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개 전문대 수시 1차 마감, 경쟁률 소폭 하락 추세
지원자 줄었지만 모집인원 함께 줄어 경쟁률 “선방”
꾸준한 보건계열 인기…“취업 걱정 적은 학과 선호”
“전문대, 현장 전문직 양성 기관으로서 강점 유지해야”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전문대학의 1차 수시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같거나 소폭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대학 인원이 줄어드는 시점인 만큼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23학년도 입시에서 모집인원을 줄이고 동시에 수시 비중을 대폭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역별로 경쟁률이 감소한 추세를 보였지만 인기학과는 여전히 건재했고 주목할만한 학과들 역시 눈에 띄었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전국 131개 전문대학 1차 수시모집 접수가 지난 6일 마감됐다. 수시 원서접수 대행사 유웨이어플라이, 진학어플라이를 통해 경쟁률 현황을 공개한 학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대학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다.

■ 전문대 모집인원 축소 영향…지원자 줄어도 경쟁률 저하는 적어 = 권역별 평균 경쟁률은 전체적으로 약해졌지만 큰 변동은 없는 모습이다. 이번 서울시 전문대 수시 1차 경쟁률 평균치는 7.05대 1로 지난해 7.15대 1보다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강원지역은 2.53대 1로 2.66대 1보다 하락, 부산지역도 올해 5.8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지난해 7.37대 1보다 하락했다. 반면 대전지역은 올해 3.8대 1로 지난해 3.57대 1과 비교해 상승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수시모집의 경쟁률 하락 폭이 작은 이유로 모집정원 감축이 꼽힌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전문대학 전체모집인원은 17만 3978명으로 2022학년도 19만 1072명에 비해 8.9%(1만 7094명) 줄어들었다. 이 중 수시모집 인원은 올해 15만 6878명으로 지난해 16만 9527명보다 7.5%(1만 2649명) 감소했다. 수시모집 인원이 줄긴 했지만, 전체모집인원도 함께 줄면서 올해 입시 수시 비중은 90.2%로 지난해 88.7%보다 1.5%포인트 더 늘었다.

■ 보건계열, 여전한 저력…신흥 강자 학과도 ‘주목’ = 전체 지원자 수는 줄었지만, 인기 학과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쏠렸다. 전통적인 인기 학과인 보건계열을 운영하는 대부분 대학은 경쟁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림성심대에서는 물리치료과와 방사선과가 각각 21대 1, 19.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영진전문대의 이번 모집 최고 경쟁률은 특성화고 전형 간호학과로 57.8대 1을 기록했다. 같은 전형에서 대구보건대는 간호학과 72대 1, 물리치료학과 49.8대 1 등 학생들의 수요를 체감할 수 있는 수치가 나타났다.

최영진 춘해보건대 입학처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전체 지원자 수 감소는 어쩔 수 없지만 보건계열 학과의 지원율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보건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늘었다. 거기에 더해 취업률이 높은 보건계열 학과의 인기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최근에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학과들도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동원대의 이번 입시 경쟁률 최고 학과는 반려동물과로 일반전형에서 11.68대 1을 기록했다. 서정대 반려동물과 일반전형의 경쟁률은 4.16대 1로 가장 높았던 보건계열 다음 순위로 나타났다.

한국 대중가요, 영상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류 문화를 다루는 학과 역시 학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대경대 K-뷰티과는 8대 1의 경쟁률로 일반전형모집 중 가장 높았다. 인덕대의 방송영상미디어학과는 13.08대 1, 방송메이크업학과는 12.5대 1, 방송헤어미용예술학과는 10.29대 1로 방송계열 학과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권덕문 대구보건대 입학처장은 “보건계열과 K-컬쳐, 반려동물 학과 등 직업군이 확실한 학과에 지원자가 몰렸다”며 “청년들이 취업을 우선 걱정하게 되는 사회적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학의 미래 설계의 초석, 신설학과 입시 현황은 = 대학의 미래 방향에 맞춰 새로운 학과를 개설한 학교들이 많다. 신설학과의 첫 입시, 대학들의 기대와 학생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졌을까.

신안산대는 이번에 스마트패키징학과를 신설했다. 거점지역의 유망 사업과 연계한 산학협력이 원활할 것이라 확신해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경쟁률은 1대 1로 많은 인원이 지원하지 않았다. 학과 전공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이해도가 아직은 부족해 기대한 만큼 인원이 지원하기엔 다소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영상대는 내년부터 메타버스 계열을 운영한다. 변화하는 산업에 맞춰 관심 있는 학생들의 지원을 예상했다. 메타버스계열의 수시 1차 경쟁률 역시 1대 1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진영 신안산대 계장은 “신설학과에 대한 생소함과 시작에 대한 두려움에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공 인지도가 쌓이면 학생들이 먼저 찾을 것이다”며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홍보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최동일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수석부회장

최동일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수석부회장
최동일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수석부회장

- 이번 전문대학 입시는 전체모집인원을 줄이고 수시모집 비중을 더 늘렸다. 종합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수시 1차 모집은 15만 6878명으로 전년도 16만 9527명에 비해 1만 2649명이 줄었으나, 전체 모집인원의 축소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증가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가 지난해 44만 6573명 대비 43만 1118명으로 1만 5455명 감소했고, 지방 국립대를 제외한 일반대 수시모집 비중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대학 진학률을 약 70%로 추정했을 때 대학입학 정원이 진학 희망자를 초과하고 있어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입학성적 하락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또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 중상위권 일반대학 중심으로 상향 지원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향후 전문대학을 넘어 지방대학의 지원율과 등록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 입시에서 주목해야 할 학과는.
“학령인구 감소와 별개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위기는 수험생들의 진로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다. 기존 성적에 맞춰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과는 달리 최근에는 자신의 진로와 꿈에 도달할 수 있는 학과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간호·물리 보건계열, 헤어·뷰티 미용, 반려 애견 관련 학과 등이 있다.”

- 정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이 전문대학 학제 개편에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분야에서 전문대가 가지는 강점은.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은 고등교육법에서 명시돼 있듯이 대학의 설립목적이 다르다. 전문대학은 연구자의 양성보다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현장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서 이론 수업보다는 실습수업의 비중이 높다. 이는 디지털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현장 전문 기술자 양성이라는 점에서 일반대학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대학은 전통적으로 ‘실무형 현장전문가 양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최근 공학계열의 융합학과 신설과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현장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볼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자동화기계 △전기 △전자 등 공학 분야 학과들은 다양한 산업체의 전문가들과 직접 연계해 운영(LINC 3.0 사업)하고 있어 디지털 분야 현장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특성들이 일반대학이 가지지 못하는 전문대학의 큰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여전히 인기 있는 전문대 학과들이 많다. 일반대에서도 이런 직업학과를 운영하면서 전문대 지원자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반대와 비교해 직업교육에서 전문대가 가지는 장점은.
“많은 지방 일반대학이 직업 관련 학과를 운영하며 고등교육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학의 설립목적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다르게 전통적으로 직업교육, 현장 실무교육을 강점으로 발전해 왔다.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현장실무형 연계과정을 통해 이론보다는 실무중심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수업 또한 직업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적용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지방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입학성적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퇴색돼 미충원되는 학과와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 즉 산업현장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실무적인 기술 수준을 두고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일반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이 가지는 전통적 현장전문가 양성이라는 가치와 그 맥이 같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전문대학의 노하우를 활용한 실습 중심,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 교육과정이 비로소 그 빛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도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줄어들 것이다. 이에 대비해 전문대들은 어떤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할까.
“학령인구의 감소는 지방대학과 전문대에게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분명 우리나라 산업발전 초석을 이뤘고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서 역할수행을 이어 오고 있다. 산업현장은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많은 전문대학이 다수의 학생에게 선택받는 학과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현장과 일맥상통하다. 이에 전문대는 전문대가 가지는 강점, 즉 현장 실무형 인재와 취업률 등을 다양한 직업군의 실무자와 진로진학 교사들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꾸준히 힘쓰고자 한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의 취업·직업선택의 차별화로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인식 개선해 나가는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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