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에서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작품이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처음이라고 한다. K-pop 아이돌 그룹 BTS가 이끌고 가던 한국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K-드라마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과거에도 <대장금> <성균관 스캔들> <꽃보다 남자>를 비롯한 많은 한국 드라마가 국내를 벗어나 일본, 중국, 중동지역 더 나아가 유럽까지 인기를 누렸다. 그 가운데에서도 2002년도에 국내 방영을 마치고 2003년도에 NHK-KBS2를 통해 방영된 <겨울연가>는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배용준, 최지우 등의 출연진은 순식간에 아시아 스타로 부상했으며 그들과 관련된 국내 여행지는 일본, 중국 등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필자가 그 시기에 강원도에 있는 한 스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이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스키장 전역에는 주연 배우들의 등신대가 설치됐고 해외 관광객들은 주연 배우와 자신의 모습을 함께 담은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 한국 드라마가 작품별로 특정 지역에서의 인기에 머무는 경향이 있었다면 최근의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가히 전 세계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촉발시킨 작품은 2021년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오징어게임>이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로 공개 후 28일간 집계하는 TV 프로그램 역대 시청 시간 순위에서 16억 5045만 시간, TV 프로그램 역대 시청 가구 수 순위에서 1억 4200만 가구로 각각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뒤를 지금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잇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로는 넷플릭스와 같은 뉴미디어의 등장, 탄탄한 이야기 구조, CG(컴퓨터 그래픽스)를 비롯한 기술적 발전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지만 필자는 건강한 결핍을 가진 주인공이 드라마를 이끌고 감으로써 전 세계인의 공감과 응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은 고졸 학력에 안정적인 직업도 없이 대리기사를 하며 경마게임에 빠져 있다. 늙은 어머니 봉양은 차치하고 이혼한 부인에게 딸의 양육권도 빼앗긴 상태이며, 암울한 현실에서의 도피처로 456억 원의 상금을 거머질 수 있는 오징어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오징어게임 참여자들은 게임에서 상대를 이기거나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결핍 투성이인 성기훈은 목숨이 오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건강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약자에게 온정을 보이고 자신이 저지른 정의롭지 못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이상한 변호가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이지만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치명적인 결핍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미혼부 아버지가 유일한 가족이다. 그런데 우영우는 자신의 결핍에 좌절하기보다는 건강한 인간성을 지향한다. 제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청년, 제4화 ‘삼형제의 난’에서는 형들에게 사기당하는 순진한 막내, 제7화 ‘소덕동 이야기’에서는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려는 소시민들을 대변하고 더 큰 힘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우리는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있기에 타인의 결핍에 쉽게 동조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이와 같은 유인책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진 결핍을 건강한 사회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숭고함을 가지고 있어 더 큰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권력과 금력이 모든 가치를 삼켜 버리는 이 시대에 거꾸로 해도 우영우가 우연히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