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지난 15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통한 총 11.2조 원 규모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향과 구체적인 예산 내역을 발표했다. 재원은 고등·평생교육 분야의 기존 사업 중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사업 약 8조 원 수준이 이관되며, 교육세 이관 등으로 확보되는 약 3.2조 원의 추가 재원으로 마련된다. 교육부 기존 사업비뿐만 아니라 평생·직업교육 관련 고용부 소관 폴리텍·한기대 운영 지원 사업도 포함된다. 4대 과기원 예산도 포함시키려 했으나 과학기술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여당 주도로 재정개편을 통한 고등교육재정 확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식으로 제기된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9월에 국민의 힘 이태규 의원 대표로 대학 재정개편 관련법(‘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국가재정법’)이 발의됐다. 현행 교육교부금 세입인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세입액 일부 중 ‘교육세 세입액 일부’를 삭제하고, 이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재원으로 활용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재정개편을 통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편성 방향’은 지금까지 논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야당과 교육감, 그리고 교육단체의 반대 성명이 잇달았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특별회계를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등·평생교육 분야의 재정을 별도로 확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대한 세출 세부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2022년 교육부 예산안 상정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유기홍 위원장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은 아직 교육위원회에 상정도 안 돼 있다. 그런데 교육부, 기재부 관료들은 이 법이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예산부수법안으로 갈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면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의 일방통행 처리 방식을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식 추진에 반발이 거세지자 속도조절 움직임이 포착된다. 16일 열린 국회 교육위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이 부총리)은 “교육재정 개편을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국회 주도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어차피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될 수 없는 국회 현실을 고려한 발언이다.

이 부총리는 “이번을 계기로 (나온 안들을) 다 수렴해서 하나의 안으로 만들어 어떻게든 현실화 시키겠다”며 “국회 주도로 하는 거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합의된 안을 가지고 기재부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중요하게 됐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대학재정난 해소와 관련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다. 대학재정난 해소와 관련해 야당의 입장은 2021년 8월 유기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학균형발전 3법’(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조세특례제한법, 국립대학법)에 담겨 있다.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은 현재 GDP 대비 0.6%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를 OECD 평균인 1.1%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재원은 법인세법에 따른 법인세 중 일부를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여야의원 61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또 서동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이고 여대야소 상황일 때도 입법에 실패했다. 그 당시에는 기재부와 교육부 어느 부처도 고등교육 재정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이 나섰고, 기재부와 교육부가 적극 거들고 있다. 외면만 해왔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에 성사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현재 여야는 고등교육재정 확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단지 방법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여야가 보다 열린 자세로 대화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야당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기존 주장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이고 타협가능한 안을 내놓아야 한다. 초중등과 고등이 유리된 분야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기 바란다. 초중등에서 잘 교육받은 인재들이 고등에 와서 열악한 교육을 받는 현실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번에 실패하면 대학재정난 해소는 요원하다. 대학을 이 상태로 방치하고 국가발전, 미래발전을 논의하는 자체가 의미 없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여야가 ‘여의도 문법’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백년지대계를 위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