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립대 중심으로 무상교육 논의 재점화
고등교육 공교육비 낮은 재정 투입 문제
‘현실 가능한 수준’ VS ‘사립대와 형평성’ 엇갈려

부산대에서 열린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부산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대학혁신정책’ 대토론회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국립대 무상교육이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을까. 이전부터 논의돼 왔던 ‘국립대 무상교육론’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등장했다.

지난달 12일 부산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국립대학 무상 교육제 도입’을 주장했다. 권 총장은 “지방 국립대를 무상교육으로 전환하면 전국의 우수 인재들을 국립대로 유인하는 효과는 물론 국립대의 공공성과 책무성 확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대책, 경제적 약자 계층의 신분상승 사다리 확보 등의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권 총장은 “대학, 특히 지방대가 다 죽어가고 있다”면서 “세계 47위에 불과한 고등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키고 나아가 미래 산업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도록 고등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역에서부터 대선주자까지 주장해 온 국립대 무상교육 = 국립대 무상교육 제도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학교육의 무상화’ 논의가 나온 바 있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역대학 육성 방안’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이외의 지역 거점 국립대를 5년 안에 ‘등록금 없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면서 “지역대를 살리는 일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해결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주장의 배경은 역시 지역과 수도권과의 양극화에 따른 지역 위기에 있었다. 이 후보는 “대학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경제, 일자리, 산업, 사회, 교육 등 발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대학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포용적 상향평준화’를 주장했다. 그 중 하나가 5년 내 등록금 무상화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무상대학’에 불을 지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 10명과 함께 지방 국립대에 등록금을 파격 지원해 무상대학으로 만들자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2022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립대 등록금의 전액 혹은 50% 이상을 부담해 우수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안 의원은 “지역대학의 위기가 심화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지역 국립대부터 학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해 수도권 쏠림 현장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국립대 총장단 사이에서도 ‘무상교육’이 오르내렸다. 지난해 전국 9개 거점국립대학교총창협의회가 정기회의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 김종영 경희대 교수를 초대해 ‘거점국립대의 서울대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논의에서는 “각각의 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인 연간 1조 원 가량의 재정지원이나 국립대 무상교육이 이뤄지면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9년에는 부산대 교수회 지방대학균형발전위원회가 국립대 무상교육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 국립대 학부와 대학원, 공영형 지방사립대 등록금 전액 감면’을 촉구하는 100만 명 전자서명운동을 벌였다.

KAIST, DGIST, 울산과기원처럼 지역 국립대 등록금을 100% 무상으로 지원하면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아 지역대학과 지역이 살아나서 수도권 인구 과밀도 억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의 낮은 고등교육 투입 재정이 대학 교육의 무상화 불러와 =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낮은 편이다.

한국재정정보원의 ‘OECD 국가의 고등교육 재정 현황 비교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대부분은 국가가 정부지출 대비 고등교육 지출에 3%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칠레는 5.4%, 덴마크 4.3%, 네덜라든 4% 스위스는 4% 수준이다. 영국, 미국, 호주 등도 3% 이상을 고등교육에 투입하고 있다. OECD 국가 평균이 2.9%인데 한국은 이에 못 미치는 2.8% 비율을 고등교육 재정에 투입한다.

그러다보니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도 낮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만 1290 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7065달러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초·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더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리스와 한국, 콜롬비아만 유일하게 초·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국·공립대의 비중도 타 국가 대비 상당히 낮은 편이다. OECD 회원국 중 국·공립대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지만 한국과 일본이 예외적으로 각각 22.9%, 27.5% 수준의 사립 중심 교육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대학 중 사립대가 80%를 차지하는 한국 대학의 구조상 국가보다 민간의 지원이 더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주요 사립대에는 점차 학생이 몰리고 지역에서는 계속해서 인재 유출을 경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무상교육 현실화 가능한가…전문가마다 의견 갈려 = 대학 무상교육에 대한 현실성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연덕원 연구원은 ‘위기의 지방대학 원인과 해결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립대 무상교육을 주장했다. 연 연구원은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덴마크, 프랑스, 터키 등 5개국에서 무상교육을 시행 중이며 사립대와 비교해 훨씬 낮은 등록금을 받고 있고, 국가장학금 등이 지급되고 있어 무상등록금 실현에 드는 비용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교연이 지난 2월 ‘차기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과제’에서 제안한 내용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 사립대 반값등록금,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소요예산을 추계했을 때 현재 국가장학금 32조 4831억 원 예산을 제외하고 2조 6897억 원을 확보(2026년 기준)하면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사립대를 중심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대 교수는 “대학이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을 받는 수익자가 (등록금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면서 “국립대만 무상교육을 지원다는 주장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을 모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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