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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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 이는 무엇을 늦게 시작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통 스포츠에서 시즌 초반에는 부진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를 말한다. 필자는 이 말을 학교에서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들을 지칭할 때 쓴다.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에 그런 상태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열심히 공부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학업에서는 ‘Slow Starter’겠지만, 삶 그 자체에서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을 굴레 씌운 사회적 통념에 맞서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지인의 딸 A 양도 전형적인 ‘Slow Starter’다. 그는 딸이 고등학교 시절에 성적이 낮은 편이어서 걱정했다.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딸에 대해 아버지는 매우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전문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의미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A 양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 근교의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그녀의 전공은 호텔관광경영과였다. 그러나 전문대학에 진학해서도 뚜렷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2학년이 돼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A 양은 변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전문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 대학에 설치된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에 등록했다.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은 전문대학 졸업자(전문학사)가 일반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과정을 의미한다.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2년 과정의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3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1년간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주로 야간에 개설돼 있어,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밤에 공부할 수 있도록 된 과정이다. A 양이 졸업한 호텔관광과는 2년제이므로 3,4학년 과정을 전공심화 과정으로 공부했다.

이렇게 일반학사 학위를 취득한 A 양은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공부하고 싶은 대학원에 진학했다. 일반학사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A 양은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했다. 고등학교에서는 몰랐던 자신의 비전과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매우 열정적으로 공부와 연구를 해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A 양은 학위논문을 모두 영어로 썼고, 학위를 취득하면서 대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생을 개척한 것이다.

A 양은 강의 우수상도 받았고, 국제 학술지에 우수한 논문도 실리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A 양은 즐겁게 일했고 성과도 좋았다. 회사의 신뢰를 받으면서 책임 있는 직책에 임용됐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낸 것이다. A 양이 일반대학을 고집했다면 오늘의 성과가 가능했을까?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가 전문대학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을 ‘Slow Starter’라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전문대학에 진학할 것을 권한다. 자신의 성적에 맞는 일반대학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에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하는 학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일 년간 재수해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삶을 위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문대학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A 양처럼 전문대학에 진학해서야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은 11월 7일(월)부터 11월 21일(월)까지 전문대 2차 수시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집 주변의 전문대학을 알아보자.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원하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다면 전문대학을 두드려 보자. 일반대학과 다른 고민과 함께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자극은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견고하고 부정적인 껍질을 부수고 나올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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