ 내용이 문제가 됐다. 열선 시트를 1개월에 2만 4000원, 1년에 23만 원을 내고 구독서비스로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됐고 결국 BMW코리아는 한국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사실 자동차 그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는 굉장히 많다. BMW, 볼보, 캐딜락, 토요타, 현대·기아차 심지어 포르쉐까지 몇 년 전부터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동차 자체 즉 하드웨어의 구독서비스는 이제 올드한 구독모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완성차 기업들은 자동차 자체에 대한 구독서비스와 별개로 자동차 내의 특정 기능 및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GM의 경우 구독 및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발표하고 2023년 출시할 반자율주행 시스템 ‘Ultra Cruise’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블루링크’ 서비스를 통해 원격제어, 안전보안, 차량관리, 길 안내, 음악 스트리밍 등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볼보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Ride Pilot’ 서비스의 안전성을 검증한 후 차세대 순수 전기 SUV부터 기능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기능을 제공하는 ‘Full Self Driving’, 비디오·음악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커넥티비티 패키지’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했다. 심지어 이제는 전자회사도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3월 혼다와 소니는 전기차를 개발·판매하는 새 회사를 합작 설립하고 2025년에 첫 모델을 출시 예정인데, 영화·게임 구독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스파이더맨의 IP 등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 전문회사들이 아닌 다른 업종의 회사들이 자동차 생태계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애플과 샤오미는 각각 2025년과 2023년까지 자율주행전기차를 출시한다고 공언했다.

너도나도 왜 다들 이렇게 자동차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

현재 테슬라는 미국에서 자율주행프로그램인 FSD(full self driving)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의 FSD 구매 가격은 약 1만 2000달러(약 1475만 원)이다 보니 가격의 부담을 느낀 테슬라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월 구독료 199달러(약 25만 원)로 심리적 저항선을 낮추면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론 머스크는 FSD 구독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세계적인 투자금융회사 모건스탠리가 ‘자율주행 구독서비스가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보고서는 “테슬라가 해당 서비스를 구독서비스로 제공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할 것”이라며 “해당 서비스는 2025년까지 테슬라 매출에서 6%를 차지할 것이지만 해당 구독서비스의 총수익은 테슬라 전체 수익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은 6%에 불과한데 전체 이익의 25%를 차지한다면 FSD 구독서비스의 수익률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큰 특징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달리는 사무실, 강의실, 영화관, 게임방, 도서관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이동하면서도 차 안에서 수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미래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팩토리에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FSD 구독서비스 이외에도 영화, 오락, 전자책, 그리고 사무지원 등의 추가적인 구독서비스도 같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독서비스를 자동차 회사가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모빌리티 회사가 구독서비스로 얻는 이익은 훨씬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올해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경제’를 통해서도 구독서비스에 대한 밝은 미래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차 소비자의 구독서비스 채택률(평균)이 30%, 영업이익율을 10%라는 가정 아래 서비스부문의 영업이익은 1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환율로 150조가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는 글로벌 12개 업체(상위 11개 완성차 제조사+테슬라)의 2019∼2021년 연평균 영업이익인 109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 이익률 10% 가정은 매우 보수적인 숫자다. 일례로 2021년 포브스 글로벌 2000 리스트에 의하면 IT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해외 평균 영업이익률이 17.5%다. 그리고 서비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구독서비스 기반의 다른 비즈니스 모델 또는 데이터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숫자다. 미래에는 자동차 판매보다 자동차 관련 구독서비스로 얻는 영업이익이 2~3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결국 자동차에 컴퓨팅 기능이 확대되면서 ‘원격 업데이트’가 수월해져 각종 부가기능에 월 구독료를 적용하기 한층 수월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자동차 회사가 아닌 애플, 소니, 샤오미까지 모두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일본 도요타가 첫 양산 전기자동차 bZ4X를 올해 5월에 일본에서 출시했다. 하지만 개인 판매는 하지 않고 매월 약 86만 원을 지불하는 구독형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즉 일본에서 토요타 전기차를 개인이 타는 방법은 오로지 구독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자동차를 사지 못하고 구독만 해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자동차 관련 구독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가 올해 초 차량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의 25%만 구독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대다수인 75%는 구독서비스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모든 옵션 구독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 유지를 보조하는 부가 기능, 차량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구독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필자 지인 중에 차를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직접 운전을 하는 분이 있다. 그런데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멀미예방 서비스가 있다면 구독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애플이 자율주행차에서의 멀미를 해결해주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이미 5년 전에 자율주행차 멀미예방 특허출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은 VR 헤드셋, 컨트롤러, 프로젝터를 조합해 가상현실 환경에서 승객에게 시각적 신호를 제공해 멀미를 완화시킨다.

이러한 기술은 커머스랑 연계돼 쇼핑몰 광고, 차가 지나가는 지역의 식당, 여행지의 선전 등 다양하게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앞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분야로 발전할 것이다.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해 기회를 놓친 기업들이 꽤 많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구독경제에 대한 준비는 늦은 감이 있지만 본격적인 구독경제 시대의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과 동시에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과거에 불과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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