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개 대학교의 395개 작품 출품…본선 경쟁작 50편 엄선해 상영
전문대 출품작, 본선 비율 적지만 수상 ‘쾌거’…관객상과 여자 연기상
“청년들의 고충에 깊이 공감하는 동시에 사회에 날 선 메시지 전달해”

11일 열린 제17회 대한민국대학영화제 개막식에서 행사의 주역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1일 열린 제17회 대한민국대학영화제 개막식에서 행사의 주역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학영화제)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대한민국 영화학도들의 축제, ‘제17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Uniff)’가 힘찬 슬로건 아래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영화제는 사흘 동안 진행됐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본선 진출작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행사 폐막식에서는 엄선된 심사위원진이 총 11개 부문에서 13편을 선정해 시상식을 진행했다. 영화전공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도 부문별로 함께 소개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스태프부터 참여하는 감독들까지 영화를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이뤄져 대학 영화축제라는 의미가 돋보였다.

지난 11일 대한민국 대학영화제가 올해 17회를 맞아 건국대 시네마테크에서 힘차게 개막했다. 대한민국 대학영화제는 사단법인 한국영화교육학회와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등 여러 곳의 문화예술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총 395편의 작품을 출품했고 그중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50편의 본선작품을 선정해 사흘간 상영했다. 가장 많은 본선작품이 선정된 대학은 6작품이 뽑힌 한예종이었고 성결대와 서울예대가 5작품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대학영화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메타버스 상영식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다시 대형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상영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개막식 축사에서 김석범 수원대 교수는 “최근 영화·영상산업에서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고 있다. 아카데미, 에미상에서 한국 작품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이로 인해 후학들이 점점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대학영화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래 한국영상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선 영화를 상영하기에 앞서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영화 시상식이 진행됐다. 가장 많은 부문에서 상을 거머쥔 영화는 변성영 감독, 설경구·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로 감독, 여우조연, 남우주연, 올해의 영화 총 8개부문 중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극장 개봉작인 킹메이커는 1971년 대선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야당 후보 진영을 오가며 ‘선거 참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 엄창록 씨의 이야기로 정치 풍자극이자 블랙 코미디 영화다. 엄창록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1년 강원 인제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될 당시부터 ‘막후 참모’ 역할을 했던 실존 인물이다. 수미상관 구조와 복선 클리셰들의 연출로 시대극이지만 변성현 감독 특유의 세련된 연출이 엿보여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여우주연상 배두나 배우(영화 브로커) △여우조연상 서은수 배우(영화 마녀2) △남우조연상 박지환 배우(영화 범죄도시2) △기술부문 주성림 조명감독(영화 범죄도시2)의 올해의 영화 시상이 이어졌다.

대학에서 영화영상 인재 양성에 헌신적인 노력을 쏟은 교수에게 특별 우수교수상도 시상했다. 교수상에는 민대진 서일대 교수와 윤창호 대진대 교수가 선정돼 상패를 받았다. 시상을 맡은 진승현 대학영화제 이사장(호서대 교수)는 “각 대학에서 영화영상 인재 교육에 헌신적인 교육계 지도자들이 있기에 이번 영화제가 열릴 수 있었다. 교육자와 학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뜻깊은 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튿날은 본선작품 상영 10시간의 대장정으로 채워졌다. 주말 간 수많은 시민이 대학영화제를 찾았다. 이들은 학생들의 영화를 관람하고, 대중의 시선으로 관객상 후보에 한 표씩 던지며 대학영화제의 의미를 빛냈다. 가족과 함께 행사 현장을 찾은 A 씨는 “대학영화제에서는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 궁금해서 방문했는데 깜짝 놀랐다. 대학생들이 만든 영화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전문적인 영화인들이 찍은 영화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어떤 작품들을 만들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각기 다른 주제를 품은 영화들 사이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등록금과 생활비에 시달리는 학생이 가상화폐 투자에 눈을 돌리는 이야기(코인, 고려대) △현상금이 걸린 멸종위기종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나서는 청년의 이야기(쇠똥구리, 동아방송예술대) △외국인 노동자에게 편견과 오해 혹은 두려움을 느끼는 현장 관리직의 이야기(이방인, 성결대) △만 18세로 보호 종료된 보호소 소년들의 이야기(우린 동산에서 왔어, 성결대) 등 여러 시각에서 바라본 우리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관객 B 씨는 “대학생들이야말로 사회 문제, 청년 문제에 대한 해결의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대학영화제 작품들을 보면서 또래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깊은 공감과 사회에 던지는 날 선 메시지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쇠똥구리’로 관객상을 수상한 동아방송예술대 전호정 감독(오른쪽). (사진=대학영화제)
‘쇠똥구리’로 관객상을 수상한 동아방송예술대 전호정 감독(오른쪽). (사진=대학영화제)

영화제 마지막 날 본선작품 상영이 끝나고 폐막식과 함께 영화제의 꽃, 본선 시상식이 열렸다. 심사위원단은 △권호영 감독 △양경미 평론가 △김훈광 촬영감독 △조경래 작가 △류승수 배우로 이뤄져 대학 관계자를 최대한 배제한 구성으로 심사의 신뢰성을 한층 높였다. 권호영 감독은 심사기준을 설명하며 “미래 영화인인 영화학도들의 작품을 소중히 여기면서 진정성 있는 심사에 임했다. 그들이 말하고 바라는 영화적 세상의 창의성과 작품의 완결성에 초점을 두고 평가했다. 좋은 작품 만들어 준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시상은 총 11개 부문에서 14개 작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세부 수상 내역은 △집행위원 특별상 ‘노이즈랩소디’ (김운하, 한예종) △영화의 전당상 ‘보속’(양재준, 중앙대)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이사장상 ‘이방인’(송원찬, 성결대) △심사위원 특별상 ‘시네마클럽’(정윤지, 성결대) △기술상 ‘코인’(김민수·김은수, 고려대), ‘하이라이트’(김영석, 한예종) △남자 연기상 ‘코인’(정찬우, 고려대), ‘이방인’(박충환, 성결대) △여자 연기상 ‘킹받는 정치’(최수연, 서울예대) △관객상 ‘단칸방’(육광수, 동국대 영상대학원), ‘쇠똥구리’(전호정, 동아방송예술대) △감독상 ‘하이라이트’(김영석, 한예종) △작품상 ‘우린 동산에서 왔어’(이윤석, 성결대) △대상 ‘밖엔 좀비들루 가득해’(신수환, 한예종)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 16회와 달리 전문대학 영화가 수상했다는 점이다. 시상 부문 중 오로지 관객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상에서 동아방송예술대의 ‘쇠똥구리’가 수상했고 여자 연기상에서 서울예대의 최수연 배우가 수상하는 등 작품·연기 전반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제작했다. ‘쇠똥구리’(감독 전호정)는 ‘돈도 없고 실패한 취준생 승호는 멸종위기종인 쇠똥구리에 100만 원의 현상금이 걸려있다는 친구(은준)의 말을 듣게 된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그는 그 달밤에 무작정 쇠똥구리를 찾으러 떠난다.’는 시놉시스로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제17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폐막식에서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학영화제) 

폐막식 마무리를 맡은 김용순 대학영화제 집행위원은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고 마력이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이기도 한 이 메시지는 독일의 문학·철학가이자 정치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명언입니다. 괴테는 파우스트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마법과 기술에 의존해 실현하려는 이야기를 20대부터 무려 60년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20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괴테, 그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미술·음악·정치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며 시대를 넘어 우리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17회 대한민국대학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여러분들의 작품 또한 수상의 결과를 떠나 위대한 창작의 첫걸음으로 누군가의 인생과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불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고 참가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대학영화제에 참가한 모든 감독, 촬영 스태프, 영화제 자원 봉사단까지 대학생 여러분이 진정한 행사의 주인공이다. 대한민국 영화영상산업을 밝은 미래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승현 이사장은 “올해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 기쁘다. 앞으로도 대학영화제는 매년 이어질 예정이니 영화 촬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좋은 작품 출품해서 전국의 영화학도들과 영감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대학 영화인들이 제17회 대학영화제를 찾았다. (사진 = 대학영화제 제공)
전국의 대학 영화인들이 제17회 대학영화제를 찾았다. (사진 = 대학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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