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최근 미디어를 통해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메타버스(Metaverse)다. 그런데 막상 메타버스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미국의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작품인 《스노 클래쉬》에서 처음 소개됐다. 여기서는 아바타,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용어도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히로는 현실의 삶에서는 피자 배달을 하고 있으나 또 다른 제2의 삶에서는 해커이자 검객으로 활동한다. 이렇게 히로가 제2의 삶을 살아가는 공간을 소설에서는 메타버스라고 부르고 있다.

한편 미래학자 존 스마트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거울 세계(Mirror World),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로 구분했는데 그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환경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동안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많은 사람이 참여했던 ‘포켓몬 고’ 게임은 현실 세계에서 가상의 포켓몬 캐릭터를 찾는 게임으로 증강현실 기술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와 스마트워치를 통한 일상의 기록은 라이프 로깅의 대표적 사례이며, 차량 운전 시 길 찾기 기능을 지원하는 네비게이션은 거울세계를 구현했다. 또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현실과 연계되지 않은 가상의 공간을 구축한 게임세계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것이다.

메타버스 기반의 플랫폼 가운데 먼저 대중들과 만난 영역은 게임이다. 로블록스(2006), 마인크래프트(2011), 포트나이트(2018) 등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플랫폼에서 게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개최하는 등 게임 이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줌(2013), 게더타운(2020) 등의 플랫폼은 회의 기능에 특화돼 있으며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SK텔레콤이 개발한 제페토(2018)와 이프랜드(2021)가 있다. 이 두 개의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일상을 대체하는 공간 기능을 지향하며, 플랫폼에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공간과 기능을 담기 위해 현재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제페토의 경우 제페토 스튜디오를 활용해 제작된 아이템이 2022년 8월 기준으로 1억5000만 개 이상 거래돼 30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했으며, 이프랜드의 경우에는 코인 기반 화폐경제 시스템인 크립토 시스템(Crypto System)을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프랜드 내에서 코인을 사용한 다양한 상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대학교육은 상당 부분을 LMS와 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운영했으며, 대면 교육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꿔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학습자가 영상과 음성을 끄는 경우 효과적인 교수학습이 제한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교육은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육자의 요구에 따라 학습자의 아바타는 반응을 보여야 하므로 학습자는 집중력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 선도적인 대학들은 메타버스 기반의 교육체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 그리고 대학 교육을 어디까지 변화시킬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커다란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비관론자의 주장처럼 지나가는 바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으로 기존의 교육체제가 위협받는 이 시점에 대학은 교육의 효과성, 경제성, 공정성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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