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RIS·디지털혁신공유대학 사업 등 활성화
코로나19 경험 삼아 ‘메타버시티’도 확산되는 공유대학
‘서울공유대학 플랫폼’ 문닫아…지원과 정책 뒷받침 돼야

63개 대학 메타버시티 구성도.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63개 대학 메타버시티 구성도.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한때 공유경제 붐이 일었다. 물건이란 소유해야만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서로 대여해주고 함께 공유해 쓴다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협업 소비를 바탕으로 한 경제 활동이다. 공유 주차장, 공유 사무실, 공유 주방 등 다양한 재화가 공동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대학도 공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각자도생하기보다 공동의 소유물을 함께 사용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거기엔 대학에 몰아닥친 급격한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의 예산은 줄어드는데 발생하는 고정 지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나, 둘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나고 학생들은 점차 줄어 입학 정원을 채우기도 버거운 상황에 도달하면서다.

시작은 인근 대학 간 도서관, 실험·실습실 공동사용, 학점 교류 등의 최소 수준의 공유였다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공유대학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 일환 공유대학 모델 확산 = 현재 가장 광범위한 수준의 공유대학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RIS)이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지자체와 지역대학 등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지역의 중장기 목표에 부합하는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지역의 인재를 양성해 취·창업은 물론 해당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0년 경남, 광주·전남, 충북 3개 플랫폼에 1080억 원을 시작으로 2021년 울산·경남, 광주·전남, 대전·세종·충남, 충북 4개 플랫폼에 1710억 원, 2022년에는 강원과 대구·경북이 선정되면서 국비 2440억 원이 투입됐다.

초창기 모델이었던 경남 USG 공유대학은 이듬해 울산이 포함된 USG+ 모델로 발전하면서 공유대학 모델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학기에는 3개 분야에서 5개 전공에 공동 학생 선발을 해 운영했다. 지난해 성과공유포럼에서는 LG전자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20명 중 12명이 정식 채용되는 소기의 성과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공유대학 모델도 있다. ‘디지털혁신공유대학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공유대학 체계를 구축하고 6년간 국가 수준의 신기술분야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차세대 반도체 △미래 자동차 △바이오 헬스 △실감 미디어 △지능형 로봇 △에너지 신산업 등 총 9개 분야에 41개 연합체가 참여한다. 각각의 분야는 주관대학이 있으며 여기에 해당 분야에 참여하는 다른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되는 방식이다. 이들 대학은 모듈형 공동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동시에 공동 콘텐츠 개발, 콘텐츠와 시설 공유, 공동 학사운영 등 교육 인프라를 공유한다.

디지털혁신공유대학 빅데이터 분야의 주관대학으로 참여한 서울대의 김홍기 사업단장은 지난 4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로의 방법론을 공유하고 이를 협력 체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받아서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공간을 뛰어넘어, 더 큰 공유 플랫폼 세상으로 = 코로나19 이후 대학에 메타버스 플랫폼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이를 대학 간 공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HY-LIVE(하이 라이브)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양대가 대표적이다. 하이 라이브 시스템은 텔레프레전스 시스템에 기반한 것인데 실물 크기로 원격에서 상대방과 실시간 쌍방 소통이 가능하다. 한양대는 홀로그램 스페이스 큐브를 도입해 실재감을 높였고 여기에 VR, 자동 녹화 기능 등을 추가로 개발했다.

특히 한양대는 하이 라이브를 학내에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 대학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하이 라이브 컨소시엄이다. 총 19개 대학 23개 캠퍼스가 참여하는 하이 라이브 컨소시엄은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분야의 대학들이 참여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협업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전국 12개 가톨릭계 대학이 참여하는 ‘한국 가톨릭 교양 공유대학(CU12)’이 설립됐다. 이들은 내년 1학기부터 첫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대학들 간 교양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고 비교과 활동도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CU12의 향후 목표는 ‘미래형 메타버시티’다.

구본만 한국 가톨릭 교양 공유대학 초대 학장은 “참여 대학이 교양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운영해 질 높은 교양교육을 공유하는 혁신적인 미래대학이 될 것”이라며 “미래형 메타버시티로 성장해 누구나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일반대와 전문대 간의 메타버시티 공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인하대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기술·운영 자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하대가 메타버시티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 자문을 진행하고, 그에 필요한 △메타버스 공동플랫폼 개발연구 △AI 전문 인재양성 프로그램 공동 운영 △메타버스 교수법 개발 등 활성화를 위한 지원 한다.

지역은 물론 다른 학제 간에도 대학 간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지원과 정책 수반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 물론 모든 공유 사례가 성공적이진 않다.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던 서울공유대학은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지난 2018년 서울지역 23개 대학이 모여 대학 간 학점 교류가 가능한 공유대학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여기에 예산 10억 원을 지원했다. 당시 공유대학 플랫폼은 “23개 대학의 다자간 학점 교류 시스템이 세계 최초”라는 점을 홍보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대학은 대학 간 온라인 학점교류는 물론 무크(MOOC) 강좌와 평생교육 서비스도 제공했다.

다만 플랫폼 오픈 후 반응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공유대학 플랫폼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8년 2학기 공유대학 플랫폼에 등록된 대학은 11곳, 학과목은 9181개였다.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학별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학점교류 건수도 줄어들었다.

현재는 공유대학 플랫폼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공유대학 플랫폼에 참여했던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활발히 운영되다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수업이 멈추면서 서비스도 중단됐다”면서 “서버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교육부든 서울시든 운영비만 지원을 해준다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의 연속성이다. 김대종 교수는 “매년 운영비가 3억 원 가량 필요한데 서울시나 교육부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서 대학이 각출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총장이 바뀌면서 정책에 대한 연속성도 떨어졌다”면서 “꾸준한 지원과 이를 관리할 인원 등 행정과 정책에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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