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루터대,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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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루터대,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교에서 학문의 꽃은 논문이라 할 수 있다. 간혹 논문을 자신의 독창적인 사고에 기반해 작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저술한 논문을 거의 도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도배를 하더라도 타인의 논문을 인용했다는 것을 표시하면 일정 부분 책임면제가 될 수 있으나 이를 위반하게 되면 연구윤리 위반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학자로서는 치명타가 되는 것이다. 

학술진흥법 제15조,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2조 제3호는 이에 관한 연구윤리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우선 표절의 정의를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동 지침은 표절의 구체적인 내용 중 하나로 인용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해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해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모두 인용윤리를 위반한 것에 해당해 표절로 처리된다. 

이처럼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했음에도 이를 인용하지 않으면 마치 논문 저술자의 독창적인 사고물이라는 오인을 낳을 수 있고, 이것은 표절에 해당하는 것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누가 새로운 이론을 발굴했는가를 표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학계에서는 독창적 연구물을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분과 적분을 고안한 사람이 뉴턴인가 라이프니츠인가를 두고 한참 공방이 오간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이론을 처음 발견한 자를 누구로 인정하는가는 학자로서의 명예와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타인의 연구내용을 인용할 때에는 출처를 정확하게 인용하고 자신의 노작물이 아님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비록 일부 문장을 변형해 인용하더라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학자로서의 양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원저자의 동의를 얻었을 때에는 인용표시를 생략해도 될까. 이 질문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는 어떻게 구분될까와 동일한 내용이다. 저작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표절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표절이 되면 모두 저작권 침해가 된다. 이처럼 표절은 저작권 침해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원저자의 문헌사용 허락을 얻었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연구윤리 지침과 상반된 판단이다. 

이하 내용은 ‘표절’과 ‘인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 FAQ 미디어워치 편집부를 인용한 내용이다. 즉, 원저자의 문헌사용 허락과 무관하게 타인의 문헌에서 아이디어와 표현을 인용 부호와 출처 표시 없이 가져오면 표절이다. 원저자의 동의 여부는 법적 문제인 친고죄로서의 ‘저작권 침해’ 면책과만 관계될 뿐이며, 원저자의 동의가 있어도 인용의 원칙을 적절하게 준수하지 않는 한 ‘표절’이 된다.

‘연구윤리 평가기준 및 사례집’(2013) 87쪽에서는 ‘저작권 침해’와 ‘표절’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으로부터 전거(典據)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내용을 인용(引用)하거나 차용(借用)하는 행위다. 반면에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저술로부터 상당한 부분을 저자의 동의 또는 이용허락 없이 임의로 자신의 저술에 사용한 행위를 가리킨다.

한편, 연구윤리의 문제인 ‘표절’은 법적인 문제인 ‘저작권 침해’보다 폭넓은 개념이다. 이에 대해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2011) 91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원저작자의 승인 없이 또는 적절한 인용 없이 타인의 저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여 원저작자가 재산상의 피해를 입어 침해자가 고소된 경우, 이는 표절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법적책임을 져야한다.” 이처럼 원저자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인용 표시를 위반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고 반드시 인용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편 인용표시를 하지 않고, 연구윤리 위반 행위로 논문연구비를 수령하는 경우는 형법상 업무방행죄가 성립될까. 논문공동저자가 아닌 친동생을 공동저자로 등재시킨 부당저자표시행위의 경우 “학술지 편집인을 비롯한 업무담당자들의 논문심사 및 학술지 발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처벌했다(전주지방법원 2022. 3. 15 선고 2021고단674 판결 [업무방해]). 이와 달리 인용표시 위반이 학술지 발간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계에 의해 발간업무가 방해돼야 할 것이나 미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에 성립 여지가 작아보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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