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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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신체에 있는 모든 장기가 있어야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 일부가 없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이 정상인 사람보다 더 훌륭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보면서 더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많다. 남들 보기에는 멋있게 보이지 않는 신체를 가졌을지라도, 멋있는 직업을 갖고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의 모범인 경우도 많다. 남에게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일 뿐이다. 신체의 완전함을 떠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 여건에서 삶을 살아야 한다.

최근 아내가 담낭(쓸개) 절제술을 받았다. 이제 쓸개가 없어진 사람이 된 것이다. 지난 10월 초 아내는 배가 몹시 아프다고 했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병명을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주사와 약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는 아내는 침대에서 몸이 뜨거워졌다. 필자가 큰 병원에 가자고 해도, 조금만 참으면 나을 것 같다는 고집을 부렸다. 밤이 돼서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지 구급차를 불러서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바쁘게 아내에게로 오가며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결론은 급성 췌장염과 담석증이었고, 간도 정상이 아니었다. 위험하다고 했다.

담관(쓸개관)이 막혀있는 상태가 아주 나빠서 간 수치가 나빠졌고, 세균이 췌장까지 침입했기에 몸에 열이 너무 많이 나서 췌장 일부가 녹았다고 했다. 그래서 의료진은 우선 담즙을 외부로 흘려보내는 시술을 했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을 외부로 빼내야 간이 정상이 되고, 췌장의 감염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 후에 담관을 뚫는 시술을 해, 담관에 쌓여있던 담석과 찌꺼기를 제거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담낭 절제 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가 확진되는 바람에 일주일 후에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 그래서 이제 아내는 담낭이 없는 사람이 됐다.

과거에는 태어날 때부터 있던 기관이 하나라도 없어지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충수 돌기(맹장)를 제거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수 돌기에 염증이 생겼을 때 그것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기에 절제하는 것이다. 그런 의학의 발달로 인해, 주변에 충수 돌기가 없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최근에 아내의 담낭 절제 수술을 보면서, 담낭이 없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기업의 간부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도 십여 년 전에 담낭을 제거했지만 잘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모든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내가 담낭을 제거하고 보니 모든 기관이 정상적이지 않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기관이 아니라면, 일부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상황으로 인해 다른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 몸에서의 이런 현상은 학생의 진로에서도 나타난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잘해야 사회에서 성공할 것이라 착각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로를 보거나, 많은 사람의 인생 궤적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무엇인가 부족하나 아예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있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고용하거나 돈을 지불할 수준이 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직업이 된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잘해서 평균이 높아야 한다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 담낭을 제거해도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한두 과목 공부를 못해도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진로는 얼마든지 있다. 평범한 성적인데 한두 과목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그 과목에 많은 재정적인 투자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필자의 아내가 더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병원에 늦게 가는 바람에 췌장이 더 나빠진 아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제 아내는 사라진 담낭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담낭 없는 상태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과거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청소년의 진로도 그렇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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