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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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에 사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독일기본법 제7조 제4항에서 사학의 자유를 명시하는 것과 대비된다. 헌법재판소가 해석으로 공백을 메운다.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되는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권과 모든 국민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1항 그리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3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이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사학의 자유는 사립학교 설립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사립학교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학의 자유를 주장할 주체가 없다. 실존하는 사학을 설립할 수 없다면 사학의 본질을 침해당하는 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사학 자유의 원천은 설립 행위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설립 목적에 있다고 보았다. 설립 목적이 유지·계승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사학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도,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구현하는 데에 적절한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야말로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설립자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 및 그 이사에 의하여 선임된 후임이사에 의하여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이 인적으로 보장되어 영속성 있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학교법인 이사 제도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학교법인의 이사는 학교법인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구현하는 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주체라는 의미가 된다. 학교법인의 이사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자율성의 핵심 요소이자 기본권 주체로서의 학교법인에 부여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전제가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학의 자유는 설립의 자유를 토대로 교육의 자유, 운영의 자유로 확대된다. 「교육기본법」 제6조 제2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서는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는 반면, 사립학교에서는 종교교육의 자유가 인정된다. 사학은 특정한 건학이념과 종교관, 세계관에 터잡아 교육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다. 나아가 사학운영의 자유에 교원임용과 같은 인사운영의 자유가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사립학교 교원 임면권은 학교법인의 고유한 권한이며, 사립학교 교원은 원칙적으로 사인(私人)의 지위를 지닌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학의 자유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세 가지 점에서 사학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과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모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므로 교육의 자주성·다양성·창의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국·공립학교는 보편적인 교육이념과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할 책무가 있으므로 학교 나름의 특성을 개발·배양하는 데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특별한 설립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립학교가 재산출연을 함으로써 정부의 공교육 실시를 위한 재정 투자능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수긍했다. 

가치 다원성을 핵심가치로 하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채로운 가치관을 지닌 이들의 공존과 번영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 사학은 교육에 대한 국가 독점을 배제한다. 다원주의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학은 보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더 나은 교육체제를 선도하는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러한 사학의 존재 이유를 바탕으로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해야 할 현실과 당위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실제 사립학교를 규율하는 법과 정책을 들여다보면, 사학의 자주성은 종종 뒷전으로 밀린다. 사학의 자주성과 갈등하며 전면에 등장하는 명제는 사학의 공공성이다. 헌법재판소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사학의 공공성을 근거로 사학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결정했다. 학교법인은 교육을 실시할 목적으로 설립되고 고도의 공공성을 지난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한다는 점에서 사법인이라는 형식과 달리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전제했다. 학교법인은 일반 사법인과 구별되는 공공성이 요구된다고 선언했다. 

개방이사제에 관한 사립학교법 조항의 위헌성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학교구성원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로서, 개방이사가 이사 정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학평의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의 비율, 학교법인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전적·예방적 조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학교법인의 사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개방감사제에 관한 사립학교법 조항 역시, 학교법인에 대한 감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책무성을 강화함으로써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서 사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의 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조항에 대해서도, 학교법인의 경영과 학교행정을 인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학교의 자주성을 보호하고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으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사학이 국가의 공적인 교육과제를 분담하는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고 헌법 제31조 제4항에 따라 사학교육에도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학의 공공성 역시 헌법상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에 부당하게 간섭할 우려가 있는 외부세력에는 비단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설립자와 법인, 학교장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자주성과 공공성의 갈등을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건전한 발달을 통해 풀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자주성과 공공성은 언뜻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 사립학교의 특수성이 기여하도록 한다는 목표가 같다. 겉으로 부딪히는 두 가치가 사실은 함께 걸어가려는 그 길목에 딜레마를 해결하는 수 있는 열쇠가 놓여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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