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창간 34주년 기념 ‘대학 속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 특별대담에서 참석 전문가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교육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창간 34주년 기념 ‘대학 속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 특별대담에서 참석 전문가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교육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교육계에서도 메타버스로 학습·활동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세상’을 의미하는 버스(-verse)를 합친 단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이를 초월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만나고, 이야기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상 현실 공간이 메타버스다.

현실과 디지털이 융합된 메타버스가 최근 교육계, 특히 대학가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을 통한 삶에 익숙한 MZ세대가 교직원·학생 등 대학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며 메타버스가 예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대학에서 받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최근 1~2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높은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메타버스의 질적 수준이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학계는 이를 가지고 메타버스를 속단하면 절대 안 된다고 조언한다. 메타버스는 계속 진화하고, 교육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지향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대책들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운영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추진 체계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교육계, 특히 대학에서도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체제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정치권 차원에서도 대학이 디지털 기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법·제도를 신설·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왼쪽부터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대학학술본부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왼쪽부터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대학학술본부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본지는 창간 34주년 기념으로 ‘대학 속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전문가 특별대담을 준비했다. 전문가 대담은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신문사 1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대학학술본부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등 학계·교육계·산업계를 대표하는 4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의 디지털 전환 시대,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교육에 대한 진단과 보완 방안을 간담회 형태로 정리했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어떻게 등장하게 됐나.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사진=한명섭 기자)

먼저 한국대학신문 창사 34주년 기념 ‘대학 속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여러분을 환영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대학학술본부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가 참석했다. 바쁜 가운데 시간 내줘 감사하다.

오늘날 에듀테크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원래 초중등교육에 집중됐던 에듀테크 기능이 사교육으로, 고등교육으로, 교육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에듀테크를 통한 정책적 지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미래 고등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할지, 전문가와 함께 탐색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메타버스의 개념을 놓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어떻게 등장했는지. 또 온라인 쇼핑이나 SNS와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새로운 기술이 교육과 만난다는 것은 흥미로운 시도다.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한 것은 환경적 요인이 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메타버스를 교육 현장에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소설에서 처음 등장하게 됐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장편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메타버스 개념을 처음 등장시켰다. 소설 속에 있었던 인문학적 개념이 이후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버스를 세계 최초로 교육에서 활용한 사례는 미국 버클리대 입학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천향대가 입학식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여러 대학, 공공기관 등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며 확산하고 있다.

장상현 KERIS 대학학술본부장
저는 기술적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4차례의 산업혁명이 있었다. 그 중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은 3차 산업혁명, 이른바 인터넷(IT) 혁명이다. 인터넷의 핵심 기술은 하이퍼텍스트다. 클릭, 드래그 앤드 드롭 등 연결하는 기능이 핵심적이고, 이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이 만들어져 우리가 사용을 해왔다. 유튜브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영상의 세계까지 이 플랫폼이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이전 플랫폼과 차이점은 클릭, 드래그 앤드 드롭뿐 아니라 걷기, 웃기, 박수치기 등 인간의 활동을 가상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게 발전하게 된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에 있던 플랫폼과 차원이 다른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사회생활, 금융·경제활동, 의료·교육 등 인간의 활동이 과거 플랫폼과는 다른 형태로 아주 현실감 있고, 몰입감을 갖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급격한 사회 변화에 발맞춰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메타버스라는 말은 있었고, 멀티버스라는 용어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초연결 사회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뿐 아니라 기술과 기술과의 연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굉장히 열린 개념이다. 미래지향적 개념인 것이다. 이는 아직 개념이 완성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혼동할 때도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앞으로도 계속 정의가 추가되면서 발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용섭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를 접하며 열광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특장점, 강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박기현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사진=한명섭 기자)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사진=한명섭 기자)

메타버스 개념에서 자주 혼동하는 게 ‘기존에 다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사이버 세상, 온라인, 디지털 등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런 개념들이 현실과는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많았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가상세계다. 기존의 가상세계, 온라인과 달리 메타버스는 굉장히 밀접하게 현실이 반영돼 있다. 자신의 활동·생각이 온라인에 반영되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현실과 결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자기 혼자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서로 소통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이것이 현 단계 메타버스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메타버스가) 일단 뭔가 기존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쓰나미처럼 급속도로 다가오는 최신기술 가운데서도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이다. 이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메타버스라는 가상 현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설레고 또 새로움이 있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또 그 안에 게임적 요소가 담겨 있는 등 사람들이 열광하고 고조될 수 있는 기술적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다. 과거엔 영화나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이 구현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러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상현
요즘 나온 차들은 거의 자율주행에 가까워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만 하면 운전대 조작 없이도 목적지까지 갈 수가 있다. 상상으로만 했던 기술들이 구현되는 것이다. 상상으로만 했던 기술을 구현하는 단계에 이르러, 조금 더 고차원적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구현한 것이 메타버스다.

요즘 MZ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게 ‘부캐’(두 번째 캐릭터)다. 사람은 한 번 살지 않나. 현생에서는 부모님을 만난 것부터 (인생이) 시작해 정해진다. 다른 삶을 살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학 졸업성적에 따라 사회적 위치도 정해진다.

그런데 가상세계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사람의 다면성, 이른바 페르소나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 메타버스인 것이다. 현실에서 공부를 못하거나 가난한 사람도 가상세계에서는 공부를 잘 할 수도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메타버스가) 관심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최용섭
메타버스를 교육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메타버스는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박주희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메타버스는 의료 분야에서 실감형 콘텐츠로 적용됐다. 의사나 간호사가 메디컬 현장에서 환자를 살릴 수 있도록 가상 수술 등 상당 수준의 콘텐츠가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 콘텐츠는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기간도 오래 걸리는 탓에 현재는 꼭 필요한 분야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선 코로나19 때문에 대학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 불만을 해소하고자 메타버스 환경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가 대학 교육·수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대학 63개교가 모인 컨소시엄을 조직했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작해 3개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대 63개교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반대도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인하대 등 여러 대학이 올해부터 함께한다.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때 여러 단체가 모여 공동으로 할 때 메타버스의 효과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미약하지만 앞으로 여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른 템포로 발전하려면 여러 단체가 모여서 같이 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장상현
의료분야를 포함해 화학 실험, 군사 훈련 등에서 오래전부터 이러닝(e-learning) 분야가 많은 역할을 했다. 특히 교육 분야의 경우 플랫폼 간 연계가 중요하지만, 아직 국제 표준규약 등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 쪽의 콘텐츠라든지 플랫폼 간 상호 운용성에 관련된 부분들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

원종원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사진=한명섭 기자)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사진=한명섭 기자)

기술적으로 보면 (메타버스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 자체는 어떠한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일종의 툴로 활용해서 다양한 기술이 결합하고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어,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순천향대에서는 미디어 인사이드 센터를 만들고 AR·VR·메타버스 등 연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오기 전부터 준비했던 부분이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실습해야 하는데 자신이 어떤 전공 분야로 나가서 체험을 해야할 지 선택하는 것을 생각보다 쉽지 않아 한다.

이에 현장을 학교로 끌고 들어오자는 ‘팩토리 인사이드’의 개념을 적용한 사례가 순천향대에는 많다. 순천향대는 병원이 먼저 만들어진 학교인 만큼 아무래도 의료분야로 진출을 많이 한다. ‘호스피털 인사이드’를 만들어 병원과 똑같은 환경을 구축한 예가 있다. 공대의 ‘팩토리 인사이드’와 영상·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미디어 인사이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자면 공연영상학과는 배우를 키운다. 배우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대 공포증 극복이다. 무대에만 올라가면 대사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메타버스 상에서 무대를 만든다. 그곳에는 나를 상대하는 배우가 있다. 그 배우와 대사를 주고 받는다. 내가 적합한 대사를 하면 상대 배우가 다음 대사를 들려준다. 즉 가상 현실 속에서 무대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초보적이고 어떻게 보자면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체험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메타버스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지금 결론을 얻고자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박기현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를 보기 위해 교육 분야 메타버스 구축 사례를 수집해 분류해봤다. 나름대로 분류한 바로는 초기엔 홈페이지 대용으로 메타버스 상에 간단히 학교 공간을 구축하고 학교 소개하는 식으로 가볍게 시작을 했다. 그 다음에 보면 크게 1회성 이벤트와 상시 운영 서비스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1회성 서비스는 주로 졸업식, 입학식, 전시회, 세미나, 포럼, 학회 등 일시적으로 공간을 만들어놓고 사람을 모아서 하는 행사가 있다. 상시 운영의 경우 상설 전시라든지 수업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수업 사례를 보면 처음엔 동영상 기반으로 녹화 영상이나 라이브 실사 동영상을 많이 반영했다. 기존에 많이 하던 실감형 체험 콘텐츠들은 공학·의학 분야다. 그 다음에 과학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요새는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상호작용에 바탕을 두고 수업·학습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콘텐츠는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기존에 했던 것을 바탕으로 예컨대 인체 해부하는 것에서 나아가 여러 명이 이를 놓고 토의한다든지 상호작용에 대한 수업들이 더욱 많이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장상현
해외에서 대학 도서관을 메타버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미국의 새너제이 주립대학교(San Jose State University)라는 곳인데 이 학교가 도서관을 메타버스로 만들었다. 국내에도 한성대학교, 강원대학교가 도서관을 메타버스로 만들어서 지금 운영하고 있다. 앞서 박기현 대표 말처럼 상시 운영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서관은 메타버스로 전환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몇 군데 대학들이 준비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대학들이 도서관을 메타버스로 전환하기 위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메타버스 열풍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최용섭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교육 현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비대면 교육에서 다시 대면 교육 중심으로 회기하면 메타버스 열풍도 수그러들지 않겠나 하는 점이다.

장상현

장상현 KERIS 대학학술본부장 (사진=한명섭 기자)
장상현 KERIS 대학학술본부장 (사진=한명섭 기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당장은 (메타버스가)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재의 기술 수준이 실존·실제감이나 상호 운용성, 현실 연결성 등 측면에서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생들이 가상 교실에 들어와서 앉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수업이 끝난다. 이 같은 일들이 있어서 당장은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특히 AR·VR 콘텐츠가 저가에 만들어지고, 보조장치인 HMD(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Head Mounted Display)라든지 스마트 교실 등 학교 안에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가 들어온다고 하면 정말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기술의 확장성과 폭발성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이것(메타버스)은 지금부터 준비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원종원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메타버스가 오프라인 교육을 다 대체할 것이냐. 그건 아니라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1950년대에 텔레비전이 나왔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기자가 ‘앞으로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고 기사를 썼다. 소리에 영상까지 나오는데 누가 소리만 나오는 디바이스를 계속 갖고 있겠느냐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람들의 매체에 대한 소비는 점점 병렬적으로 늘어가게 마련이다. 하나가 나와서 다른 것을 대체하는 일은 그렇게 흔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회귀하고 혹은 감염병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이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혹은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는 생각은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예측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매체나 미디어로 활용하는 교육 체험들은 확장될 것이다. 오프라인이 가지는 장점을 유지하는 교육도 물론 지속될 것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공간 체험이 적절히 활용되는 분야들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기현
팬데믹이 종료돼도 메타버스와 관련해서는 줄어드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확대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줄어드는 부분은 아무래도 실시간 화상 기반 교육은 물리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오프라인 대체가 가능해서다. 그런데 저는 이제 우리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큰 태풍이 왔을 때 남부 지방의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적이 있었다.

이는 우리가 경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재난 상황에서 2일만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화상회의를 업체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요즘은 대부분 대면으로 일을 하지만 정 시간이 안 맞거나 거리가 멀 때 자연스럽게 화상회의를 한다. 기존에 했던 경험은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서비스도 이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제까지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하던 수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메타버스 수업을 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활용하는 쪽으로 메타버스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발전해야 할 기술은.

최용섭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도를 지금보다 높이려면 현재 부자연스러운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관련 기술들이 더욱 발전할 필요성이 있다. 메타버스가 지금보다 자연스럽게 되려면 어떤 기술들이 보완돼야 하나.

박기현
아무래도 메타버스라는 게 온라인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IT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또 그래픽을 실사로 처리하는 능력이라든지 네트워크, 디바이스 등 여러 기술의 도입도 필요하다.

기존에는 주로 실사와 같은 그래픽을 하는 쪽으로 집중을 했다. 하지만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이나 다른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동작이라든지 걸어간다든지 등의 일반적인 사람의 활동에 기반한 상호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증강현실의 발전도 교육적으로는 굉장히 효과가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한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 세계에 필요한 정보를 덧붙여 학습효과를 높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접하기 힘든 부분들은 가상 환경으로 발견하지만 현실에 기반을 둔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증강현실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증강현실에서는 안경형 장비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크기, 발열, 무게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그쪽 기술들이 개선이 된다면 증강현실은 교육 쪽에서 굉장히 자주 활용될 수 있는 메타버스 분야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분석하고 있다.

박주희
메타버스가 지금보다 더 활용도를 높이려면 네트워크가 해결돼야 한다. 정부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오는 2026년까지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내용과 전 국민이 디지털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포함됐다. 이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도 내용에 들어있다.

메타버스가 정착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특화망 정도는 다 깔아주고 이를 통해 교육기관의 속도 문제가 해결돼서 여러 학생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교육 환경으로 개선돼야 한다. 또 나중에 6G가 나오면 제일 먼저 관련 네트워크를 해결해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디바이스 문제다. 디바이스가 지금은 불편하니까 착용감을 개선한 것으로 빨리 제작돼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번 부산에서 시연을 했는데 착용해 보니 아주 발전했다.

결국 교육 현장에서 메타버스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제일 큰 문제가 HMD 때문이다. 민감한 사람의 경우 ‘어지럽다’ ‘장시간 착용할 때 힘들다’ 의견이 나온다. 이 같은 부분을 해결해야만 한다. 하드웨어적인 디바이스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다만 예상하기에 얼마 안 가서 해결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장상현
현실의 교수학습 상황을 가상으로 옮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가상에서도 충분히 구현돼야 하는 게 관건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질문할 사람은 손 들어라’ 하면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손을 들면 메타버스 내에서도 아바타가 손을 들고 있는 게 나타난다거나 하는 증강현실적인 요소가 개발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연결성과 관련이 있고, 이 같은 기술의 해결은 아마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 이전에 선행적으로 해야 할 것은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플랫폼과 실제 교수학습이 일어나는 이러닝 플랫폼 내 데이터가 연계되지 않고 있다. 그게 돼야지 실제 AI를 사용한다거나 학습분석을 한다거나 이런 것을 통해 맞춤 학습이 가능한데, 현재에는 메타버스에서 데이터가 남겨지지 않고 있다. 또 교수학습 활동을 한 LMS 데이터와도 동기화가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연결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먼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기술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정부와 정치권에서 노력할 부분은.

최용섭
새로운 시대가 오는데 법과 제도는 이 같은 신기술의 흐름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메타버스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는데, 신설·정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해달라.

원종원
사실 교육기관들은 어려움을 굉장히 많이 겪고 있다. 왜냐하면 신기술을 적용할 때는 많은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모험적인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이 부담을 왜 개별 학교가 지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는 조금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교육계 패러다임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대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대학이 어떻게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전 세계는 지금 변하고 있다. 정부마다 촉각을 세우고 미래 교육의 변화에 대해 대비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강점은 인력이다. 굉장히 우수한 우리 국민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힘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무너지면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대학신문도 역할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공동의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대학이 더 경쟁력을 갖추게 할 것인가, 대학을 지원하며 새로운 방안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시기다.

장상현
대학이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정부가 특별 재정법이라든지 지원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라는 것을 하고 있지만,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응집력 있게 대학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체제가 갖춰진 것은 아니다. 초중등 영역은 그게 지금 이뤄지고 있지만, 대학은 제도적인 기반이 없어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선도적으로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플랫폼을 만들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

박주희
특별히 직업교육을 하는 교육기관들은 더 열악한 코너에 몰려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상태에서 경영하기 어려운 전문대, 직업교육기관이 많다. 대한민국 국민이 태어나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직업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는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검토가 되고 법으로 정해야 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는 직업교육을 하는 데 예산은 법적으로 주는 시대가 됐다. 이를 더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기현
메타버스의 특징 자체가 메타유니버스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아우르는 초월적 세계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 있는 법만큼 가상 세계를 고려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법, 제도가 어떤 제한을 한다기보다 관련 법·제도가 없는 게 문제다. 그래서 개정을 한다고 해도 다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고등교육법 등이 있는데 사실은 이는 온라인 상황을 상정하지 않고 법이 만들어져 있다. 사실 온라인 수업을 정식 수업으로 인정한 것도 (법·제도에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된 것이다. 출석의 기준, 평가 기준, 학점인정 기준 등 이런 것들이 사실 정확하게 정의가 돼 있지 않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 정의가 분명 있어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교수자가 수업자료를 만들어 수업을 하는 게 굉장히 지엽적이고, 교실 등 오프라인 공간에만 한정됐지만, 메타버스로 가면서 이게 공유가 되고 서로 나눠지면서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또 수익에 따른 배분 문제, 교원의 이익 추구 활동 등 여러 가지 관련되는 부분에 대해 법, 제도가 차근차근 정비돼야 한다. 법이 없어서 진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오프라인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부분들은 빠르게 정리가 돼서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석자]

△원종원 순천향대 브랜드전략실장
-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코리아음악방송(KMTV), NTV 프로듀서와 스포츠투데이 기자, 파이낸셜뉴스 런던 특파원을 역임했다.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이다.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 광운대에서 전자통신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의료정보교육협회 회장,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삼육보건대 의료정보과 교수, 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 본부장이다.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대학학술본부장
- 동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건대 사범대학 HICE 연구소 객원연구원, 숙명여대와 서울교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경북대 IT학부 겸임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디지털교육특별위원회 위원이다. KERIS에서 교육부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 부문 대표
-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컴퓨터그래픽스 박사학위를 받았다. K-에듀 통합플랫폼 정보화전략 수립 총괄 PM을 역임했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교육정보분야 표준개발위원, 산업통상자원부 국제표준심의회 교육정보 전문위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소프트웨어 산업발전 유공), 국무총리 표창(과학기술진흥 유공)을 받았다. 테크빌교육에서 교육기관을 위한 메타버스 콘텐츠·플랫폼 개발을 이끌고 있다.

 

<정리=김의진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 영상=오지희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