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못지않게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교육 문제다. 교육 문제는 다름 아닌 ‘자식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자식의 삶에 관심이 많은 사회이니 최근 논란을 빚은 ‘초등학교 입학연령’ 정책처럼 교육 정책은 크든 작든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문제는 국민들이 크게 관심을 갖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이므로 한국사회에서 늘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교육에서 중요한 화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중심 교육으로 생긴 문제를 회복하는 일이다. 지난 2~3년 동안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삶을 배우는 중요한 한 시기에서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들을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지 국가와 공동체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의 사회성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며, 학력평가를 통해 실효성 있는 기초학력 복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단지 몇 퍼센트라는 것을 알려줄 뿐인 표집 방식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검사가 아니라 전수조사를 통해 어떤 아이들이 기초학력 미달인지를 진단해 아이들 개개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초·중등학교에서 국가수준의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학교 현장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각종 교육 관련 지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서울대와 굿네이버스가 주관하는 ‘아동권리실태조사’, 통계청의 ‘학교생활만족도조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청소년삶의질조사’와 함께 ‘정서행동관심군비율’, ‘인터넷·스마트폰과다사용자비율’, ‘학교폭력피해응답률’, ‘학생건강체력평가저체력’과 같은 지표들을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지표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약육강식의 지표가 아니라 학생의 좋은 성장, 바른 성장을 위해 유용한 지표들이다. 

코로나 시대에 입학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복원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계절학기, 학사편입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코로나로 인한 학력 결손, 수업 부족을 메꾸어 주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편입을 일시적으로 정원 외로 하거나 정원을 늘려주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생들이 학사편입에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대학원 과정을 통해 결손을 메꾸어 주는 방안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지방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전체 생태계 차원의 문제이면서도 국가균형 발전의 문제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방의 경제·문화에 타격을 주어 지방공동화로 이어지고 국가균형 발전에도 심각한 저해를 초래한다. 비수도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보호자에게 일반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발급해 주어 외국인 유학생 입학 기회를 늘리는 등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가균형 발전 측면에서 대학정책 재구조화도 서둘러야 한다. 대학을 교육(학부) 중심과 연구(대학원) 중심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학사과정은 현장인력을 길러내고, 석사과정은 고급인력을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현장 상황은 환경이 열악해 수도권 학생들은 잘 견뎌내지 못한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거점국립대학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하고, 지방대학은 학부 중심 대학 체제로 가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연구 역량도 끌어올리고 지방대의 위기도 극복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평생학습사회에 대응해 1년 3학기제, 3년 학사학위 과정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문대, 사이버대, 일반대학 구분 정책을 폐지해 대학 스스로 특성화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대구가톨릭대는 국내 4년제 일반대 최초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평생학습대학인 ‘유스티노 자유대학’을 신설했다. 등록금을 3분의 1정도로 낮추고, 1년 3학기제로 3년만에 학사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새 정부의 반도체 산업 투자 및 인력양성 지원 계획에 발맞춰 2023학년도에 3년 8학기 제도로 운영되는 ‘반도체대학’도 신설한다. 

인구소멸 저성장 시대에 대비한 교육편제 개편으로 입직연령(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나이)도 낮춰야 한다. 지식과 정보가 상상 초월의 차원으로 급변하고 있고 직업의 생명주기도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유아학교시스템을 도입하고, 초·중·고와 대학의 재학 기간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입직연령은 26.3세로 OECD 평균 입직연령 22.8세에 비해 늦다.  입직연령을 2~3년만 당겨도 인구증가 10%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인구절벽 시대에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사립중·고등학교와 사립대학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사립학교 폐교에 따른 지원으로 퇴로를 열어주어야 하며, 사립학교가 공립학교 설립예정 지역으로 이전 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시스템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공교육으로 규제하면서 이전할 때는 사립으로 간주해 무상으로 학교 부지를 받는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토지 공급을 받지 못한다. 사립학교는 학령인구 과소 지역인 도심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으므로 사립학교가 이전이나 폐교를 하는 경우 부족한 택지 확보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장애 학생의 고등교육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일반 학생은 줄어들지만 장애 학생은 늘고 있다. IT기술 발달과 함께 장애인들의 신체적 한계가 극복되면서 장애인들도 더 많은 사회 활동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디지털 하이테크 시대에 발맞춰 장애인들도 수준 높은 기술과 전문성을 익힐 수 있는 대학교육이 필요해졌다. 입학생 감소로 인해 남는 사립대의 시설을 활용하면 단시간 내에 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학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다. 사립대와의 협약을 통해 국립형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교육의 현안은 무엇이고, 또 그 해법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그러한 견해의 차이는 이해당사자의 이해관계,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편차, 국민 개개인의 현재적 욕구와 국가가 해야 할 당위적 책무와의 충돌 등에서 온다. 그러나 교육이야말로 진정 초당파적이어야 하며 백년대계가 달린 문제다. 교육은 한 세대만의 이해관계 전유물이 아니다. 미래 세대의 몫도 고려해야 하고 미래의 국가 모습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 문제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전문가의 혜안과 식견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논의돼야 한다. 아이들의 더 좋은 성장,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교육 문제의 사회적 합의와 국민 설득도 결코 이러한 대전제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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