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정보공유방에 있음)

2009년 봄, 한반도의 드라마는 “고난의 행군”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5일, 나무를 심는 식목일에 북한은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심었다. 하지만, 암울한 봄의 전령사는 식목일 이전부터 그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북한은 개성공단 통행금지 조치로 남북한의 긴장관계를 고조시켜 나갔다. 북한이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이라는 노다지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통행제한조치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고 있었다. 북한은 또한 우연한 기회에 미국의 여기자를 억류하는 계기를 통해 북미간의 긴장을 조성하고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의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나 한국전쟁이후 미군 유해의 송환문제는 북한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오는 기회로 작용했지만, 상당기간 긴장의 고조가 지속되었다. 이번 여기자 억류사건 역시 결국은 북미가 소통하게 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일정기간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드라마의 피날레는 역시 로켓발사였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그 비행체는 은하 2호 로켓을 타고 우주궤도로 올라가는 광명성 2호이지만, 한·미·일의 주장대로라면 그 것은 인공위성을 가장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이었다. 그것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2009년 봄의 한반도는 핵 문제에 미사일 문제까지 중첩된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마치 1998년 8월 광명성 1호/대포동 1호의 발사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2009년 봄의 한반도가 더욱 더 어려운 것은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무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재의 한반도 주변 상황이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링크가 취약하고 북한을 통하는 채널이 전무하다. 6자회담이 다음의 회담 시기와 안건을 결정하는 과정은 북한의 로켓발사로 인해 더욱 요원해 졌고, 북한 문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견해차는 상당한 수준이다. 제재든 협상이든 관련 당사국들간의 합의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그 조율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통하는 채널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북, 북미, 북일, 북중, 북러 등 모든 채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남북한의 긴장 속에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정책을 천명해 왔지만, 출범 2개월이 지나도록 대북정책 재검토를 하고 있으며, 보스워스 대북 특별대표가 파트타임으로 북한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정도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의 덫에 빠져 전혀 진전된 대북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는 중국은 북한의 외교안보 이슈와 같은 전략적 선택문제에 관해서는 결정적인 영향력이 없는 듯 보인다. 또한 그러한 문제에는 한·미·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는 않은 눈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보스워스 대북특사의 방북도 거절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뒤에 기회라고 했던가? 늘 그렇듯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대결구도가 심화되고 난 이후에는 평화와 협력을 향한 요구가 빗발치기 마련이다. 어떠한 상황이든 조만간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그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취약해진 동북아 국제관계의 링크와 다양한 대북 채널을 회복시켜 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2009년 한반도의 고난의 행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지속적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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