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혜전대학교 총장

이헤숙 혜전대학교 총장
이헤숙 혜전대학교 총장

2016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이와 더불어 향후 10년 후 사라질 직업군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넘쳐났다. 2022년 현재 여러 부문에서 적어도 분명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자 설립된 전문대학은 이러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알파세대, MZ세대뿐만 아니라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우리 주변의 기성세대들에게도 해당된다.

농업혁명은 수천 년을 거쳤고 산업혁명은 300여년이 지속되었지만 정보혁명은 30여년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20여년으로 예상되고 제5차 산업혁명은 15년 정도로 단축될 것으로 미래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 수명이 100년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평생 2~3차례 이상 새로운 지식 습득이 요구된다. 변환의 주기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대안이 있다. 바로 전문대학이다. 전문대학은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과 직업의 변화에 유연하고 능률적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과 의욕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제4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에서 교육부는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 허브’로서 육성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비대면 평생교육 활성화와 일-학습-삶 연계 강화를 강조하며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는 학습자의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대학이 변화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2022년 교육부는 고등직업교육혁신지구(HiVE)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 지역소멸 및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지자체와 전문대학 위기 가속’, ‘청년의 눈높이 일자리 부족에 따른 지역 산업체 인력난 심화’, ‘ 지역 특화분야 인력 양성 및 인생다모작 신중장년 재취업 미흡’, ‘전문대학-지자체(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공동협력체제 구축 필요’가 사업의 추진 배경이다. 배경 하나 하나가 현재 지방 전문대학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며, 소멸해가는 기초지자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이다.

이제 고등직업교육의 거점으로 전문대학이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지금 IT 강국으로 발전하고 k-pop과 k-food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과거 관련 산업의 인재를 키우는 사업을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전문대학은 기초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 평생직업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고등직업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서도 관련 사업들을 계획하고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2022년 8월 15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광복 77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 6·25 전쟁까지 겪으며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모든 것이 초기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다시 시작했고, 지금은 ‘기적’이라 불릴 정도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심지어는 예술과 문화 영역에서조차 ‘추종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될 정도로 발전했다. 1945년 광복해에 태어난 1세대 분들이 77세가 되셨고, 그 자식들인 2세대가 50대가 됐으며, 다시 그 자식들인 3세대가 30대가 되어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 3세대 만에 우리나라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세계에서 가장 지능이 높다고 한다. 그러한 부모 밑에서 배우고 자란 자식들도 같은 능력을 가질 것이다. 모든 이에게 일할 수 있고,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나은 삶과 편리한 삶을 위해 사람들은 기회를 잡을 것이다. 전문대학은 이러한 기회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하며, 고등직업교육혁신지구(HiVE)사업은 충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은 도시로 떠나고 지방은 소멸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고 애향심을 앞세워 무조건 청년을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회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시대를 추구하고 있고, 떠오르는 메타버스는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있다. 5차 산업혁명이 어떠한 방향으로 다가올지는 모르지만 친환경은 산업혁명을 앞서는 중요한 이슈이며, 많은 신중년들이 귀향과 귀촌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천재 1명이 수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문대학은 새로운 산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테크니컬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있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습득해야 할 기술은 많고 어려워진다. 그러나 신입생들의 기초학력은 저하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우리사회의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지식 전달자로, 상담자로, 멘토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공부에 관심이 적었던 8, 9등급의 학생이 전문대학에 입학해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우수 산업체나 우수 병원에 취업하는 것은 우리 전문대학의 노력이며 기쁨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더 노력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제는 전공 지식전달에 그치지 말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과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교육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전문대학이 법적으로 정립된 지 43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약 600여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전문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역 고등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메카로 다시 한번 도약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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