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150여 명 목숨 앗아간 ‘이태원 압사 사고’
피해자 대부분 20~30대…사고 이후 불안감, 무기력함 호소하는 청년세대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최현정 충북대 교수

중앙대 학생은 지난달 29일 일어난 ‘이태원 압사 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된 분향소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중앙대 학생은 지난달 29일 일어난 ‘이태원 압사 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된 분향소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난달 29일, 할로윈 밤에 벌어진 비극적인 이태원 압사 사고는 서울 한복판 거리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끔찍한 참사였다. 15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이번 사고는 67.1%가 20대, 19.6%가 30대로 대부분 축제 문화를 즐기러 간 청년세대에 집중됐다. 대학에서도 소속 학생의 피해 확인 여부를 파악하고 희생자가 발생한 학교에서는 자체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일제히 추모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유례없는 참사와 해당 사건이 자신에게도 벌어졌을 수 있다는 충격에 청년세대는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최현정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공감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속한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는 직·간접적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 심리상담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더불어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뤄져야 진정한 심리적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는 청년세대를 위로하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를 본지가 서면 인터뷰로 만나봤다.

최현정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겸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 위원장 
최현정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겸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 위원장 

- 재난심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한국심리학회는 재난 심리와 트라우마 분야 전문 심리학자로 재난심리위원회를 구성해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심리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심리학회는 참사 다음 날부터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분에게 무료 전화 심리상담을 진행해 왔다. 심리상담은 한국심리학회 소속 최상위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회원과 심리상담 전공 교수진이 자원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화로 상담이 어려운 경우는 메타버스에서 채팅과 화상 상담을 제공한다. 참사의 직접 경험자나 직접 경험자의 가족, 친구, 동료에게는 무료 대면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세대들이 왜 이번 사건에 더욱 힘들어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일상의 공간에서 나와 같은 또래에게 참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이 상실에 공감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청년세대는 주변의 친구와 동료를 잃었다.”

- 당시 이태원을 방문한 희생자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참사에 대해 공감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참사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공포와 두려움은 이러한 일은 나에게는 일어날 리가 없고 특정한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킨다. 이는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반응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사회적으로 피해자 비난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참사 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참사는 국가의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사건은 피해자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유하는 것이 현재 참사의 회복은 물론 이후 참사를 예방하는 데에도 필수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이번 사고를 ‘이태원 참사’에서 ‘10.29 참사’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참사 후 회복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꼭 어떻게 불러야만 한다는 아니더라도 회복에 중심에 두는 언어를 신중하게 확립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태원은 다양한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외국 문화와 소수 문화에 대한 혐오는 이태원이나 그 문화가 마치 참사의 원인인 것처럼 피해자 비난을 저지르게 하여 회복을 저해한다. 이태원이라는 이름에 참사의 고통감이 연결되지 않도록 하고 이태원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혐오를 막는 건 중요하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터전이 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고통이 가중되는 결과를 예방해야 한다. 한국심리학회는 그래서 10.29 참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고 참사가 왜 일어났는가를 잘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 심리 전문가로서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청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심리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은 대부분 20~30대다. 일상의 공간에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공포와 허망함을 느끼기도 하고, 구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이들은 타인을 염려하고 고통에 공감하였기에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 청년세대는 세월호 참사 역시 겪은 세대다. 반복되는 참사를 경험한 세대임에도 이들은 좌절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여전히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 앞으로 이와 같은 대형 참사에서 심리적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회복력이 강한 존재다. 그러기에 이러한 재난 이후에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그 회복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자원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보통은 재난 직후 약 3개월 정도의 기간 안에 환경의 인정과 지지를 바탕으로 회복해 나간다. 만약 피해자를 비난하는 환경이나 참사를 인정하지 않는 환경에 노출된다면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이 방해를 받고 그러한 경우에 3개월 이후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과 같은 후유증이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회복하는 환경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회복의 노력 속에서 장기적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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