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곳곳에 입점해 있는 SPC 계열사들 타격 받을 수도
대학 중심으로 불매 운동 활발…SNS·커뮤니티로 불매 독려
‘또래 노동자’ 죽음이 대학생들 움직였다…더 확대될 조짐
반일 불매·옥시 파동 등 사회 이슈마다 대학생 참여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이 서울대 농생대 건물에 있는 허영인 세미나실 옆에 SPC그룹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사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이 서울대 농생대 건물에 있는 허영인 세미나실 옆에 SPC그룹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사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파리바게뜨 등 브랜드로 유명한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 A씨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지난 15일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 기계에 상반신이 끼면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노동자의 사망과 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도화선이 되면서 대학가에서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 곳곳에도 SPC 계열 프랜차이즈가 대부분 입점해 있어 그에 따른 타격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C 대학가에 입점해 있는 SPC 계열사는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등으로 건국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학 내 건물이 아니더라도 동문회관, 대학 병원, 대학가 곳곳에 SPC 계열사 매장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노동자가 현 시점에 상상할 수 없는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청년들을 나서게 만들었다. 특히 사고 다음 날에도 사측은 공장을 가동했다. 이틀이 지난 뒤 허영인 회장은 공식 사과에 나섰다. 사망한 직원이 있는 빈소에 파리바게트 빵을 상조 물품으로 보낸 것도 상식적이지 않은 대처란 비판도 컸다. 여러모로 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계속되면서 청년 단체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모여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SPC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경찰, 노동부가 경영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대학가 입점한 SPC 브랜드 직격탄 맞나…대학 중심으로 번지는 불매 운동 = 그런 만큼 이번 사건에 따른 불매운동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대에서는 SPC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대자보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관리자는 근무자들을 질책하기 급급했다”며 “피해자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협력사 직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병원에조차 데려가길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비서공은 “SPC 그룹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이는 ‘피 묻은 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우리 일상과 그만큼 가까움을 보여준다”면서 “피 묻은 빵을 먹지 않음으로써 비인간적 노동조건을 통해 굴러온 죽음의 기계를 함께 멈출 수 있다”고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비서공 측은 허영인 그룹 회장이 출연한 농생대 ‘허영인 세미나실’과 학내 입점해 있는 파리바게트 옆 공간에 해당 대자보를 붙이고 SPC 그룹의 비윤리적 실태를 조목조목 집었다.

허영인 회장의 모교로 알려진 경희대에서도 학생들이 SPC 규탄 대자보를 올리고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은 20일 학내 SPC 규탄 대자보를 붙이고 “SPC 그룹이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도록 SPC 불매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성공회대에서도 A씨의 사망을 추모하고 SPC 그룹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는 “SPL 노동자의 죽음으로 만든 파리바게트 빵과 SPC를 불매한다”면서 “노동자들의 휴식과, 노동권, 기본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호소했다.

불매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년학생 노동운동 네트워크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SPC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대자보 부착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각 대학에 산재사망 청년여성노동자 추모 공간 조성과 추모 성명 등을 발행해 달라”며 각 대학에 불매 운동을 제안했다.

그밖에도 현재까지 서강대, 한신대, 한예종 등 대학 내 학생들과 소모임 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더 많은 대학들이 이에 동참을 예고하면서 불매운동은 계속해서 확대될 조짐이다.

이번 사건은 왜 대학생들의 분노 불렀나 =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SPC 불매 운동에는 ‘또래 노동자’의 사망이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에는 SPC 불매 운동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고 인증하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강대 노고지리, 한예종 돌곶이 포럼, 고려대 학생 등 SPC 규탄 대자보와 추모 활동, 성명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자보 활동에 참여한 한 학생은 “오프라인 상에서 불매 운동이 얼만큼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20대들이 많이 활동하는 소설네트워크나 대학 커뮤니티에서 문제에 공감하며 불매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비서공 학생대표 이은세 씨는 “이전부터 파리바게트 제빵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라든지, 노조 파괴 시도 등에 있어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며 “결국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고 그에 대한 사후 대응도 굉장히 부적절해 좀 더 많은 구성원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불매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대자보를 붙이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또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면서 “학내·외에서 학생들이 접근을 많이 하는 곳에 (SPC 계열사가) 위치해 있어서 그런 만큼 학내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참여한 불매 운동 어떤 사례 있었나 =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동안 불매 운동 같은 집단 움직임 사례도 여럿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일본 극우기업 제품 불매 운동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는 등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했다.

대학생 단체는 일본대사관, 광화문,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학가에서는 20대 층이 많이 사용하는 패션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게임, 자동차 회사까지 극우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러한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해 “수출규제 보복에 따른 자발적 불매 운동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욱일기 문제 등에 관심을 더 갖게 됐고 실천 운동까지 전개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화제가 됐다. 당시 대학관련 청년 단체 등은 “‘물 먹는 하마’, ‘옥시클린’ 등 자취하는 대학생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책임을 지지않고 사건을 은폐하려한 옥시에 분노를 느낀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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