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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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 아이 학교생활기록부 좀 봐주세요. 교대에 가고 싶어 했는데 못 갈 것 같아요. 어디를 가면 수시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후배 교사로부터 느닷없는 부탁이 왔다. 자신의 아이가 교대를 가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제 교대를 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말고사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신 성적도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대 이외의 상위권 대학에 학교장 추천으로 지원하고 하려고 하는데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교대를 가고자 했었기에 학교생활기록부의 곳곳에 교대에 적합하다는 서술이 많아서 다른 대학에 지원하면 많은 불이익이 있을 거란 걱정을 했다.

필자가 그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살펴봤더니 학급에서는 최우수 성적권인 것 같았다. 그가 원했던 교대에 지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합격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그래서 교대를 지원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대학에 지원할 경우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필자가 생각하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부모가 생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하라고 권유하는데 그 부모는 합격 확률이 거의 확실한 학과를 찾았다. 

고등학생이 교대를 지망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입시 직전에 다른 학과로 진로를 변경하는 사례는 많다.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잘못된 일도 아니다. 이런 현상을 권장해도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청소년기에 어느 한 진로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도 적을뿐더러 설사 알았다고 해도 공부하면서 배운 새로운 지식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불리한 것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 대학이나 고등학교, 혹은 사교육에서 대학입시를 다루는 여러 대입 관계자들이, 고등학생들의 진로가 바뀌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하기에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른 시기, 즉 고등학교 저학년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후에, 과목 선택이나 학교 활동도 그에 맞추는 것이 좋다는 권고를 들은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가 바뀌면 불이익이 클 것이란 부담감을 안고 있다. 지금도 대학입시와 관련된 수많은 단체에서 조기에 진로를 결정하라고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필자는 후배 교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다른 학과를 지원해도 된다고 하며 몇몇 학과를 추천해줬다. 자녀의 생각이 바뀌어 교대에 가기 싫어졌는데 억지로 교대를 지원시킬 필요는 없다. 비록 교대를 위한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이라 해도, 학업 역량이나 발전 가능성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 전공을 공부하기 위한 준비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합격 확률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도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녀의 인생에서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것은 합격 이상의 가치를 잃는 것이리라. 

우리 사회의 학교 교육은 대학입시에 초점이 과도하게 맞춰져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논의되고 통용되는 입시 관련 교육적 담론이, 실제 사회에서도 똑같은 힘을 갖고 통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또 그렇게 해야만 자녀가 잘될 것이라 믿는 부모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입시가 사회의 흐름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교대를 가려고 준비했어도 다른 길로 갈 수 있다. 어쩌면 다른 길로 가는 게 당연하다. 성장하면서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이 교대가 아님을 알게 된 경우 다른 진로를 선택해야 옳다. 최근 들어 취업이 어려운 교대를 고집해 4년이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시대가 바뀌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다르고 역량도 다르기에 그에 맞춰 새로운 진로를 찾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야 하는 한 학생으로서 당연한 선택이고 그래야만 한다. 교육은 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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