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의 대입 수시 진학 상담 기간에 필자는 전문대학 진학 희망자의 상담을 맡았다. 그때 한 어머니가 아들을 대신해 상담하러 왔다. 아들의 고등학교 성적은 썩 좋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매사 긍정적이고 쾌활하게 생활하고 있단다. ​운동과 패션에 감각이 있으며 감성이 뛰어나고 친구와 함께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현재의 성적과 상황에서, 일반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서울이나 수도권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라는 판단을 했단다. 그래서 그에 맞는 대학의 학과를 찾아주기를 원했다.

필자는 부모가 원하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 전문대학의 학과를 제안했다. 그 어머니는 만족했다. 그러나 그 제안은 좋은 생각이지만,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춘 한정된 생각이라 들었다. 다시 아이의 성적을 확인하고, 아이의 특성에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특성을 파악했다. 그 아이는 잘생긴 외모에 성격이 좋고 감성적인 면과 패션 감각을 가졌으며 영어를 조금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가진 선천적인 능력도 재능이자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으므로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해 필자가 제안한 것은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되 글쓰기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패션 감각이 있고 패션을 좋아하기에 패션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의 소재는 그 아이가 즐겨보는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도록 했다. 영어가 되니까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패션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다. 드라마 등장인물의 패션을 보면서 자신이 느낀 패션 관련 사항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함께 블로그를 쓰는 것이다.

글을 처음 쓰기는 어려우니 잘 쓰려고 하지 말고,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바로 시작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글의 길이를 길게 하면 될 것이다. 자신의 블로그인 만큼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라는 데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자기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써놓은 글도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글들이 계속된다면 점점 훌륭한 글이 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패션에 대한 지식과 감각이 발전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온라인에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고 취업의 길을 여는 방법이다. 비록 짧고 볼품없는 글이라 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오랫동안 누적된다면 세 가지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는 꾸준함을 보이는 것으로, 성실함과 노력하는 인재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의 패션에 대한 전문성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그런 과정은 인재를 구하는 고용주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수 있다. 공채가 사라지고, 인턴과 경력직 채용이 대세가 된 지금에 아주 유용한 전략이다. 현재와 같은 온라인 시대에 온라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어느 사업가는 말했다. 필자도 공감한다.

그 어머니는 아들이 어느 대학에 지원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있을까를 상담하러 왔다가 아들의 인생 전체에 관한 새로운 진로 개척 상담을 하게 되었다고 매우 만족해했다. 필자의 제언대로 그 학생이 자신이 관심 있는 패션을 공부하면서 패션 분야의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지는 모른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전공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자기 전공 분야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전공도 공부해야 한다. 그 전공은 원래의 전공을 빛나게 하는 선택이면 더 좋다. 그리고 두 전공을 연결할 수 있을 때, 전공이 빛나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관심 있는 것을 전공했다고 해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회의 일자리는 없다. 대학에서 가르친 학생 수만큼의 일자리가 사회에는 준비되지 않았다. 자신의 일자리는 스스로 찾거나,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전공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공을 돋보이게 하는 다른 전공을 연결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필자가 학생에게 제안했던 것처럼 말이다. 패션에 관심을 둔다면, 패션 사업을 위한 준비를 하도록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