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건국대학교 총장

전영재 건국대학교 총장
전영재 건국대학교 총장

기술 혁신이 우리 모두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Digital Transformation)을 앞당겼다. 그리고 대학도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과 이 아찔한 변화 속에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대학은 미래 신기술 인재양성의 중책을 맡았다. 일례로 교육부는 지난해 중반 8개 주요 미래 신기술 분야인 AI, 빅데이터, 차세대반도체,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실감미디어, 지능형로봇,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 6년간 ‘국가 수준의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한다’는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출범했다. 또 최근에는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난이 터졌고 정부 부처들은 대학을 기반으로 한 인재양성 지원정책과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런 산업 수요팽창으로 인한 인력난에 대응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학문 교육과 연구라 답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 대학의 역할은 미래 신기술의 발현과 융합에 대응하며 관련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미래 신기술 인재란 어떤 인재인가. 기존 산업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신기술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융합해나가며 눈 앞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낸다. 

따라서 이제 대학은 다양한 분야의 기존 지식과 신기술 지식을 융합적으로 교육함에 있어 특히 융합적 사고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융합창의형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대학의 교육방식에도 큰 변혁이 필요한 이유다.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가. 우선 지식 전달 위주의 학문 교육 체제에서 학생 주도적 지식 생산의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지식을 융합하고 융합된 지식을 주도적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주도적으로 다양한 전문지식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교육 환경이 필요한가. 

‘소수의 교수자와 다수의 학생’이라는 교육 환경에서 ‘한 명의 학생과 전문성을 가진 다수의 멘토’가 어우러지는 전문화된 융합 교육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학생이 엄격한 전공체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학사제도, 또는 학교 곳곳의 다양한 창의소통공간 조성 등 공간 혁신은 모두 학생주도로 이뤄지는 교수와 학생의 능동적인 교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혁신이다. 

이에 우리 대학도 다양한 혁신 시도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환경과 학사제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학제간 융합을 추구하면서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연계시키는 ‘마이크로디그리’ 제도,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 교수진과 학생 개인이 연계될 수 있는 ‘자기설계전공제도’, 학생이 직접 계획해 전문적 연구와 창업활동을 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자기설계학기’ 등 파격적인 교육 시스템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어떤 학생들은 학부생연구인턴(RUS) 제도나 리빙랩 프로그램인 K-Lab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부생 때부터 연구에 참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부딪쳐보며 해당 분야에 좀 더 깊은 경험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공간 혁신도 계속된다. 대학은 학생들이 새롭고 진취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과 공간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학교 내에는 학생이 신청하면 누구나 다양한 형태의 제품창작이 가능한 공간(스마트 팩토리: SW를 포함한 융합 메이커 스페이스)이 운영된다. 특정 디자인의 노트북 거치대를 직접 만들어보았다는 학생부터 제품화를 고려한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학생까지. 나름의 계획과 의도에 따라 아이디어와 창작을 현실화시켜보고 있다. 우리 대학은 이번에 교육과 실습에 쓰일 수 있는 실감미디어 장비가 갖춰진 ‘X스페이스’를 조성하는데 이 시설은 대학들 간에 서로 연결되고 공유되는 미래 신기술 교육과정에서 교육의 흥미와 질을 한 단계 높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신기술은 여러 분야가 있는데 우리 학교는 지난해부터 실감미디어 분야의 혁신공유대학 주관대학으로서 해당기술의 교육과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협력체계를 이끌고 있다. 실감미디어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혼합현실(MR)을 산업 전반에 확장 응용하는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을 다루는 분야다. 이러한 것들을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가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현실처럼 실감나는 곳, 그래서 ‘실감미디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소통방식은 이미 우리 삶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실 세계와 온라인 세계가 융합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실감미디어를 오락 콘텐츠 산업의 범주에 국한해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대학 역시 우리 삶과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이러한 신기술 인재 양성의 거점이 되기 위해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혁신공유대학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학제융합의 대표 케이스인 ‘마이크로 디그리’를 예를 들면 매우 다양한 과정이 개발됐다. XR콘텐츠, 실감게임, XR비즈니스, XR창업, 3D 디자인, 대중예술 콘텐츠 개발 등 무려 20여 개나 된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학과간 벽을 넘어 신기술 분야의 원하는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특히 실감미디어 같은 기술은 특성상 IT기술은 물론 콘텐츠와 디자인이 융합된 분야로서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성과 확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해당 분야의 실무 인재는 물론 나아가 해당 분야의 창업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교육과정은 국내 대학 간 공유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는 해외 대학과도 XR기술로 교육과정을 실시간 공유하는 단계까지 간다는 장기목표를 두고 있다. 

대학과 교육의 혁신과 변화는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맞춰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이고, 우리 대학의 학생들은 시대의 변화가 두렵지 않은 창의적이고 담대한 인재가 되어 사회변화를 리드하고 세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학도 교육의 변화와 사회 발전이 연계된 지속가능체계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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