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최근 국내 의식주를 대표하는 기업들인 무신사(의), 배달의 민족(식), 오늘의 집(주)이 ‘2022 의식주 페스티벌’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의식주를 대표하는 버티컬 플랫폼 3사가 함께 기획해 협업한 마케팅 캠페인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유니콘 기업?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다 맞다. 그런데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커뮤니티 중심의 기업이라는 것이다.

요즘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BM)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시장, 온라인마켓, 메타버스 등이 각광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생태계가 생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업계 1등은 대기업이 아닌 유니콘 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언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 유니콘(Unicorn)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단어다. 여기서 유니콘은 우리가 어린 시절 동화책이나 만화에서 많이 봤던 뿔이 하나 달린 말을 지칭한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나오고 있는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들 또는 업종 1위 기업들을 파고 들어가면 놀라운 공통점과 마주치게 된다.

이들 기업들은 커뮤니티(Community)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커머스를 하는 경우에는 커뮤니티에서 콘텐츠(Content)를 만들고 그 후 커머스(Commerce)로 성장한다. 즉 3C를 통해 성장하고 보통 버티칼(Vertical) 또는 구독의 요소를 가미한다. 요즘 성공한 기업들의 대표주자인 무신사, 오늘의 집, 당근마켓 등이 모두 이 케이스에 속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차례 다룰 예정이다. 우선 요즘 우리 동네에서 잘 나가는 당근마켓에 대해 알아보자.

전 국민이 ‘환장(?)하세요?’라고 할 뻔했다

유튜브를 보면 당근마켓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 많다. 동네에서 중고거래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당근 거래하면서 일어나는 진상 사례, 현장 네고(절충) 관련 풍자 내용, 남편들이 와이프가 건내 주는 물건을 가지고 거래하는데 상대방 남자도 내용을 몰라서 둘 다 집에 있는 부인에게 물어보는 경우 등 유튜브에 다양한 내용들이 올라와 있다.

이렇듯 당근마켓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근마켓 앱을 페이스북 앱보다 더 자주 사용한다는 통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형 중고거래 사이트로 시작해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생활 커뮤니티’에 초점을 둬 차별화를 통해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중고거래는 택배를 근간으로 하다 보니 상자를 뜯는 순간까지 벽돌이 나올지, 쓰레기가 나올지, 진짜 물건이 나올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런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한 것이 바로 당근마켓이다. GPS 위치인증을 기반으로 진짜 이웃끼리 믿고 거래하는 서비스로 신뢰를 얻은 당근마켓은 이제는 지역의 소통 공간, 나눔 및 홍보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근마켓은 2015년 판교 지역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했다. 당시 이름은 ‘판교장터’로, 처음에는 카카오처럼 판교‧분당 지역의 회사원이 주 대상이었다. 회사 e-메일을 인증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회사원이 아니어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인근 주민들의 요청이 쏟아지면서 전화번호와 GPS 인증을 도입하고, 이름도 ‘당근마켓’으로 바꿨다. 당근마켓은 채소 당근(Carrot)이 아닌 ‘당신의 근처’라는 준말이다.

2021년 당근마켓의 연결 건수는 전년도보다 30% 증가한 1억 5500만 건을 기록했다. 전국민이 “당근이세요?”가 아니라 “판장(판교장터)이세요?”라고 할 뻔한 것이다. 판장은 잘못 들으면 “환장이세요”라고 잘못 들릴 우려도 있다.

당근마켓의 성공 요인은 하이퍼 로컬 기반의 커뮤니티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3조 원으로 신세계(2조 5000억 원), 롯데쇼핑(2조 6000억 원)보다도 크다. 당근마켓은 하이퍼 로컬(Hyper-Local) 기반의 커뮤니티다. 하이퍼 로컬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뜻으로,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점, 카페, 쇼핑몰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슬세권’과 비슷한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자 사람들의 생활 반경 또한 좁아지면서 지역 기반의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시내를 가지 않고 동네 가게를 많이 이용하게 되고, 동네에도 특색 있고 다양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는 선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지역‧동네를 기반으로 형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중고거래, 동게시판 등 각종 지역 관련 정보 교류가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하면서 하이퍼 로컬 서비스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20개국 8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 56%가 ‘동네(Neighborhood) 상점’을 전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79%는 “코로나 이후에도 동네 상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은 2019년 973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273%가 늘어난 3조 634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당근마켓의 성장으로 여러 대기업이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는 2020년 12월 네이버카페에 ‘이웃 서비스’를 추가하며 지역 기반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2021년 3월 네이버카페에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지역 정보나 맛집 정보 등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이웃 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당근마켓의 주요 BM인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날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의 경우 수수료 등을 통해서 수입을 얻지만 중고거래의 경우 판매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아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커뮤니티, 콘텐츠, 커머스로 성장해 유니콘이 된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다음 칼럼에서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만든 커뮤니티가 어떻게 시가총액 4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는지, 그 비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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