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유일한 고등직업교육 분야 연구 학회의 수장으로
취임 첫날 메타버스 대학 접목 가능성 확인한 세미나 개최
현재 전국 63개 대학 참여한 메타버스 공유 컨소시엄 조직
지방대 위상 높이고 신진 연구자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시작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래 전문대 교육 발전을 위해 메타버스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 취임 후 학회는 현재 63개 대학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공유대학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사진=오지희 기자)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래 전문대 교육 발전을 위해 메타버스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 취임 후 학회는 현재 63개 대학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공유대학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사진=오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국내에선 유일한 고등직업교육 연구 학회다. 지난 1999년 출범한 이래 직업교육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 개발·제안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혁신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500여 명의 회원을 중심으로 매년 정기적인 학술대회와 학술지 발간, 관계기관 공동 포럼 등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의 신임 수장으로 전문대를 넘어 국내 직업교육 발전을 이끌고자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교수)을 지난 2일 만나봤다.

박주희 회장은 “지난 1년간 정말 많은 일을 했던 것 같다”며 “신규 사업계획과 필요한 예산 검토, 학회 내 분과 신설 등 조직개편 등 업무 외에도 메타버스 공유대학 컨소시엄과 같은 앞으로의 전문대 미래를 위해 추진하는 일까지 매우 바쁘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학회장으로 취임한 첫날인 지난해 9월 1일부터 ‘메타버시티(Meta-versity) & 에듀테크(EduTech) 직업교육혁신’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며 광폭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신기술을 접목해 직업교육에 특화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특히 공을 들이며 현재 63개 대학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공유대학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지역 전문대의 위상을 강화하고 지방 신진 연구자를 발굴·육성하는 데 앞장서기 위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박 회장은 “취임 후 지난 1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턴 이 방향들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실망하기보다 학회를 중심으로 계속 개선하며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사진=오지희 기자)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사진=오지희 기자)

-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의 성과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2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부로 학회장에 취임하게 됐다. 학회장으로서 첫날인 그날은 ‘메타버시티(Meta-versity), 에듀테크(EduTech) 직업교육 혁신’ 발대식을 연 날이기도 하다. 이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도 개최했고 현재 63개 전문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도 조직됐다. 학회가 미래의 전문대 교육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협력은 전문대로만 국한하지 않겠다. 특히 최근 성균관대·삼육대·세한대 등 일반대와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미래 대학 교육을 위해 플랫폼을 공유하는 등 함께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실습·실무 교육이 중심인 전문대도 교육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전문대 교육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전문대는 100% 대면 수업으로 실습 중심의 교육이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학의 대면 교육이 불가능해졌고 특히 전문대의 경우 현장 실습이 대부분 막히게 되면서 큰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전국 전문대가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온라인 강의, 비대면 수업을 가능케 할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정부와 대학,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세계적 재난 사태에서도 학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1년간은 코로나19 확산이 계기가 돼 또 다른 팬데믹이 오더라도 학생들이 현장보다 더 현장과 같은 실습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구축했다. 미러링 실습실, 시뮬레이션 실습실을 구축하고자 많은 전문대 구성원이 애를 많이 쓰셨다. 실감형 콘텐츠,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전문대의 교육 패러다임 혁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학회는 이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며 교육 측면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저는 고등직업교육이 학생의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개인별·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필요한 여러 여건을 갖춰야 한다. 이제까진 교수가 부족하거나 강의실·실습실 환경이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를 2년간 겪으면서 대학과 교수들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교육 측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회 차원에선 무엇을 해야할까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저는 선도적인 주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별대학이 못하는 또는 교수 개인이 못하는 것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이에 저는 지난해부터 학회 내에 신설분과를 여러 개 만들었다. 특히 최근 이슈로 떠오른 ESG와 관련한 분과도 신설했다. 대학 차원에서 ESG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학회가 ESG분과를 신설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K-컬처 위원회를 조직했다. K-팝, K-뷰티 등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제가 젊었을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우리나라의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우리 가요를 따라서 부르는 시대다. 이렇듯 전 세계가 우리의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교육은 다른 나라로 가서 받는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래서 이런 일이 없도록 K-컬처, K-뷰티 등 분야의 교육도 우리나라가 앞설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에 학회에 교육 연구를 하는 분과위원회를 만들었다.
다문화 교육 위원회도 만들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족 인구는 220만 명에 이른다. 오는 2025년이 되면 다문화 가족의 수가 3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문화 가족은 우리나라의 엄연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이에 학회에서 이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고 교육적으로 다문화 가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함께 첨단 분야,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신기술과 관련해 학회 내 신진 교수들을 규합해 기업·산업체와 함께할 수 있는 산업체 분과도 조직했다.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직업교육의 경우 개별대학, 교수 개인이 못하는 것을 학회가 주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는 고등직업교육뿐 아니라 중등교육 단계부터 평생교육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디지털 혁신 메타버스 공유대학 컨소시엄’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 관심이 높은 이들이 상당하다.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면.
“시대가 변화하면서 특히 교육 분야에서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메타버스일 것이다. 그래서 이를 개별대학이 하기보다는 공유대학 개념의 컨소시엄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 현재 63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아카데미컬 칼리지(학문·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 63개교가 컨소시엄을 조직한 것으로는 전 세계 최초 시도로 알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 또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1위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 그리고 이를 중심이 된 아마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업체들과 함께 대학의 메타 플랫폼을 공유하고자 한다.”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사진=오지희 기자)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사진=오지희 기자)

- 일각에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도대체 어떤 교육을 할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교육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는데.
“매주 메타버스 기술팀과 회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회의를 거듭할수록 메타버스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부정적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는 사실 네트워크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네트워크 이슈가 보강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5G 네트워크가 널리 보급되고 있고 앞으로 몇 년 후엔 네트워크 환경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지금 10대들은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메타버스에 적응된 세대다. 메타버스를 잘 모르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은 기성세대들이다.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University)와 메타버스를 합해 메타버시티(Meta-versity)라는 공간 개념을 만들었다. 메타버시티에 들어오면 모든 이들이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대학에서 하고 있는 모든 행사들, 가령 전시회나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 입학식·졸업식 등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저는 메타버시티 공간 안에서 실감형 콘텐츠를 가지고 현실에서 필요한 실습·직업교육을 똑같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현재 컨소시엄 63개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지난해 실시했다. 이와 관련한 민간 자격증 3개도 만들었다.”

- 지방을 돌아보면 정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 전문대들이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전문대의 인지도를 높이고 유망한 신진교수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학회가 간다!’를 시작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학회가 세미나·콘퍼런스와 같은 학술행사를 진행한 것에 더해 이제는 바뀐 시대에 맞춰 학회가 직접 지역의 대학을 찾아가고 그 지역대학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회 임원진과 논의 끝에 방송인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 ‘유퀴즈’에 착안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방송 촬영을 진행한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이후 영상 수정·편집을 하는 과정에서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수들 모두 너무 즐겁게 임해줬다. 현장에서도 대학 총장님부터 교직원까지 전 구성원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촬영했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지역대학의 숨겨져 있던 보석과 같은 장점들이 많았는데 이제까진 대학을 직접 보지 못해 알아채지 못하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됐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찾은 첫 대학은 세경대다. 앞서 전국 대학에 공문을 발송해 ‘학회가 간다!’ 참여 신청을 받았다. 선정 결과 세경대를 포함해 올해 4개 대학에 방문한다. 세경대에 이어 동강대·경기과학기술대·대구보건대로 이어진다.
지역대학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들 대학을 살리는 데에 학회는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노력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의 후원과 격려도 필요하다. 지역대학의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기증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교수들에게 연구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학회가 중심이 돼 힘을 싣고자 한다.”

- 인구감소, 지방소멸이 사회적 문제다. 지역대학, 특히 지방 전문대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방대·전문대의 생존을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정부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보는지.
“저는 전문대, 특별히 지역에 있는 전문대에 더 좋은 강사가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지방으로 갈수록 교수·강사의 수급이 어렵고, 수준도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게 되면 결국 지방소멸을 막지 못한다.
지역대학일수록, 지방 전문대일수록 교수의 연봉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의 대학 강사의 시간당 수당을 놓고 비교하면 지방 국립대는 10만 원 이상, 지방 사립대는 8만 원 이상이다. 반면 전문대는 얼마인지 아나. 평균 3만 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사가 어디에서 강의를 하고자 하겠나. 따라서 지방의 대학을 살리려면 우선 지역 전문대가 국립대 수준 이상의 강사비를 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그러면 지역대학에서도 수도권만큼 우수한 수준의 교원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학생들도 더욱 좋은 강사와 교수에게 배워야만 지방대학들의 소멸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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