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부 예산안이 확정 발표됐다. 총 639조 원 규모로 2022년 보다 5.2% 늘었다. 전체 예산 중 교육예산은 2022년도 대비 12조2191억 원 증가한 101조8442억 원이다. 교육예산으로는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 유아 및 초·중등 부문은 2022년 대비 11조7023억 원 증액된 82조4324억원이고, 고등교육부문은 2022년 대비 2365억 원 증액된 12조1374억 원이다. 평생·직업교육에는 2022년 대비 120억 원 증액된 1조1436억 원이 배정됐다.

금번 교육 예산안 발표에서 특이사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국세교육세 등을 활용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열악한 대학 재정지원에 사용할 목적으로 초중등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 지원으로 돌린다는 내용이다.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총 77조280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특별회계’로 배정될 예산은 교육세 5조 원 중 누리과정 지원분을 제외한 3조6000억 원 정도다. 정부안대로 추진된다면 2023년 전체 고등교육예산은 12조1374억 원에 ‘특별회계’로 추가되는 3조6000억 원이 더해져 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도 직전으로 몰려가는 대학 입장에서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결산 분석 자료에 의하면 서울 주요 사립대 10곳 중 8곳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대 –234억 원을 필두로, 이화여대 –138억 원, 경희대 –80억 원 등 대학은 운영수익에서 운영비용을 뺀 당기운영차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적자란 얘기다. 등록금 수익으로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분석 대상을 전국 단위로 넓히면 더욱 심각하다. 2020년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사립대학 재정운용 실태분석’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운영수지 적자 대학이 2012년 44개에서 2015년 89개, 2018년 105개로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할 것 없이 대학 재정상태는 부도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학령인구 급감은 대학 재정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대학교 학령인구는 2019년 약 251만 명에서 2022년 207만 명, 2023년 191만 명, 2024년 183만 명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대학 등록금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됐다. △고등교육재정지원을 OECD 평균인 1.0%까지 끌어올리자는 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 △특별회계 신설안 등이다. 실현가능성으로 보자면 특별회계 신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GDP 1% 수준 고등교육재정 확충 순이 될 것이다.

그동안 이런 방안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하고 사장된 책임에서 정치권과 행정부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은 대학재정난 해소와 관련해서 ‘체면치레’ 이상의 진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도와주겠다’ ‘힘쓰겠다’는 등 입 발린 소리를 하다가도 정작 입법 과정에 들어가면 슬그머니 발 빼는 일을 반복했다. 행정부 또한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런 차제에 ‘특별회계’ 신설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실현가능성이 높다. 정부 안대로 된다면 대학 재정지원 예산 확보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더 많은 예산과 안정적인 재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이번 기회에 특별회계 신설이라도 기필코 성사시켜야 한다. 

그러나 조짐이 좋지 않다. 출발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삐꺼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한 대학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내놓아야 하는 교육감들도 쌍수를 들고 반대에 나섰다. 이들의 논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손대지 말고, 별도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에 안정적 지원예산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고등교육지원예산을 GDP 1.0% 수준으로 늘리라는 요구도 한다. 자기들 몫을 건드리지 말고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에서 무작정 교육예산만 늘릴 수 없는 노릇이고, 칸막이 예산으로 비판받아 온 교부금법 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특별회계’ 신설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제 대학인들이 정치권을 설득하고 교육감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체 대학인들의 주의와 관심을 촉구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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