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학생들의 마음건강 성장과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각 대학에는 상담소가 있다. 많은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을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소에 방문한다. 공부에 더 집중했으면, 떨지 않고 발표를 했으면, 대인관계가 편안했으면 하는 여러 가지 소망이 있다. 성적이 뛰어나고, 말을 유려하게 하며, 사교성이 있게 행동하는 것 모두는 하나의 재능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있는데 자신에게는 없다고 여겨지는 수많은 재능들을 생각하며, 마음 안에서 커지는 괴로움과 좌절감은 때로는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 괴롭고 힘든 감정은 느끼고 싶지 않아 다양한 방법도 사용해보지만 한계를 느끼는 날이 온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대학생들은 사회적, 학업적 상황에서 자기관리의 어려움을 더 크게 겪고 있으며 우울감, 취업 및 학업 스트레스 등이 더욱 증가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대학상담자에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할 비법이나 괴로운 감정은 없애버릴 기술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묘약은 없다. 상담자 역시 ‘나에게도 그런 재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때때로 소망하며, 여러 가지 괴로움을 느끼는 한 사람일뿐이다.

여기 마술상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곳에 가면 원하는 모든 재능을 살 수 있다. 단, 원하는 재능을 사려면 내가 가진 재능 중 한 가지와 바꿀 수만 있다. 무조건 자신의 소중한 재능에서 하나를 내야 한다. 자신의 어떤 재능과 원하는 재능을 맞교환할 것인가? 맞교환하고 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나의 재능을 포기할 준비는 되었는가? 

물리적으로 나쁜 조건과 상황이 아닌데도 스스로 자신 안의 괴로움과 싸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문제해결의 우선순위나 목표를 뚜렷하게 하기 위해 심리극에서 사용하는 ‘마술상점 기법’과도 유사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괴롭고 우울한 감정들이 생긴다면, 괴로움을 유발하는 그 일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일종의 신호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자신에게 중요한지를 살피지 않고 힘든 감정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면 모순적인 상황이 일어나게 되는데, 즉 힘든 감정은 ‘생각하지 않으려는 강한 노력의 에너지’를 양분 삼아 더욱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정이든 어떤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그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정도의 평점이, 친구의 어떤 말 한마디가, 과제로 제출한 보고서의 완성도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와 같은 감정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크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감정은 우리의 적응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닌,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발생한다. 감정이 생기는 지점은 자신의 욕구나 소망과 어떤 점에서든 관련이 있다. 

따라서 힘든 감정이 들 때에는 견디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으로 얼른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보다 이런 불편한 감정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다른 마음도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혼자서 관찰하거나 생각하기 힘들다면 실생활에 해볼 수 있는 것은 마음을 관찰하고 돌볼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다. 인터넷에 ‘마음건강’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기관에서 개발한 무료 앱들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의 학생상담소에 방문한다면, 상담자와 함께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을 천천히 살펴보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 버튼을 함께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을 조절하는 균형의 버튼은 내 손안에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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