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혜전대에 몸담은 “혜전 스페셜리스트”
먼저 일하는 총장, 대학 발전 이끄는 “엄마 리더십”
“구성원 단합이 최우선…대학경영 성공의 밑거름은 ‘사람의 마음’”
“홍성군과 HiVE사업 상생·협력…지역사회 대표대학 입지 다질 것”

이혜숙 혜전대 총장은 지난달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학생, 교수 그리고 교직원 나아가 지역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발전하는 혜전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장 취임 1년차, 혜전대 구성원들은 이전보다 더 돈독한 ‘가족’이 됐다. (사진= 한명섭 기자)
이혜숙 혜전대 총장은 지난달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학생, 교수 그리고 교직원 나아가 지역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발전하는 혜전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장 취임 1년차, 혜전대 구성원들은 이전보다 더 돈독한 ‘가족’이 됐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지방대학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 이혜숙 혜전대학교 총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혜전대는 이 총장의 ‘엄마 리더십’ 아래 충남 홍성 대표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지난달 22일 여름의 끝자락에서 혜전대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이혜숙 총장을 만났다.

이혜숙 총장은 1982년 혜전대 개교와 함께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년 퇴임을 한 뒤에도 지난해까지 혜전대 기획실장과 학교법인 감사로 근무했다. 그가 혜전대에 있지 않았던 기간은 40여 년의 세월 동안 법인 감사직을 마친 후 총장직을 맡기 전 사이의 6개월 정도뿐이다.

이 총장은 인터뷰 내내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대학 경영 성공의 밑거름은 ‘사람의 마음’이다. 모든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에게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혜전대는 집이고 학생·교수·직원들은 가족이다. 조직의 단합을 단단히 한 혜전대는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학교의 골격을 다시금 탄탄히 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이 총장은 지난 1년간 서울 본가에 한 달에 한 번도 못 갈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언제나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경영 개선책을 고민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업무 서류로 가득한 이 총장의 집무실 책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왜 ‘먼저 일하는 총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짐작이 갔다. 

이혜숙 혜전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혜숙 혜전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총장직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경영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인지.
“사실 먼저 자원하려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제게 총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보내왔다. 학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982년 혜전대 개교와 함께 교수로 일했고, 이후 일평생을 혜전대와 함께 보냈다. 퇴임한 후에도 관심은 항상 학교에 쏠려 있었다. 전국 지방대학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잘 알고 지금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일한다면 혜전대의 상황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총장직을 수락하게 됐다.”

- 총장으로 취임하고 딱 1년이 지났다. 그간의 성과라면.
“본교 교수로 40여 년간 일하면서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이해가 쌓였다. 이해·공감·인정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추구했고 서로 협력하면서 구성원의 결집과 단합을 이뤄낸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신뢰 관계와 유대감이 형성돼야 어떤 일이든지 최고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조직을 개편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늘렸다. 총동창회를 다시 활성화하며 지역사회 내에서의 혜전대 입지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대학발전기금을 적극 유치하고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하는 등 학교 재정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했다. 또 입시정책을 전면 개선하고 외국인 학생 유치를 늘리면서 입학자원 확보에도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 학교 구성원의 마음을 한 데 모아 단합된 힘으로 학교를 함께 이끄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리더로서 소통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과 이해를 해주느냐에 따라 리더에 대한 신뢰의 정도가 달라진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는 대학 구성원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취임과 동시에 그들에게 이제부터는 한마음으로 움직이자고 감정적 소구를 활용해 호소했다. 어려운 대학 상황에서 힘을 합쳐야 살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함께 힘든 일들을 극복하고 기획한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구성원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커졌다. 혜전대라는 집 아래 가족이 됐다. 저의 총장 취임을 가장 지지하고 반기는 사람은 교수들이다. 함께 대학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녀를 혜전대에 진학시키는 교수들도 있을 정도니 대학에 쏟는 노력을 구성원들도 의심하지 않는 셈이다.”

- ‘엄마 리더십, 누나 리더십, 언니 리더십’이라는 타이틀이 떠오른다. 대단한 1년을 보냈고 혜전대 변화의 시대를 주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대학들을 보면 학교 사정을 위해 외부인사를 경영에 투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응당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학교가 힘들 때 경륜과 열정이 있는 총장이 필요한 때라고 보는데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 이렇게 온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은 학교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혜전대와 함께 보낸 청춘이 궁금하다.
“처음 혜전대에 교수로 부임했을 때는 29살이었다. 학생들과의 나이가 열 살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개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도 있었다. 그때 가르쳤던 제자들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정기적으로 만난다. 이제는 사제지간을 넘어선 인생의 친구가 됐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처럼 40년 동안 학생과 가까이 지내는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여학생 생활반장, 상담실장, 학생생활연구소장을 맡으면서 학생들의 생활 전반과 취업까지 관리했다.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학교에 갖는 애정도 커졌고 일도 찾아서 하게 됐다. 그 당시에 취업정보실과 상담실 등을 설립하면서 대학 조직화를 시작했고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교수학습센터장을 거쳐 정년 퇴임을 했는데도 학교가 눈에 밟혀 기획실장을 맡았다. 학생 지원부터 교수학습개발, 학교 사업관리까지 제 손을 안 거친 부분이 없다. 이제는 운명처럼 총장실까지 왔으니, 청춘은 물론이고 인생을 혜전대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혜숙 혜전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혜숙 혜전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취임사에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강조한 이유는.
“혜전대는 1982년 교육의 불모지였던 충남 서부지역에 지역 발전의 원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세워졌다. 2년제 11개 학과 760명을 시작으로 40년 동안 이어졌고 지금도 저렴한 등록금으로 지역인재를 양성해 나가고 있다. 학교가 세워진 목적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학교 경영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신입생 중 충남지역 학생 비율이 과반수를 이루고 있어 대학의 기반 또한 지역사회라고 할 수 있다. 충남에서는 홍성군수를 포함한 유치원·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병원·공무원 등 지역 산업체에서 혜전대 출신 인물들의 활약이 만만치 않다. 나아가 이번에 참여하게 된 교육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 사업)’이 혜전대의 뜻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동력을 얻은 셈이 됐다. 앞으로 지역과 함께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

- 혜전대가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사례를 소개해준다면.
“앞서 말했듯 혜전대 졸업생들이 지역 기관에 많이 분포돼 있다. 이 점을 강점으로 삼아 지역사회와 다양한 협력사업을 운영한다. △교육청과 협력해 유치원·어린이집·사회복지센터의 다문화 아동 언어치료 지원 △홍성군 장애전담 어린이집 ‘느티나무 어린이집’ 위탁 운영 △당진시와 보령시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위탁 운영 △치매극복 선도대학으로 지정돼 지역 어르신들에게 치매관련 봉사 지원 △보건계열 학생들이 매년 ‘찾아가는 건강버스’ 행사를 진행해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 제공 △외식창업조리과에서 푸드트럭 창업자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 △매년 6월 호텔조리계열에서 보훈센터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 학령인구가 줄고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리면서 지역대학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혜전대만의 극복 방안이 있다면.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은 대도시에서 살고싶은 청년들의 마음도 이해하니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혜전대는 오랜 기간 지역에서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들도 우리를 믿고 자녀를 맡긴다. 이러한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학생 취업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혜전대의 저력이며 경쟁력이다. 이를 더 강화해 우리 대학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학교라는 사실을 굳건히 할 생각이다.”

- 혜전대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를 어떻게 강화해 나갈 생각인가.
“학생의 취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수준 높은 고등직업교육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들도 혜전대에 입학해 교수의 1:1 밀착지도를 받으며 성장한다. 인기가 많은 호텔조리계열과 제과·제빵계열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호텔조리과는 한·중·일·서양 4개 전공을 운영하고 해외 연수를 지원한다. 또 앞으로 참여하는 HiVE 사업에 참가하기 위해 관련 지역특화분야 학과인 ‘농축산식품융합과’ 인재를 육성해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한다.”

- 혜전대의 약점은 무엇인가. 또 이를 어떻게 보완할 계획인가.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교수들의 임금이 잘 오르지 않는 데 있다. 신입생 충원율이 급감하고 지출이 늘면서 대학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최근에 HiVE사업 등 국고사업과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학생·지역민을 넘어 대학 구성원들에게도 베풀 계획이다.”

- 지역사회·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을 실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정확한 해법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 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또 진행 중이다. 그에 따른 큰 변화는 맞이하지 못했지만 작은 변화들은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고등교육재정 교부금 등 여러 정책이 발의되고 있다. 유·초·중고등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생도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들의 미래 사회진출을 위해 국가의 재정이 지원돼야 한다.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 그들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 총장이 구상하는 혜전대 발전 청사진이 있다면.
“취임사와 같이 ‘잘 가르치는 대학’, ‘경쟁력이 강한 지속 가능한 대학’을 만드는 게 목표다. 대학의 특성화와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유연한 학사제도를 만들어 전공교육·교양교육·비교과 교육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 기반의 평가를 도입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교수학습법 또한 재개발해 현장 밀착형 수업을 설계해서 위 목표를 이룰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올해 40주년을 맞은 혜전대가 다음 50, 100주년도 성대히 맞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를 믿고 따라주는 대학 구성원들과 협력해 초심으로 돌아가 초석부터 꼼꼼히 다지는 수밖에 없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함께했던 좋은 동료 교수로서 남았으면 좋겠다. 어떤 총장이었다기보다는 혜전대, 혜전대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대학 구성원으로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이혜숙 혜전대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혜전대 설립자 고(故) 이종성 선생 기념비 앞에서 전문대학, 지방대학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성과 혜전대가 귀감이 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이혜숙 혜전대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혜전대 설립자 고(故) 이종성 선생 기념비 앞에서 전문대학, 지방대학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성과 혜전대가 귀감이 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 이혜숙 총장은…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 혜전대 개교와 함께 교양대학 교수로 부임했고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쳤다. 돈암어문확회 부회장, 충청남도 대학 및 지역균형인재육성지원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교육에 기여했다.상담실장·학생생활연구소장·교수학습센터장·기획실장·법인 감사 등을 맡으며 학교 운영의 틀을 마련했다. 2021년 9월 혜전대 제12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우지수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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