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학령인구 241만 명, 2070년에는 101만 명 대학 존폐 기로
전문가들 “대학을 평생교육 기관으로 활용하자” 목소리
해외 대학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역사회 연계 활발
LiFE 사업 한계점 보완하고 안정적인 평생교육 재정 마련해야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성인학습자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성인학습자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중소규모 대학이 존폐 위기에 시달리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대학을 평생교육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대학교 학령인구는 328만 명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2010년에는 260만 명으로 줄었고 2020년 241만 명으로 더욱 감소했다. 통계청은 2030년에는 대학교 학령인구가 187만 명으로 2020년 대비 77.8%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대로라면 2070년 대학교 학령인구는 101만 명 수준이 된다.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사상 최초로 지원자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은 상황이 벌어졌다. 전국 대학의 입학 정원은 55만 명 수준인데 수능 접수 인원이 5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실제로 2021학년도 대학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사실상 미달을 기록한 지역이 속출했다. 2021학년도 일반대의 신입생 등록률은 전년 대비 4%p 하락했고, 전문대는 9.9%p 하락했다. 특히 2020학년도에는 일반대의 경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90%를 상회했지만 2021학년도에는 강원 89.2%, 경남 85%, 경북 88.1%, 전남 89.6%, 전북 89.3%, 제주 89.4% 등으로 무려 6개 지역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80%대로 내려앉았다.

사립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8개 지역에서 신입생 충원율 80%대를 기록한 가운데 경남은 2020학년도 91.6%의 충원율에서 2021학년도 73.1%로 무려 18.5%p나 줄어들었다. 경북과 전남 지역 국립대에서도 80%대의 충원율을 기록하면서 더욱 충격을 줬다.

대학은 이제 단순히 위기를 떠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교육은 대학 존립을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저출산 고령화로 기대 수명이 높아진데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재취업과 재교육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고숙련자나 고학력자의 재교육을 담당할 적합한 주체로 대학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2022 평생학습, 교육의 미래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 전환을 주제로 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기조강연을 펼친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은 디지털 시대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대학교육을 언급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모습이 평생교육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교육 전문가들 역시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 전환에 공감했다. 이우종 청운대 총장은 “학내 기득권의 저항이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평생교육이 앞으로 대학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학은 평생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 해외 대학은 어떻게 평생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을까. 국가평생교육원의 ‘대학의 평생교육 해외 선진사례’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대학은 1892년부터 성인교육을 시작해 100년 넘게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다.

Graham School이라고 불리는 평생교육 과정은 석사 학위 과정, 대학원 수료 과정 등이 포함된 학점 프로그램과 학사 후 수료 과정,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비학점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시카고 대학의 경우 성인학습자 지원을 위해 성인학생 지원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성인 맞춤형 강의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시간주립대의 MSUE는 본교 학생이 아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운영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비학위 및 비학점 과정으로 일부 수료증을 제공하지만 학위를 수여하거나 학점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강점은 도시나 교외, 지역 등 학습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든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춘 교육을 실시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접근이라는데 있다.

기술교육이 활발한 독일에서는 재직 성인학습자를 위해 대학의 문호를 개방했다. 독일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아비투어나 전문아비투어를 취득해야 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마이스터, 전문경영인, 기술사 등 최상의 직업교육을 이수하고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근로자는 대학입학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대학의 주요 기능의 하나로 ‘지역공헌’을 강조하면서 지역과 대학과의 연계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COC(Center of Community)에서 대학은 지역을 지향하는 교육과 연구, 사회공헌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국형 학위취득 모델은 아니지만 대학이 지역 공헌을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지역과제와 대학의 자원을 매칭하면 정부가 여기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평생교육체제 전환 이끄는 라이프 사업…안정적 재원 마련 필요 = 우리나라도 대학의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을 시행하고 있다. 라이프 사업 대학은 만 30세 이상이나 특성화고 등을 졸업하고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가 입학할 수 있는 재직자 맞춤 대학이다. 지난해 기준 주요 23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돈민 상지대 미래라이프대학장은 성인학습자를 위한 사업임에도 기존 학사 시스템에 맞춘 사업 구조의 한계를 지적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대학평생교육기능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최돈민 학장은 “라이프 사업을 운영해 보니 학령기 학생 모집과 똑같이 진행돼 수능 끝 9월에 원서를 넣으면 수능 시험 결과 이후에 발표해 3개월 기다려야 한다. 편입 역시 10명 여석이 있더라도 정규 대학의 규제를 받아서 편입생을 못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성인학습자에게 필요한 유연한 입학·졸업, 편입 시스템이 이뤄지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사전학습, 경험학습을 인정하지 않아 1학년 교양부터 다 들을 필요가 없는 성인학습자가 학교를 4년 동안 다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학장은 “OECD 기준에 맞지 않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입학·편입의 자율적 운영, 사전학습자 인정, 리크루트 에듀케이션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 중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이 관건이다. 권재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학·학교평생교육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재원이 있더라도 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에 활용할 수 없지만 선진국은 교육의 환경이나 물가변동율, 재정 환경을 보며 교육세를 정하고 있다”면서 하나의 방안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논의 중인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사례로 제시했다.

지난 7월 열린 평생교육 관련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고석규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은 “인구 감소와 입학 자원이 줄어듦에 따라 현 시스템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구조화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평생학습, 교육의 미래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일부 평생교육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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