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초등생 133만명…2021년 대비 80만 명 이상 감소, ‘교사 임용문’ 더 좁아져
지난 9월 교육부, 공립 교원 정원 감축 결정, “내년도 2982명 줄인다”
교육대학, 교원단체, 기관 교육위 “감축 결정 취소하라” 일제히 반발
전문가들, “막무가내 감축으로는 해결 못해, 상황별 교원 수급 모델 구축 필요”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난달 19일, 교육부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와 함께 2023학년도 공립 교원 정원 예산을 결정하면서 처음으로 공립 교원 정원 감축을 결정했다. 공립 교원 정원은 2014년 32만 5851명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34만 5370명에서 2023년에는 2982명을 줄인 34만 2388명의 교원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감축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한 것.

이미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유·초·중·고교 교사 1168명 감축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행정기관 및 공립의 각급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예고해 초등교육계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이어진 이번 감축 결정으로 교육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섣부른 감축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학생 없어서 선생님 줄인다는 교육부 = 교육부의 교원 감축 결정은 ‘예정된 학생 감소’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1 교육기본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약 26만 명의 아이가 태어나 이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는 2028년에는 약 186만 명, 2032년에는 약 133만 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2032년의 경우 2021년과 비교하면 약 80만 명이 줄어든 수치다.

초등 교원 채용 규모를 2019년 4040명에서 2030년 3500명 수준으로 낮춘 ‘2018년 중장기(2019~2030년) 교원 수급 계획’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앞서 발표된 수급 계획에서도 교육대학 학생들의 반발이 거셌다. 채용이 줄어들면 초등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바로 임용되지 못하고 최대 1년간 대기하는 임용고시 적체 현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아닌 △학급당 학생 수 △기초학력 강화 △고교학점제 등을 고려해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세를 상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원 감축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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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교육기본통계’ 중 전체 학생 수의 모습. 학령인구 감소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교육부)

■ 교육계 일제히 반발…“초등교육의 질 생각할 때 근시안적 판단” = 하지만 현장에 나가있는 교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교원 1명당 맡고 있는 학생의 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수도권일수록 이런 목소리는 컸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국내 초‧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명대, 중학교 26명대로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또한 학급당 20명이 넘는 학급 수도 16만 6509개로 전체의 76.7%, 26명 이상인 과밀학급은 8만 6792개로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용을 앞두고 있는 교대 학생 임 모 씨는 “맡고 있는 학생 수가 많다는 이야기는 먼저 임용된 선배들에게서 꾸준히 들어왔다”며 “교원 부담을 줄이고 초등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도 “초등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단순하게 교원 수를 줄이는 것은 이전까지의 교원 수급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며 “교육부가 공교육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육대학 관계자도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사를 없애겠다는 단순한 취지여서는 안된다”며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교원을 감축하겠다고 하는 것은 초등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교총이 지난 9월 3일 서울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촉구 연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한국교총)
한국교총이 지난 9월 3일 서울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촉구 연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한국교총)

■ 고교학점제 앞두고 축소? 오히려 교원 더 늘려야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은 전국교육대학교교수협의회(이하 교대교수협)과 함께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교원 정원 축소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학생 수 감소에 매몰된 근시안적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 개별화, 맞춤형 교육은 필수”라며 고교학점제 도입 등 중요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교원을 늘려야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원대 연구진이 지난해 상반기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 상황대로라면 고교학점제 시행 시 교사 수가 총 8만 8106명이 모자랄 것으로 분석됐다. 교사의 평균 주당 수업시수 12시간, 학급당 학생 수를 12명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적용했을 때 나온 수치다. 더불어 평균 주당 수업시수 15.1시간과 학급당 학생 수 24.5명이라는 현재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적용해도 교원 수는 1675명이 모자란 것으로 파악됐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교학점제를 비롯해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학급 당 학생 수 등 수많은 지표들이 교원 감축이 아닌 증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교원이 줄어드는데 교육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그래서 조 대변인은 교원 감축보다 중요한 것은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에 맞게 감소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교원 감축을 시작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교원 감축이 이뤄질 경우 학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교원 정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교육 속에서 교육·정책적 수요를 반영하고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라고 전했다.

‘2021 교육기본통계’에서 학급 당 학생 수의 모습 (사진=교육부)
‘2021 교육기본통계’에서 학급 당 학생 수의 모습 (사진=교육부)

■ 국감에서 나온 교원 감축 이슈…정치권도 우려의 뜻 표해 =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교원 감축 결정에 대한 교육위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사서교사, 보건교사 등 비교과 교원 감축에 대해 “갈수록 학부모들의 문해력 향상 및 독서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15.6%에 불과한 사서교사의 정원이 동결됐다”며 “교육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교육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 양적 변화에 따른 효율만을 추구하면 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무작정 감축 논리에서 벗어나 전문상담교사 및 비교과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충원할 방안을 적극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학년도 특수학교 교사가 76% 가까이 감축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맞춤형 미래교육, 고교학점제 완성을 자신했는데 교사 수를 줄이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며 교육부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2017년 대비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점을 들어 교원 감축으로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저하 대비를 충실히 할 수 없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에 국정감사에 출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1일 교원 축소와 관련해 “특수교사를 비롯한 비교과 교원 부족 문제 해소와 현장 수요에 대한 탄력적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장 차관은 “다른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가장 나은 방안을 계속 찾아보겠다”며 “적정 규모의 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교원 수급 모델 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교원 정원 감축에 반대해 교육부를 항의방문한 조옥현 전라남도의회 교육위워회 위원장 (사진=전라남도청)

■ “수도권과 지방 교원 수급 문제 달라, 상황별 교원 수급 모델 구축해야” = 교육부의 해명에 대한 교육계의 시선은 차갑다. 지난 24일 교원 정원 감축 계획 저지를 위해 교육부를 항의 방문한 전라남도 의회 교육위원회는 조옥현 위원장을 비롯해 의회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한 ‘교원 정원 감축 반대 촉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조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간제 교사가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지금도 전남에만 1000여 명이 넘는 기간제 교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기간제 교사를 더 늘려 적정 규모의 교원을 확보한다는 교육부의 논리는 무책임한 논리”라고 일축했다.

지난 감축 결정으로 초등교원 50명, 중등교원 279명 등 총 329명의 교원을 감축한 전남도의회는 앞으로도 모든 교육 공동체와 연계해 교원 정원 감축 저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조 위원장은 “교원 감축은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선언을 역행하는 행위”라며 “가뜩이나 지방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데 이대로 교원마저 줄어버리면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지방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결국 지역소멸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교원 부담이 크고 지방은 교원이 없어 학생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조 위원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은 명백히 다르다. 상황별 교원 수급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의 통계를 단순 합산하지 않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교원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적정 규모의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원을 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래교육에서 교육부가 교육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교원 수급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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