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AI가 독거노인의 말동무가 되고, 택시를 부르면 운전사 없는 자동차가 나타난다. 의료진단을 대신하며, 신약을 만들어내는 것도 AI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은 우리 경제와 사회,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도 엄청난 변화를 기져오고 있다. 이런 변화를 디지털 변환 또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일자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단순 일자리는 급격히 소멸되지만 고상하고 풍요로운 새로운 일자리는 많이 생겨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능력을 갖춘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기업에서는 필요한 능력의 인재를 못 구해서, 또 젊은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못 구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이들의 어려움은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적 재난이 되고 있다. 일자리는 우리 인생 그 자체이며 삶의 보람과 가치다. 우리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갖도록 교육하는 것은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당면 과제이며 사회적 책무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과 디지털 교육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노동, 고용형태 등 미래세대 삶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창의적 인재양성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으면 바른 정책은 쉽게 만들어진다. 

디지털 인재의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전체가 SW-AI인재 양성에 소극적이었다. IT강국이라고 자찬했지만 디지털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IT산업 영역에서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요즘은 모든 산업과 사회 전 영역에서 디지털 역량을 보유한 인력을 요구한다. 공공, 금융, 유통, 제조 등 모든 영역에서 SW-AI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새로운 절차로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드론, 자율자동차,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이 핵심이 되는 새로운 산업이 많이 창출된다. 

지금까지 정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지원이 연구인력을 목표로 4년제 대학, 대학원에 집중함으로써 현장실무 인재양성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에는 현장 실무인재 양성에도 관심을 보여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디지털 인재 양성, 특히 SW-AI 개발인력의 양성에 있어서 여러 이유로 전문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첫 번째 이유는 SW-AI 개발 도구, 플랫폼들의 발전이다. 현장에서는 도구를 이용해 SW-AI 서비스를 개발한다. 따라서 깊은 이론을 활용하지 않거나 코딩을 조금하거나 심지어는 코딩을 안하고도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은 전문대학의 특성에 잘 맞는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에서 고급‧실무역량을 갖춘 SW‧AI 개발인력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인재가 광범위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노력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특성의 기업현장 업무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학에서 기본적 기술에 친숙한 인재를 배출하면 그 기업 현장 특성에 맞는 전문인재로 사내에서 성장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일반적으로 SW‧AI 개발인력이라고 하지만 전문영역에 따라 특성이 매우 다르다. 전문대학에서 기본적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인재를 신속하게 양성해 취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대학에서 짧은 기간 동안에 집중 교육을 통해 훌륭한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은 의미 있는 도전이다. 이론을 중시하는 4년제 연구중심 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에서는 현장의 도구를 사용하여 실용적인 개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면 기업에서 좋아하고 많이 채용할 것이다. 학생들이 개발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재미난 서비스를 먼저 개발하게 하고, 필요한 이론을 나중에 배우게 하는 거꾸로 교육과정도 의미 있는 시도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전문대학의 역할을 이해하고 전공 불문 모든 학생에게 SW기본 교육을 시키고 AI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SW-AI 개발은 학벌보다는 열정, 도전정신이 더 중요하다. 대학을 다니지 않았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성공 사례가 이야기해 주고 있지 않는가? 디지털인재 양성의 시대적 사명을 위해 전문대학이 스스로 혁신하고자 한다면 국민들과 정부는 성원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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