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참가한 시대회에서 1등…육상 권유 받고 중학생 때부터 본격 시작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힘이 돼준 가족과 코치, “달릴 때마다 자유로움 느껴”
인하대 입학하자마자 각종 대회에서 두각 드러내…육상 에이스로 주목 받아
“여자 100m 1인자 강다슬 선수 닯고 싶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

오지희 영상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운동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달리기를 좋아했던 초등학생이 있었다. 자신이 남들보다 더 빠르게 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는 달리기에 더욱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매년 열렸던 체육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그를 눈여겨본 담임 선생님은 시 대회에 나가볼 것을 추천했고 그렇게 우연히 나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김주하 인하대 육상 선수의 달리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인하대에 입학하자마자 ‘제41회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 100m와 ‘제4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200m에서 1등을 차지하며 여자 대학부 육상 단거리 종목의 강자로 우뚝 섰다. 인하대는 육상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고 특히 계주 종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지난 5월 열렸던 ‘제77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에서도 다른 참가 대학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본지는 인하대를 넘어 한국 여자 육상의 유망주로 주목 받는 김주하 선수를 지난 4일 인하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김주하 인하대 육상 선수 (사진=오지희 기자)
김주하 인하대 육상 선수 (사진=오지희 기자)

■ “달리니까 남들이 쫓아오지 못하더라” = 앞서 말한 것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김주하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뛰는 것을 좋아했다. “재능이 있다는 부분은 몰랐지만 뛸 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달리기에서만큼은 남들보다 더 잘 뛴다는 것을 알아 더욱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각종 대회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은 바로 그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시 대회에 나갈 것을 권유받았고, 거기서 만난 중학교 코치와의 인연으로 김주하 선수의 육상 선수 인생이 시작됐다. 그는 “맨 처음에는 전문적으로 육상을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며 “하지만 구월여자중학교 코치가 운동을 끊임없이 권유했고 이에 중학생 때부터 전문적으로 육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그토록 좋아하던 달리기에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즐길 때와는 다른 강도 높은 훈련이 반복되자 그는 금새 지쳐버렸다. 육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평범한 학생으로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코치의 만류와 가족들의 응원이 그를 붙잡았다. “그동안 달리기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중학생부터 성적도 나오지 않고 힘든 훈련의 과정에 쉽게 쓰러졌던 것 같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붙잡은 코치와 주변 가족들의 응원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인천체고 시절 ‘제45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여고 100m 결승에서 3위를 기록한 김주하 선수(왼쪽) (사진=대한육상연맹 공식 블로그)
인천체고 시절 ‘제45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여고 100m 결승에서 3위를 기록한 김주하 선수(왼쪽) (사진=대한육상연맹 공식 블로그)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도 힘들었던 중학생 시절에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열린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400m 결승전 경기를 콕 짚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컨디션도 좋은 상태에서 350m 지점까지 1등을 달리고 있던 그는 마지막 50m를 남기고 다른 선수의 스퍼트를 허용해 2위를 기록했다. “경기 내내 1등으로 뛰고 있다가 마지막에 역전을 허용했다는 아쉬움은 지금까지 1등을 기록했던 경기보다 더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 그때 참 안타까운 기억 덕분에 모든 대회에 임할 때마다 방심하지 않고 꼭 1등을 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제75회 전국대학대항육상경기대회’ 4x100m 여대 결승전에서 김주하 선수가 출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안동 mbcplus 캡처)
‘제75회 전국대학대항육상경기대회’ 4x100m 여대 결승전에서 김주하 선수가 출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안동 mbcplus 캡처)

■ 선의의 경쟁자로 박다윤 서울대 선수 지목 = 이후 김주하 선수는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상위권을 꾸준히 기록하더니 인천체고 졸업 후 인하대에 들어가자마자 2020년 열린 ‘제41회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 100m와 ‘제4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200m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육상부가 있는 대학 중에 인하대를 가장 좋다고 생각해 인하대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막상 입학하니 좋은 선배들과 함께 뛰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이것이 지난번보다 좋은 성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하대 여자 육상부는 협동이 중요한 계주 종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에 열렸던 ‘제77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인하대는 2등을 기록한 강원대와 무려 11초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인하대 육상부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호흡이 잘 맞는다. 경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운동하고 있는 김주하 선수 (사진=김주하 본인 제공)
운동하고 있는 김주하 선수 (사진=본인 제공)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시점에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많은 육상 대회가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코로나19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부터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대회가 다시금 재개되자 새로운 라이벌들이 등장했다. ‘제77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김주하 선수는 100m와 200m 개인전에서 2위를 기록했는데 각각 이지호 충남대 선수와 박다윤 서울대 선수에게 아쉽게 막혔다. 이에 대해 그는 “1등을 놓쳐서 아쉽지만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여자 육상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박다윤 선수의 경우 인천체고를 같이 다녔던 후배인 만큼 앞으로 선의의 경쟁자로서 서로 발전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 “뛸 때만큼은 고요함과 차분함 느껴” 국가대표 도전 의지도 밝혀 = 그가 지금까지 달리기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중학생 때의 기억도 있지만 달릴 때마다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많은 생각이 들지만 뛸 때만큼은 고요함과 차분함을 느낀다”며 육상의 매력을 소개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은 더욱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이런 그가 바라보고 있는 롤모델은 바로 실업팀 광주광역시청에서 뛰고 있는 강다슬 선수다. 이미 국내 여자 100m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강 씨는 대학생 시절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고 현재도 아시안게임 출전 1순위로 뽑히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8년 전 그가 세운 여자 대학부 100m 11초 대 기록은 현재까지 여자 대학부 선수들 아무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강다슬 선수를 닮고 싶다는 김주하 선수는 이 기록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8년 전 강다슬 선수가 기록했던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인하대 육상부원으로서의 최종 목표”라며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천히 하나씩 도전하다보면 운동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인 국가대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하는 선수로 알려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주하 선수에게 사인 요청을 하자 맨 처음에는 생각해둔 사인이 없다며 곤란해했지만 펜을 잡더니 멋진 사인을 보여줬다. 이전 인터뷰에서 만났던 선수들이 따로 준비한 사인이 없어서 이름을 적었던 경우와는 달랐다. 알고보니 그는 예전에 연습했던 사인을 해준거라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김주하 선수에게 사인 요청을 하자 맨 처음에는 생각해둔 사인이 없다며 곤란해했지만 펜을 잡더니 멋진 사인을 보여줬다. 이전 인터뷰에서 만났던 선수들이 따로 준비한 사인이 없어서 이름을 적었던 경우와는 달랐다. 알고보니 그는 예전에 연습했던 사인을 해준거라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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