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이준영 상명대 교수
이준영 상명대 교수

트렌드의 미세유행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취향이 극세분화되면서 수많은 마이크로 트렌드가 파편화되어 나타난다.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시장 세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틈새시장이 열리며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SNS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기존의 인맥 중심의 SNS보다 인스타그램 같은 취향 중심의 SNS가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면서, 이제 소비자의 취향은 해쉬태그(#)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나뉘어진다. 해시태그(hashtag)의 태그와 커뮤니티(community)의 합성어인 ‘태그니티’는, 고객집단이 취향공동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합집산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다.

소비자의 다채로운 취향에 맞추기 위해 유통업체도 상품 구색을 날로 다양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수입과자의 상품구색을 대폭 늘리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있다. 획일화된 구조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제는 10가지 이상의 주거 평면 구성을 갖춘 단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양해진 라이프스타일, 가족구성, 취향 등을 고려한 전략이다.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기초적 방법으로 주문형 생산인 ‘비스포크’를 들 수 있다. 산업형 비스포크는 모듈화 생산을 통해 다양한 재질과 색상을 조합해 고객의 자유도를 높이는 방식을 채용했다. 제품 고유의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니즈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부분을 고민해서 체계적으로 모듈을 설계해서 수많은 모델을 파생하는 ‘비스포크 냉장고’와 같은 제품 생산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이제 기업들은 고객과의 직접적인 거래 방식을 활성화해 고객 니즈에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하고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을 통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유입되고 회원으로 가입되어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크게 늘어나게 되면 고객에 대한 방대하고 구체적인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직접적인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기성품 중심의 시대에서, 데이터분석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개개인에 맞춰 실시간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소위 ‘○○테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개인의 생체상태에 따라서 수면의 최적화를 유도하는 ‘슬립테크’, 개인의 취향에 맞춰서 여행 상품 최적화를 지원하는 ‘여행테크’ 등이 있다. 특히 ‘뷰티 테크’ 영역의 맞춤화 솔루션은 주목할 만하다. CES 2022에서 발표된 아모레퍼시픽의 ‘마인드링크드 배스봇’은 사람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현 상태에 맞는 향과 색을 조합해 입욕제를 즉석에서 제조해준다.

트렌드의 원자화, 파편화 경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만의 개성이나 특별함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MZ세대들에게는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MZ를 잇는 알파세대 역시 자기만의 매력을 존중하고 자기 스스로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자기중심성이 강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기준은 ‘나’라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 무대의 주인공이라 여긴다. 나도 셀레브리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누구보다 강하다. 알파세대에게 틱톡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무명의 틱톡커가 ‘벼락 스타’가 될 확률이 유튜브나 다른 SNS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의 모범답안만을 추구하던 ‘정답사회’는 저물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직업정체성보다 취향정체성을 공고히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 더 이상 평균적인 무난한 상품, 평범한 삶, 보통의 의견, 정상의 기준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대체불가능한 탁월함·차별화·다양성의 가치가 개인을 넘어 기업에게도 핵심적인 가치로 부상하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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