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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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하라고요? 저는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초등학교 5학년 엄마 중 일부가 나타낸 반응이다. 필자는 얼마 전에 서울 근교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학부모들과 문해력에 대해 간담회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선생님은 필자와 같은 교육철학을 가진 분으로, 아이들이 학교 성적보다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문해력이 받쳐주지 않고서는 학교 교육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관의 공통점으로 필자와 같은 독서 모임에서 몇 년째 함께 하고 있다. 또 어떤 교육적 문제가 있으면 수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필자가 미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영감을 주는 분이다.

필자와 함께한 어머니들에게, 초등학교 때에 글을 읽고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글을 읽고 파악할 수 있고,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할 수 있다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지 않다는 설명도 했다. 초등학교 때 문해력의 기초를 다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인생 경로를 고민한 필자의 생각도 공유했다. 문해력은 아이가 성장해 사회에 진출해 확장해 나갈 다양한 진로에 필수적인 능력이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잘 정립되고, 어머니와 아이의 감정 교류가 잘 이뤄진다면 더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아이의 좋은 성적을 위해 많이 투자하고 생각보다 좋지 못한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배제한 어머니만의 욕심과 만족 기준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공부 잘하기를 원한다면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관계 형성, 감정 교류, 가치관 공유가 필요하다. 공부는 아이가 결심할 때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들통을 채우듯이 어른이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들불처럼 스스로 발화해 퍼져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일부 어머니는 감동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영감을 주는 말을 해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어머니는 ‘그래서 어쩌라고?’의 반응이었다. 지금 당장 많은 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더 잘하게 할 방법을 얻고자 한 것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녀를 키우는 자신이 바로 아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비법을 찾고 있었다. 그 맞춤형 비법은 자신의 기준에 만족하는 것으로 말이다.

세상에 그런 맞춤 해법은 없다. 필자는 여러 주제의 내용에서 이미 방법과 아이디어를 충분히 제공했다. 일부 어머니들이 원하는 비법도 들어 있었다. 다만 그 비법은 한순간에 실행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 뿐이었다. 그렇기에 어머니들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아이가 인생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입장으로 한 번 더 생각했다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조금 더 길고 멀리 바라보면서 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일부 어머니가 말했던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요?’라는 질문에는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권한다. ‘저는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라는 질문에는, 아이가 스스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돕고 기다리라고 권한다. 그 환경에는 어머니와의 편안한 감정 교류가 포함된다. 앞으로의 시대는 경험과 지식보다는 학습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으로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학습 능력, 즉 문해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이다.” 자녀를 너무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 아이가 편하게 책을 읽고 학습할 수 있는 감정을 갖게 해보자. 미래는 초등학교의 좋은 점수보다 초등학교 때 다져진 학습 능력이 있는 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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