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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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을 가야 해요?”

고3 자녀를 둔 한 후배가 필자를 찾아와서 던진 질문이다. 필자가 후배에게 다시 물었다. “어느 대학을 가고 싶은데?” 후배는 대답했다. “좋은 대학이요.” 필자가 다시 물었다. “좋은 대학의 조건이 뭔데?” 후배가 대답했다. “선배님도 알고 있잖아요. 남들이 좋다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 아닌가요?” 필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아이는 그 대학에 갈 실력이 충분하겠네.” 후배가 대답했다. “아니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님께 조언을 구하러 온 것이에요.”

그러면서 후배는 자녀의 대학 선택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두 아이를 보낸 경험이 있는 필자는, 후배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필자와 다른 인생철학을 느꼈다. 그리고 어떻게 조언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후배가 말하는 좋은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 필자는 안다. 성적보다 좋은 평판을 받고 있으며,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전공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언을 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시대의 흐름에 대한 이해와 인생의 철학, 그리고 자녀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자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는가에 관한 생각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필자의 한 친구는 지방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의 아들 A는 지방 국립대의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친구는 자신의 경험상 자녀를 꼭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도 훌륭한 사회인이 된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온 상황이라, 친구는 아들을 지방 국립대에 진학하라고 권했다. 친구 아들 A도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였고,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A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군대를 다녀와서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국비 유학생에 선발돼 국비로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마쳤다. 올해 박사 후 과정으로 다른 주립대에서 초빙됐다. A는 학부 시절에는 토목공학을 공부했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물관리에 관심을 가져서 석사과정에서는 물관리를 연구했다. 물관리를 공부하면서 박사과정에서는 물관리와 환경을 연계한 논문을 썼다. 이런 A의 노력과 연구를 눈여겨본 한 주립대의 교수가 A에게 박사후과정을 자기 연구실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고, 그에 맞는 보수도 약속했다.

필자는 A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과연 어느 대학이 좋은 대학인가를 알았다. 그것은 학생을 성장시킬 수 있고 학생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대학이다. 그렇기에 좋은 대학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명문대학이 좋은 대학인 사람도 많지만, 지방 대학이나 전문대학이 좋은 대학인 학생도 많다. 가정 형편이나 자신의 역량이 부족한데 불구하고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상처만 입는 경우는 좋은 대학이 아니다.

지금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유명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필자의 후배 J도 A와 같은 지방 국립대학을 졸업했다. 비록 지방에서 공부했지만, 더 큰 목표와 꿈이 생겨 더 큰 세상으로 나가 도전해 현재에 이른 것이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면서 로켓을 연구하는 선배 C도 세칭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다. 로켓을 공부하고 싶었던 선배 C는, 명문대학이 아닌 로켓을 연구하는 여건이 갖춰진 집 근처의 대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로켓이 좋아서 미친듯이 연구했고, 실험 중에 일어난 폭발로 오른팔을 잃었다. 그러나 2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 항공우주국의 연구원으로 평생 우주 개발의 주역으로 살고 있다.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기에 명문대학은 좋은 대학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발전과 변화, 좌절과 극복, 전환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그 과정을 헤쳐 나갈 능력이 필요하다. 그 능력은 개인의 노력으로 길러진다. 개인은 환경을 극복하거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런 노력을 하도록 자극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다. 좋은 대학은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개인의 인생에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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