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최초로 비현금성 자산인 우량 펀드 활용
‘자가발전형 재생산 기부 모델’ 구축해 새로운 기부 문화 확산 기대

숙명여대, 권준하 조강순 부부 발전기금 전달식 기념사진.
숙명여대, 권준하 조강순 부부 발전기금 전달식 기념사진.

[한국대학신문 정혜정 기자] 개인 투자자로서 거액의 자산을 운용하는 독지가가 여성 교육을 위해 써달라며 아내의 모교에 20억 원 상당의 펀드를 기부했다.

숙명여자대학교(총장 장윤금)는 지난 8일 교내 행정관에서 권준하, 조강순 부부 발전기금 전달식 행사를 개최하고 부부로부터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펀드 발전기금을 전달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기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비현금성 자산인 펀드를 활용해 발전기금을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조강순 동문이 소유하고 있는 20억 원 규모의 펀드의 수익자로 숙명여대가 지정돼 매년 2회 발생하는 펀드 운용수익을 발전기금으로 받고, 유언대용신탁으로 조 동문의 사후에 펀드의 명의를 이전받는 것이다. 전문운용사가 관리하는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매년 8~10% 내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하, 조강순 부부는 이번 기부에 대해 “근검절약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눔이란 곧 인생의 완성’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여성 교육의 발전과 사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는 보람과 기쁨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숙명여대에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준하 대표는 1968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다 독립해 자동차 관련 사업을 경영했다. 일찌감치 금융 재테크를 통한 자산 증식에 관심을 두고 약 30년 전부터 개인 투자활동을 해왔으며, 1998년 외환위기, 2001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아내인 조강순 동문은 숙명여대 약대를 1968년 졸업한 뒤 약국을 경영하면서 검소한 생활로 내조에 힘써왔고, 모교의 발전을 위해 이번 기부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비현금성 자산인 펀드를 교육기관에 기부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부부의 이번 기부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부 문화가 발달한 일부 해외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펀드의 운용과 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오히려 기부를 받겠다는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매년 발생하는 수익금은 재학생 장학금으로 소중히 쓰일 예정”이라며 “여성교육과 기부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부부의 큰 뜻에 숙명여대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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